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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아픔·열정 나누는 게 동정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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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호 21면

책 속으로

동정에 대하여

동정에 대하여

동정에 대하여
안토니오 프레테 지음
윤병언 옮김
책세상

이탈리아 문명비평가 저자 #예술·철학 속 동정 표현 추적 #“사랑과 겹치는 주관적 감정 #독립된 감정이냐 두고 논란도”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에게 동정(同情)은 행복의 조건이다. 그는 “동정은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하루하루 제 한 몸 거두기도 힘든 많은 현대인에게 동정은 사치다. 게다가 『동정에 대하여』의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타인에 대한 집중 자체가 힘든 스마트폰 문명 속에 살고 있기에 동정 발휘는 매우 힘들다.

이탈리아어판 표지는 빈센트 반고흐(1853~1890)가 그린 ‘피에타’(1889)를 썼다. 이탈리아어 피에타(pietà)는 우리말로 동정심·신앙심·경애심을 의미한다. 아들의 죽음에 망연자실한 어머니를 보고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만큼 동정은 외면하기 힘든 보편적 감정이자 가치다.

『동정에 대하여 : 가장 인간적인 감정의 역사』는 동정의 가치를 곱씹게 한다. 원제는 『동정 : 동정이라는 어느 감정의 역사(Compassione. Storia di  un  semtimento)』이다. 우리말 부제인 ‘가장 인간적인’ 대신에 ‘가장 불편한’ ‘가장 논란이 많은’도 적합하다.

동정에 대해 말들이 많다. 동정이라는 감정 자체의 존재 여부에 대해 ‘있다·없다’ 논란이 있다. 독립적인 감정인지 복합적인 감정인지에 대해서도 옥신각신한다. 현대 심리학은 독립적인 감정이라고 본다.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고흐(1853~1890)가 그린 ‘피에타’(1889). [사진 반고흐 미술관]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고흐(1853~1890)가 그린 ‘피에타’(1889). [사진 반고흐 미술관]

영어 ‘compassion’과 이탈리아어 ‘compassione’와 우리말 동정이 과연 같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 제기도 가능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동정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1) “남의 어려운 처지를 자기 일처럼 딱하고 가엾게 여김”, (2) “남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하고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도움을 베풂”이다.

저자 안토니오 프레테(79)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문명비평가·문헌학자다. 시에나대·파리대·예일대·콜레주드프랑스·하버드대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프레테는 동정에 대해 독창적인 정의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가 생각하는 동정이란 “타인의 고통을 공유하는 것, 타인과 함께 고통받는 것, 타인과 함께 열정을 공유하고 체험하는 것”이다.

이탈리어판 부제가 ‘동정이라는 어느 감정의 역사’이지만, 저자는 ‘동정의 역사’를 쓰는 게 사실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사람마다 각기 체험하는 감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철학·문학·미술에 나타난 동정을 살피는 ‘편법’을 구사했다. 고대 그리스·로마, 세르반테스, 도스토옙스키, 단테, 셰익스피어 등이 동정을 어떻게 표상했는지 살폈다.

다음과 같이 아주 다양한 질문을 하는 책이다. 동정은 위선인가. ‘나는 동정심이 있는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자기만족은 아닌가. 동정과 사랑은 겹치는 부분이 있는, 연장선상에 놓인 감정인가. (저자는 그렇다고 본다) 동물에 대해 느끼는 동정의 실체는 무엇인가. 동정은 동양 종교·철학에 어떻게 나타났는가. 동정은 정치화되어 권력의 도구가 될 수 있는가.

『동정에 대하여』는 『향수(鄕愁)』(1992), 『거리감에 대한 논문』(2008)과 더불어 저자의 감정 3부작을 구성한다. 저자에 따르면, 향수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에 대한 감정, 거리감은 부재에 대한 감정, 동정은 존재에 대한 감정이다.

이 책은 읽기가 쉽지 않다. 고급 독자를 위한 책이다. 정신을 집중해서 읽으면 의외로 명료한 책이다.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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