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나도 스포츠 레전드인데 축구는 왜 이리 어려울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스포츠 종목별 ‘레전드’ 양준혁·진종오·이형택·김요한·이봉주·여홍철·김동현·이만기·허재(왼쪽부터)가 25일 인터뷰를 했다. JTBC 예능 ‘뭉쳐야 찬다’에서 이들은 축구 생활체육팀을 상대로 첫 승에 도전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스포츠 종목별 ‘레전드’ 양준혁·진종오·이형택·김요한·이봉주·여홍철·김동현·이만기·허재(왼쪽부터)가 25일 인터뷰를 했다. JTBC 예능 ‘뭉쳐야 찬다’에서 이들은 축구 생활체육팀을 상대로 첫 승에 도전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5일 경기도 파주시 체인지업 캠퍼스 축구장으로 ‘스포츠 레전드’들이 모였다. JTBC 예능프로그램 ‘뭉쳐야 찬다(이하 뭉찬)’ 촬영을 위해서다.

‘뭉쳐야 찬다’ 멤버가 말하는 축구 #양준혁 “체력 싸움, 쉴 시간 없어” #이봉주 “방향 전환 많아서 힘들어” #안정환 “나도 다른 종목 잘 못해”

‘뭉찬’은 ‘농구 대통령’ 허재(54), ‘권총 황제’ 진종오(40) 등 종목별 레전드가 모여 조기 축구팀과 대결하는 내용이다. 팀 명칭은 ‘어쩌다FC’. 축구 월드컵에서 3골을 넣은 안정환(43)이 감독을 맡고 있다. 6월 13일 첫 회를 방송한 ‘뭉찬’은 지난 15일 최고 평균 시청률 5.6%를 기록했다. 20~49세 시청률은 7주 연속 동시간대 1위다.

25일 파주에 스포츠 레전드들이 뭉쳤다. 왼쪽부터 배구 김요한, 테니스 이형택, 씨름 이만기, 사격 진종오, 야구 양준혁, 마라톤 이봉주, 체조 여홍철, 격투기 김동현, 농구 허재. 파주=강정현 기자

25일 파주에 스포츠 레전드들이 뭉쳤다. 왼쪽부터 배구 김요한, 테니스 이형택, 씨름 이만기, 사격 진종오, 야구 양준혁, 마라톤 이봉주, 체조 여홍철, 격투기 김동현, 농구 허재. 파주=강정현 기자

각 종목 최고 스타가 모였지만 축구 실력은 기대 밖이다. 시청자는 이런 황당한 상황에서 재미를 느낀다. 진행자 김성주 아나운서는 “다들 운동신경을 타고난 분들이다. 그런데 축구를 이렇게 못할 줄 전혀 예상치 못했다. 심지어 나보다도 못하는 분이 있다”고 말했다.

어쩌다FC는 50~60대로 구성된 도봉축구회와 첫 경기에서 1-14로 졌다. 그나마 유일한 득점도 김성주가 기록했다. 연예인 축구단인 일레븐FC에는 0-3으로 졌다. 상대팀의 57세 배우 최수종을 막지 못해 쩔쩔맸다. 일각에서는 “재미를 위해 일부러 못하는 척 하는 것”이라는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이에 대해 진종오는 “이건 정말이다. 나도 이렇게 못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씨름 천하장사 10회에 빛나는 이만기(56)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그는 여러 방송에서 강력한 배드민턴 스매싱을 날려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왜 축구는 못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만기는 “난 축구도 잘한다”고 주장했다. 옆에서 이 말을 들은 허재가 “그건 형 혼자 생각이다. 옛날에 축구 안 해본 사람이 어딨냐. 천연잔디면 내가 더 잘했을 것”이라고 우겼다. 안정환은 “그라운드나 장비 탓하는 사람이 가장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만기도, 허재도, 안정환 감독 눈에 차지 않았다.

JTBC 예능 뭉쳐야 찬다에 출연 중인 스포츠 레전드들. 뭉찬은 중년 레전드들의 성장기를 그리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 JTBC 인스타그램]

JTBC 예능 뭉쳐야 찬다에 출연 중인 스포츠 레전드들. 뭉찬은 중년 레전드들의 성장기를 그리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 JTBC 인스타그램]

프로야구 선수 시절 ‘양신’으로 불린 양준혁(50)은 “야구는 두뇌 싸움인 반면, 축구는 체력 싸움이더라. 야구는 베이스까지 27.43m를 전력 질주하면 되는데, 축구는 쉴 시간이 없다”며 “친구 (신)태용이가 ‘야구는 레저’라고 인터뷰 한 적이 있다. 축구를 직접 해보니 그 말뜻을 알 것 같다”며 웃었다.

