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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2조' 전례없는 큰장?···구경꾼도 없는 아시아나 M&A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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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지난 3월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주주들이 총회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아시아나항공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지난 3월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주주들이 총회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전례가 없는 큰 장이 섰지만 정작 구경꾼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대한 재계 관계자의 관전평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흥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매각 소식이 처음 전해진 지난 4월과 같은 관심은 사라졌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은 다음달 3일 예비입찰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입찰에 나서겠다는 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예비입찰이 열리지도 않았지만, 재계에선 유찰설까지 돌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주도하면서 흥행을 예견했던 주채권은행 산업은행도 입장이 난감해졌다.

매각 공고 한 달을 맞은 이달 25일 기준으로 인수전 참여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기업은 애경그룹이 전부다.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 여부를 놓고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지만, 예비입찰 참여는 불투명하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26일 “내부적으로 인수 검토를 진행하는 건 맞지만, 참여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초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을 소유하고 있는 애경그룹이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노선 축소 등으로 제주항공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애경그룹도 고민에 빠졌다. 제주항공은 올해 2분기 영업손실 274억원을 기록하면서 20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한-일 관계 악화가 장기전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제주항공의 올해 3분기 흑자 전환 가능성은 작아지고 있다. LCC 수익성 악화에 따라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도 시너지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시장에선 나온다.

이달 말 일부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애경그룹과 GS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렸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양사 모두 이를 부정하고 있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태스크포스 구성은 사실이 아니다”며 “만난 적도 없고 논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로 거론된 SK그룹과 한화그룹도 소극적인 모습이다. SK그룹 관계자는 “SK그룹 내부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한 적이 없다”며 “인수전 소식이 나온 직후부터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화그룹 내부에서도 예비입찰을 앞두고 별다른 기류가 관측되지 않고 있다. 다만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인수전 참여를 부정하는 SK그룹과 달리 한화그룹은 이번 인수전에 대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있다. 한화그룹 계열사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이 대표적이다. 신 사장은 지난 6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검토한 적도 없고,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CJ그룹과 신세계그룹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내부 검토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를 인수 카드를 내려놓은 상태다.

시장에선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는 인수 자금이 흥행을 가로막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적자도 부담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2분기 1241억원(연결 기준)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한-일 관계 악화 등으로 올해 하반기는 적자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매각 방식이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이 고수하는 통매각 방식이 아닌 분리매각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예비입찰 흥행에 따라 매각 방식이 바뀔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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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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