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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선고 예고에 지소미아 종료까지…‘시계 제로’ 삼성전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월 12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월 12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뉴스1]

삼성그룹의 위기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한·일관계 경색 등 굵직한 변수들이 한꺼번에 급전개 되면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대법원이 이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을 오는 29일 최종 선고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같은 날 결정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 계열사 직원은 “드릴 말이 없다. 현재로선 각자 위치에서 사업을 잘 챙기는 것 외에 딱히 대응책이 없다”고 말했다.

한·일관계 악화, ‘우회수입’까지 막히나     

지소미아 종료는 한·일간 외교·안보 이슈지만, 일본 정부가 이를 빌미로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에겐 악재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가 본격화한 이후 국내 소재 기업들에 대한 납품 문턱을 낮추는 등 국산화를 서둘러 왔다. 동시에 해외 소재 일본 협력사들로부터 재고를 확보하면서 한일 간 경색 국면이 완화되길 바라왔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제 일본 정부가 규제 품목을 확대하거나, (한국향) 수출을 아예 허가하지 않거나, 한국 기업들의 우회 수입까지 막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가 수입하는 포토레지스트 2건의 수출을 허가한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와 디스플레이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수출은 지금까지 단 한 건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둔화 등 외부 환경도 녹록지 않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은 최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삼성에 불리하지 않게 도와 달라"고 호소할 정도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IM) 사장은 최근 미국 현지 기자 간담회에서 “한 번도 ‘내년은 위기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올해 말이 되면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엿새 뒤 대법원 선고…삼성 ‘시계 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8월 6일 천안사업장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8월 6일 천안사업장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최대의 관심사는 코앞인 29일 예정된 대법원 선고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됐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대법원 선고는 계속 미뤄지다 최근 연말 설이 흘러나오던 중에 다음 주로 결정됐다. 더욱이 한·일 갈등과 조국 장관 후보자 논란 등으로 국내외 기류가 어수선한 시기라 삼성으로선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1·2심에서 뇌물액수 산정 등에 대한 판단이 엇갈린 만큼, 2심 판결의 파기 환송이 된다면 삼성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일상적인 사업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이뤄지겠지만, 미래 먹거리 발굴이나 국내외 대규모 투자 등 이 부회장이 직접 결정해야 할 사안들이 많다"며 "여러 악재와 동시에 싸워야 하는 삼성으로선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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