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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사적지 '옛 적십자병원' 매각 위기…광주시 매입 어려워

중앙일보

입력

부상자 옮기는 봉사단 외국인 동료와 시민들. [5·18 트라우마센터=연합뉴스]

부상자 옮기는 봉사단 외국인 동료와 시민들. [5·18 트라우마센터=연합뉴스]

5·18민주화운동 사적지로 지정된 옛 광주적십자병원 보존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병원이 곧 매각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29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적십자병원 소유자인 서남학원 재단은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재산 매각 승인을 받고 공개 매각 절차를 앞두고 있다.

광주적십자병원은 5·18 항쟁의 중심지였던 옛 전남도청과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수많은 부상자를 치료한 곳이다. 서남학원 재단이 1995년 병원을 인수해 서남대 병원으로 운영했지만 2014년 적자 등을 이유로 폐쇄했다. 이후 재단 측은 방치됐던 병원 매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청산인 측은 최소 입찰가액을 80~90억원으로 예상한다.

광주시는 조례를 통해 이곳을 사적지로 지정했다. 매각 소식을 접한 광주시와 동구는 매입도 고려했지만 사유 재산이라는 점에서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예산 문제로 난색을 보인다. 광주시 관계자는 "청산절차로 급하게 매각되는 것"이라며 "계획에 없었던 예산을 급하게 마련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이 사유 재산이기 때문에 다시 민간에 매각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며 "추후 건물 매입자와 사적지 보존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 발주 예정인 5·18 기념사업 마스터플랜에 광주적십자병원과 같은 사유재산 사적지를 관리·활용하는 방안을 포함할 방침이다. 광주시는 지난 2016년 5·18 기념사업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며 국군통합병원과 505보안부대 등에 대한 소유권을 갖게 됐고, 이 공간에 대한 활용 방안을 고민해 왔다.

광주시가 조례를 통해 5·18 사적지로 지정한 곳은 모두 29곳으로 이 가운데 사유 재산은 모두 11곳이다. 옛 광주적십자병원을 포함해 녹두서점 옛터와 광주MBC 옛터, 남동성당, 들불야학 옛터 등이 대표적이다.

5·18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는 "그때그때 일이 터지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지 않고 사적지 관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건물과 공간이 남아있는 곳을 보존하는 등 향후 도시의 비전과 연결해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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