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위한 군불을 때고 있다. 최근 당 지도부가 “국회의원 소환제를 도입할 때가 됐다”(이해찬 대표), “국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이인영 원내대표)고 발언한 데 이어 지난 28일 김병욱·박주민 의원이 주관해 국회에서 토론회도 열고 구체적인 쟁점을 점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으로 시작
국민소환제 도입이 정치권에서 주목받은 건 2004년부터다. 당시 국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이 발의되자, 이에 반발해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자는 여론이 일었다. 당시 국회 홈페이지에는 ‘의회 해산을 위해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자’는 글이 연달아 올라오기도 했다. 17대 총선(2004년)에선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정당들이 국민소환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국회에서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17대 국회인 2006년 김재윤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의원이 국민소환제 법안을 발의했지만 검토도 되지 않은 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그해 지방자치단체장과 기초광역단체 의원들에 대한 주민소환법만 국회를 통과했다. 18대 국회인 2008년 김 의원이 다시 발의한 법안, 19대 국회에서 황주홍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국회의 외면을 받았다. 20대 국회에선 김병욱·박주민 의원, 황영철 한국당 의원 등이 법안을 발의했다.
개헌 없이 가능?
국민소환제가 도입되지 않은 이유를 단순히 국회의원들의 ‘자리 지키기’라고만 보기 어렵다. 쟁점이 적지 않아서다. 우선 위헌 가능성이 논란이다. 헌법 42조는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소환제가 도입될 경우 국회의원 임기 4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헌법과 배치된다는 게 법학계 다수의 시각이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지난달 “국민소환제 도입 주장에 진정성을 담으려면 개헌 논의가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국민소환제를 포함한 직접민주제 확대 내용을 담은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개헌 논의가 무산되면서 국민소환제 논의도 미뤄졌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개헌이 불가피한 사항이라고 볼 수는 없다”(김준우 민변 사무차장)는 소수 의견도 있다.
“악용 가능 제도”
국민소환의 사유를 어떻게 규정할지도 실무적인 쟁점이다. 김병욱·박주민·황영철 의원 안은 청렴의 의무 등을 규정한 헌법 46조 위반과 직권남용 등을 했을 경우를 소환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사유를 명시하는 게 국민소환제 취지에 맞느냐는 지적이 있다. 지난 28일 토론회에서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환 사유를 명시하면, 사유 확정 절차가 필요하다. 그것은 사법적인 영역인데, 그렇게 되면 소환제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사유를 명시하지 않을 경우에도 우려는 있다. 정치적 갈등이 격화될 때 상대를 압박하는 수단 등으로 악용될 수 있어서다. 김선화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소환제도가 악용될 가능성이나 정치적 불안정 등을 고려한다면 소환 사유를 확정하지 않는 것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우간다·에티오피아 등만 도입
정치적 선진국은 거의 국민소환제도를 거의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도입을 머뭇거리게 하는 이유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국민소환제를 도입한 나라는 16개 국가다. 러시아·우간다·에티오피아·볼리비아·나이지리아·에콰도르 등인데 선진국은 영국 한 곳뿐이다. 영국은 2009년 하원 의원들이 세금으로 지원되는 수당 등을 허위로 청구해 받아낸 ‘지출 스캔들’을 계기로 2015년 의원소환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영국도 “매우 협소한 사유”(김선화 입법조사관)로만 소환제도를 운용한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