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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라의 ‘무한도전’…이번엔 창이공항 면세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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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매출액 기준 세계 3위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사업장의 모습. 한국의 삼성과 롯데가 사업권을 두고 맞대결을 벌인다.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즈캡쳐]

매출액 기준 세계 3위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사업장의 모습. 한국의 삼성과 롯데가 사업권을 두고 맞대결을 벌인다.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즈캡쳐]

싱가포르 창이공항(1·2·3·4터미널) 면세사업권을 두고 삼성과 롯데가 맞대결한다. 과도한 초기비용으로 ‘승자의 저주’ 우려도 나온다.

‘규모의 경제’ 위해 입찰 참여 #술·담배 면세 축소돼 수익 줄고 #예치금 244억 초기 비용은 많아 #낙찰 받았다 ‘승자의 저주’ 우려

창이공항 주류·담배사업장 입찰이 26일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독일 하이네만면세점과 함께 한국의 호텔신라 면세사업부(신라면세점)와 롯데호텔 면세사업부(롯데면세점) 등 3개사만 참여했다. 세계 1위 면세점 사업자 듀프리와 CDFG(4위)·킹파워(8위)는 물론, 지난해 사상 최초로 신라면세점(3위)에 매출액이 뒤쳐진 라가르데르(5위)도 가만히 앉아서 경쟁사 입찰을 쳐다봤다.

창이공항은 매출액 기준 세계 3위 면세사업장이다. 지난해 술·담배만 5000억원 가량이 팔렸다. 그런데도 글로벌 면세업계가 소극적인 건 상가포르 당국이 술·담배 면세 기준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자국 반입 제품에 재화용역세(7%)를 부과한다. 지난 3월까지 면세 한도는 150싱가포르달러(13만1000원·48시간 미만 해외 체류시)에서 600싱가포르달러(52만4000원·48시간 이상 해외 체류시)였다. 하지만 4월 1일부터 이를 100~500싱가포르달러(8만8000~43만7000원)로 축소했다. 또 주류 면세 혜택도 줄였다(3L→2L). 헝 스위 키트 싱가포르 재무부장관은 “싱가포르 세금 시스템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면세 한도 축소는 면세사업자의 수익성 악화와 직결한다. 지난 1980년부터 40년 가까이 창이공항 18개 사업장을 운영 중인 DFS는 계약상 2022년까지 사업권을 연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사업권을 포기했다. 에드 브레넌 DFS 회장은 “현재 주류·면세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로서, 창이공항에 머무르는 것은 재정적으로 실행가능한 옵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세계 면세점 순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세계 면세점 순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과도한 초기비용도 문제다. 면세전문매체 무디다빗보고서의 ‘입점비용평가’에 따르면, 사업권을 따면 2800만싱가포르달러(244억6000만원·예치금)를 납부하고 향후 대규모 투자도 보장해야 한다. 또 기본임대료를 징수하고, 추가임대료까지 제안해야 한다. 추가임대료는 ▶싱가포르 4개 공항 총이용객 1명당 4.15싱가포르달러(3630원)를 지급하거나 ▶양주(46%↑), 와인·샴페인(35%↑), 담배(40%↑) 등 제품별로 판매가액의 35~46%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한 면세점 사업자 관계자는 “창이공항처럼 초기 진입비용이 높은 공항은 못 봤다”고 말했다.

면세점 사업자가 사업권을 낙찰받으려고 무리한 제안을 하면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5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입찰에서 5년간 4조1400억원의 임차료를 제안했다가, 과도한 임차료 부담을 못 견디고 2017년 사업권을 부분 반납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창이공항에서 적자는 불가피하고,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지 분석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국내 면세점이 이번 입찰에 적극적인 건 결국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사업장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이 줄어들어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롯데면세점은 “베트남·호주 등 글로벌 면세점 운영 역량을 활용하고 온라인 면세점 플랫폼을 연계·구축하면 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신라면세점은 현재 창이공항에서 향수·화장품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창이공항은 이번 면세사업장 입찰 결과를 연말경 발표할 예정이다. 낙찰 기업은 내년 9월부터 2026년 8월까지 6년간 창이공항에서 담배·주류를 판매할 수 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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