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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킬러 콘텐트 기대했지만…AR·VR 아직은 ‘찬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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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1호 13면

서울 종로구 LoL파크 내에 설치된 SKT 5GX 체험존에서 모델들이 VR 현장 생중계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종로구 LoL파크 내에 설치된 SKT 5GX 체험존에서 모델들이 VR 현장 생중계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뉴스1]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의 킬러 콘텐트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반 실감형 콘텐트 인기가 벌써 시들하다. 망 구축이 늦어 5G 시대에 걸맞은 통신 속도가 나오지 않는 가운데 AR·VR 실감형 콘텐트마저 태부족이어서다. 특히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만든 TV·온라인용 광고에서는 AR·VR 콘텐트가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5G 이동통신을 홍보하는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G 전국 기지국, 4G의 7% 수준 #건물 내부에서 ‘먹통’인 곳 많아 #가입자들 AR 콘텐트 사용 저조 #이통사 홍보 마케팅 도구에 불과

지난 4월 5G 상용화에도 AR·VR 기반 실감형 콘텐트 시장은 커지지 않고 있다. 예컨대 구글 플레이에 따르면 미국 게임 개발사 나이앤틱이 포켓몬고에 이어 내놓은 AR 게임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은 지난 8월 기준 국내 모바일 게임 순위에서 600위권으로 밀려났다. 포켓몬고가 구글 플레이에서 1위에 올랐던 것과 비교되는 성적이다.

AR 게임 ‘해리포터’ 600위권 밀려

AR·VR 콘텐트는 찬밥 신세에 가깝다. 두 콘텐트는 전송 속도가 4세대(4G) 이동통신보다 20배(20Gbps) 빠르면서도 지연속도(1㎳)는 10분 1에 불과한 5G 환경에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5G 가입자 1인당 월 데이터 사용량은 18.27기가바이트(GB)로 4G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의 월 데이터 사용량(20.7GB)보다 적었다. 전종현 성결대 파이데이아학부 교수는 “5G 상용화 이후 더욱 관심을 모은 AR·VR 콘텐트가 과거 4G 때와 특별히 다를 게 없는 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어 이용자 관심이 적다”면서 “일부 개선된 그래픽과 화면 움직임은 네트워크 성능이 아닌 기기 성능 개선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5G 망이 온전치 않은 데다 고객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콘텐트가 부족하다는 점이 AR·VR 콘텐트 시장 성장의 걸림돌로 꼽힌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5G 기지국 수는 6만2641국으로 4G 기지국의 7% 수준에 불과했다. 5G 속도가 제대로 나오는 곳이 드물고, AR·VR 콘텐트를 즐길 수 있는 건물 내부에서는 아직 5G가 ‘먹통’인 곳이 많다. 실내에서 5G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인빌딩 중계기’가 필요한데 이통 3사는 최근에서야 구축을 시작했다. 곽태진 유니브이알 대표는 “AR·VR 콘텐트가 꽃을 피우려면 네트워크·기기·콘텐트·플랫폼의 네 가지 축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가능한데 국내에서는 네트워크가 불완전한 데도 AR·VR 콘텐트의 성장 가능성을 지나치게 낙관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5G 콘텐트

5G 콘텐트

AR 동물원처럼 AR 콘텐트는 아직 5G 서비스를 홍보하는 마케팅 수단에 불과한 실정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AR 동물원 이전에 논의한 것은 AR 쥬라기 공원이었다”면서 “AR 쥬라기 공원의 지적재산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급히 동물원으로 방향을 틀어 5G에 특화된 콘텐트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AR 전용 스마트폰 앱 ‘U+ AR’을 출시한 LG유플러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상민 LG유플러스 FC부문 전무는 “5G 특화 콘텐트 투자를 늘리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VR은 콘텐트 부족과 기기 가격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KT가 개인형 VR 기기 ‘슈퍼VR’를 내놓고 VR 서비스 강화에 나섰지만 고객 반응은 시큰둥하다. 중국의 VR 헤드셋 제조사 피코의 VR 기기(헤드셋)를 45만원에 구매해 월 8800원의 콘텐트 이용 요금을 내야 하는데 기기 값을 뽑을 만한 콘텐트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14년 스마트폰을 부착해 사용하는 VR 콘텐트용 헤드셋 ‘기어VR’을 내놨던 삼성전자는 2017년 이후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내놓은 갤럭시노트10에 기어VR 호환 기능조차 적용하지 않았다. 기어VR의 출하량은 2016년 450만대로 정점을 찍은 후 2017년 370만대, 2018년 60만대로 급감했다. 5G 상용화 초기, 기어VR을 사은품으로 제공했던 이통 3사 역시 이번 갤럭시노트10 출시 때는 관련 판촉을 진행하지 않았다.

10년 전 ‘3D TV’ 실패 반복될 우려

일각에선 AR·VR이 약 10년 전 ‘3D TV’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D TV는 기술적인 진보에도 콘텐트 부족으로 활성화에 실패하며 사라졌다. 박정우 서틴스플로어 대표는 “해외에선 AR·VR의 융합 가능성에 주목해 콘텐트 투자를 늘리고 있다”면서 “AR·VR이 3D TV와 같은 전철을 밟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공연·이벤트·유통·교육·의료·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 AR·VR이 접목돼, AR·VR 관련 콘텐트 시장이 2025년 35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정우 대표는 “골드만삭스의 전망이 장밋빛에 그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AR·VR용 킬러 콘텐트를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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