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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강제철거" 하루 전 사라진 광화문 천막...우리공화당 등 2곳은 남아

중앙일보

입력

세종로 일대에 설치된 불법 천막 중 다수가 자진 철거 됐다. 사진은 지난 26일 광화문 5번출구 인근에 설치된 불법천막(위)과 28일 천막기 모두 자진철거된 모습. 박해리 기자

세종로 일대에 설치된 불법 천막 중 다수가 자진 철거 됐다. 사진은 지난 26일 광화문 5번출구 인근에 설치된 불법천막(위)과 28일 천막기 모두 자진철거된 모습. 박해리 기자

세종로 일대에 설치된 불법 천막 중 다수가 자진 철거됐다. 남은 천막은 우리공화당을 포함한 2곳뿐이다.

종로구청은 “세종로 일대 보도 위에 설치된 불법 천막을 28일 오전 행정대집행(강제철거)하려 했다. 27일 2차 계고장을 받은 단체 5곳이 자진철거 해 강제집행 하지 않았다”고 28일 밝혔다.

세종로 일대에는 총 8개 단체의 천막 14동이 불법으로 설치돼 있었다. 각각 광화문역 5번 출구 인근, KT빌딩 앞, 세종문화회관 앞, 세종로공원 내에 설치돼 있었다. 보도 위에 설치된 천막은 종로구청 관할이며 세종로공원에 설치된 천막 1곳은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관할이다.

이들은 모두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한 단체들이다.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집시법에 따라 신고를 하고  규정을 지키는 집회는 합법이다. 하지만 천막 등 불법 시설물을 설치하고 도로를 점유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현수막, 피켓, 방송차 등 집회에 필요한 물품을 신고하게 돼 있는데 천막은 집회에 허용되는 물품 목록에 들어가 있지 않다.

지난 26일 광화문역 5번출구 인근에 설치돼 있던 불법 천막. 박해리 기자

지난 26일 광화문역 5번출구 인근에 설치돼 있던 불법 천막. 박해리 기자

이러한 천막은 시민들의 불편을 유발해 왔다. 직장인들이 많이 다니는 광화문역 인근에 보도 상당 부분을 차지해 통행에 방해가 됐다. 광화문 인근 직장인 김모(30)씨는 “가끔 너무 시끄러운 소리로 음악을 틀기도 하고 괴기스러운 현수막 그림 때문에 그야말로 도시공해 같았다”며 “무슨 명분으로 오랫동안 점거했는지 모르지만 없어지니 한결 보기 좋다”고 말했다.

김남선 종로구청 건설관리과장은 “그동안 불법 천막 관련한 민원만 360여건이었다”며 “그동안 구청 직원들이 방문하며 철거 통지를 해왔으며 더는 미룰 수 없어 행정대집행을 오전에 하려 했다”며 “5개 단체의 8동 천막이 자진 철거한 만큼 오전 행정대집행은 실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7일 광화문역 5번 출구에서 만난 자유연대 관계자는 천막에 설치된 현수막을 내리며 “종로구청에서 이 일대 모든 천막을 다 철거한다고 예고했다”며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거라 그에 따라서 자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세종로공원 내 설치됐던 전국공무원노조 천막도 모두 철거됐다. 세종로공원을 담당하는 중부공원녹지사업소 녹지관리과는 지난 24일 이 단체에 계고장을 보내 행정대집행을 예고했다.

지난 27일 종로구청이 "28일 오전 행정대집행을 한다"며 2차 계고장을 보낸 당일 세종문화회관 앞에 설치된 우리공화당 천막모습. 이날 세종로 인근에 설치된 불법천막은 자진철거에 나섰지만 우리공화당은 철거를 진행하지 않았다. 박해리 기자

지난 27일 종로구청이 "28일 오전 행정대집행을 한다"며 2차 계고장을 보낸 당일 세종문화회관 앞에 설치된 우리공화당 천막모습. 이날 세종로 인근에 설치된 불법천막은 자진철거에 나섰지만 우리공화당은 철거를 진행하지 않았다. 박해리 기자

하지만 아직 세종문화회관 앞 보도 위 천막 5동은 남아있다. 우리공화당이 설치한 천막 4동과 영풍금속노조가 설치한 천막 1동이다. 김 과장은 “아직 남은 두곳은 조만간 행정대집행을 다시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청와대 사랑채 인근 불법 천막도 여전하다. 이곳은 전공노와 전교조 등 여러 단체가 장기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천막에는 농성 73일 차, 95일 차라고 돼 있다. 김 과장은 “먼저 세종로 대로 천막부터 철거한 후 사랑채 인근 천막도 행정대집행 할 예정이다”며 “아직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 설치된 불법천막. 박해리 기자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 설치된 불법천막. 박해리 기자

인근 주민들은 이곳의 잦은 집회와 장기 설치된 천막에 고통 호소하고 있다. 청운효자동·사직동·부암동·평창동 집회 및 시위 금지 주민대책위원회는 28일 오전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집회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침묵시위를 열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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