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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미래학,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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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1호 20면

책 속으로 

미래는 오지 않는다

미래는 오지 않는다

미래는 오지 않는다
전치형, 홍성욱 지음
문학과지성사

세그웨이 망하고 트위터 ‘대박’ #새 기술 변화 방향 예측 어려워 #“언젠가는 죽음 극복” 미래 전망 #『사피엔스』 하라리도 동의

4차산업혁명·로봇·인공지능·나노물질·줄기세포·빅데이터·사물인터넷·가상현실·증강현실·3D프린터·자율주행차·냉동인간…. 미래와 관련된 키워드들이다. 벌써 ‘현실’이 된 것도 많다. 2050년대쯤에는 완전 일상화해 멋진 신세계가 열릴 수도 있다.

사람들은 왜 미래에 관심이 많을까. 아주 먼 옛날에도 미래를 예측하는 점성술이 있었고 지금은 미래학 붐이 일고 있다. 불확실한 앞날의 운명을 알고 싶어하는 것은 인류의 본성이었나 보다.

『미래는 오지 않는다』는 미래에 대한 호기심에 가득 찬 인류사 보고서다. 과학자인 전치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와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과학기술은 어떻게 미래를 독점하는가’를 탐구했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곧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슨 사업을 해야 돈을 버는지,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는지,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지를 알 수 있다면 미래는 곧 나의 것이 될 것이다. 문제는 이것을 어느 누구도 100% 정확히 맞힐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책은 과학기술과 관련된 미래 예측에 대한 풍부한 사례를 담고 있다. 미래학의 입문서로 제격이다. 이것만 숙독해도 미래를 내다보는 데 큰 자산을 얻을 수 있다.

바다나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할 것이라는 예측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Y2K 신드롬으로 2000년이 넘어가는 순간에 금융 시스템이 정지되고 비행기가 추락하고 모든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이 폭삭 주저앉으면서 대재앙이 온다는 예언은 결론적으로 맞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예언 덕분에 미리 손을 써서 대재앙을 막을 수 있었던 측면도 있다.

미래학자들은 기술발달로 인간이 결국 죽음을 극복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미래학의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도 많다.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 참가한 SK텔레콤이 선보인 로봇팔이 모델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중앙포토]

미래학자들은 기술발달로 인간이 결국 죽음을 극복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미래학의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도 많다.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 참가한 SK텔레콤이 선보인 로봇팔이 모델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중앙포토]

미래를 예측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적중하면 대박을, 빗나가면 쪽박을 차기 마련이다. 자신의 발명이 세상을 바꿔 놓을 거라고 생각지 못한 발명가도 많다.

가스등 업자들은 에디슨의 전기등을 우습게 보다 망했다. 에디슨은 단순히 전등을 판 게 아니라 밤을 몰아내는 미래 세상의 비전을 파는 데 성공한 것이다. 1인용 교통수단인 세그웨이가 처음 나왔을 때 도시의 출퇴근 문제를 해결해 줄 혁명적 기술로 각광받았으나 인도와 차도에서 외면받아 지금은 거의 레저용으로 국한되고 있다. 전력을 절감하고 밝은 빛을 내는 LED 신호등은 기술의 다면성을 고려하지 못해 실패한 경우다.

동창 찾아주기 ‘아이러브스쿨’과 파일 공유프로그램 ‘냅스터’도 단명했다. 진공청소기회사 후버는 종이봉투 장사에 연연하다 다이슨사에 완패했다. 역사가 아널드 토인비의 ‘문명의 법칙(발생-확장-쇠퇴-해체)’도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다.

벨의 전화, 랜드의 폴라로이드 카메라, 잡스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새로운 기술을 매개로 상상에서만 존재하던 세상을 실제 세상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들이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시장, 새로운 소비자,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낸다.

벨과 잡스, 자율주행자동차, 화성식민지를 추진 중인 일론 머스크, 나노기술을 소개한 에릭 드렉슬러, 인공지능·로봇기술의 발달과 인류의 미래를 설파한 한스 모라벡 등은 미래의 예언자들이었다.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이 되면 인간의 두뇌 용량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가능해지고 스스로 자신을 복제하는 나노 로봇이 만들어지고 인간의 장기가 영원히 작동하는 인공장기로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로 ‘특이점(singularity)’ 예측이다. 그의 예언은 종교적 예언과 달리 과학기술의 힘에 대한 강력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책의 부제는 ‘인간이 생물학을 초월할 때’이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숙명을 타고난 인간이 언젠가는 생물학적 몸의 한계에서 벗어나서 영원불멸하게 살 수 있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주장에도 공통점이 있다. 2050년 정도에는 사피엔스를 괴롭히던 질병과 노화에서 벗어나 생명을 영구히 지속할 수 있게 된다는 전망을 소개한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 냉동인간으로 생명 부활, 인간게놈프로젝트를 통한 치료와 병 예방, 뇌 연구로 치매 예방 등 과학기술은 미래의 엄청난 꿈들을 약속한다. 문제는 기후변화와 같은 인기 없는 미래의 예측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하고 외면하기조차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결국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것이지 과학기술이 열어주거나 미래학이 예측하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당위가 아닌 우리의 선택으로 미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과학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는 항상 미래가 어떻게 될지를 주시하고 현재의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 미·중 무역 전쟁이 어떻게 될지, 브렉시트 협상이 어떻게 끝날지, 한·일 갈등이 어떻게 될지, 청문회의 결말은 어떨지…. 이 책을 읽고 현명한 미래예측 항해자가 돼 보자.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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