종합격투기 UFC에서 13승을 올린 김동현은 “축구는 포지션 별로 역할을 분담한다. 혼자 다하는 격투기와 전혀 다르다”며 “축구는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어서 더 어려운 것 같다. 조기축구팀을 상대해도 조직력에서 밀려 고전했다”고 말했다.

종목별로 요구되는 신체 능력이 제각각이라는 사실이 ‘뭉찬’을 통해 재확인됐다. 농구대잔치 최우수선수(MVP) 3회 수상자 허재는 “농구는 상대를 속이는 운동이며, 반사신경이 중요하다. 사용하는 근육이 축구와 다르다. 농구는 위로 점프하는 반면, 축구는 앞으로 치고 나간다”고 설명했다.

배구선수 출신 김요한(34)은 “배구는 순발력·점프력·손 감각이 중요하다. 배구는 네트를 두고 겨루는데, 축구는 상대와 몸싸움을 한다. 실내가 아니라 뙤약볕에서 뛰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마라토너 이봉주(49)는 “마라톤은 계속 달리면 되는데, 축구는 방향 전환이 많다. 순간 스피드도 중요하더라”고 했다.

지난 6월 18일 JTBC 예능 뭉쳐야 찬다 제작발표회. 왼쪽 앞줄부터 방송인 김용만, 전 마라톤선수 이봉주, 전 레슬링선수 심권호, 사격선수 진종오, 전 축구선수 안정환, 전 야구선수 양준혁, 전 농구선수 허재, 전 씨름선수 이만기, 방송인 김성주, 이종격투기선수 김동현. 김용만은 레전드들이 운동신경이 있고 습득능력이 빨라서 팀워크만 더 갖추면 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18일 JTBC 예능 뭉쳐야 찬다 제작발표회. 왼쪽 앞줄부터 방송인 김용만, 전 마라톤선수 이봉주, 전 레슬링선수 심권호, 사격선수 진종오, 전 축구선수 안정환, 전 야구선수 양준혁, 전 농구선수 허재, 전 씨름선수 이만기, 방송인 김성주, 이종격투기선수 김동현. 김용만은 레전드들이 운동신경이 있고 습득능력이 빨라서 팀워크만 더 갖추면 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합뉴스]

테니스 이형택(43)과 체조 여홍철(48)은 그나마 축구 실력이 나은 편이다. “별명이 대통령인 스포츠맨은 나밖에 없다”던 허재도 “축구 실력은 형택이가 가장 좋다”고 인정했다. 이형택은 “테니스 랠리를 하다보면 판단력과 동체 시력이 모두 중요하다. 민첩성과 백스텝이 필요하다는 건 테니스와 축구의 공통점”이라며 “대학 시절 테니스부와 육상부가 축구를 하면 우리가 이겼다. 육상은 앞으로만 달리는데, 우리는 옆으로도 뒤로도 뛴다. 또 테니스도 공을 가지고 노는 종목 아닌가”라며 웃었다.

발재간이 좋은 여홍철은 “체조를 할 때 다리를 돌리며 잔기술이 필요하다. 또 신체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게 축구와 체조의 특징”이라며 “체조는 항상 다리를 모으는데, 축구는 다리를 계속 움직여야 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어쩌다가 어쩌다FC를 이끌고 있는 안정환 감독. 그는 선수들 축구화를 꾹꾹 누르며 이곳으로 차라고 말해줄 만큼 세심하다. [사진 JTBC]

어쩌다가 어쩌다FC를 이끌고 있는 안정환 감독. 그는 선수들 축구화를 꾹꾹 누르며 이곳으로 차라고 말해줄 만큼 세심하다. [사진 JTBC]

그래도 어쩌다FC 경기력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진종오는 “나이는 어쩔 수 없다. 제2 외국어처럼 축구를 제2 종목으로 했다면 지금 더 잘할 것”이라며 “그래도 다들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눈치가 빠르다. 습득 능력도 좋다. 가을에는 첫 승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안정환은 “축구는 이해력이 가장 중요하다. 냉정하게 (레전드들) 축구 이해력은 초등학생 수준이다. 그래서 8세 훈련법을 하고 있다. 지금은 기본기와 체력을 강조하는 단계”라고 했다. 그는 이어 “여기 모인 분들은 각 종목에서 최고였다. 한 종목만 평생 해왔다”며 “나도 다른 종목을 한다면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빨리 1승을 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파주=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