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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기다리래서“… 대전시의회 의장 사건 처리 지연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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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대전시티즌 선수 부정선발에 개입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은 대전시의회 김종천(51·더불어민주당) 의장 사건의 검찰 송치가 미뤄지고 있다. 수사 현장에서는 “(정권의)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한다.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 선수 선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종천(가운데) 대전시의회 의장이 5월 23일 대전지방경찰청으로 들어가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 선수 선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종천(가운데) 대전시의회 의장이 5월 23일 대전지방경찰청으로 들어가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김 의장 사건을 맡았던 수사팀은 지난 20일 기소의견으로 김 의장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같은 날 경찰청(본청)의 지시에 따라 송치를 유보했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본청(수사국)에서 기다리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대전경찰청, 20일 검찰 송치하려다 본청 지시에 연기 #경찰 내부 "여당소속 유력정치인 눈치본다" 볼멘소리

통상 지방경찰청에서 진행하는 사건은 수사·형사 부서를 총괄하는 과장(총경급)의 결재를 맡아 검찰에 송치한다. 수사를 마친 실무자가 컴퓨터에서 킥스(KICS·사건의 시작부터 종료까지의 전산처리 시스템) 프로그램의 버튼만 누르면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다. 관련 서류는 별도로 보낸다.

익명을 원한 수사관은 “유력 정치이건 평범한 시민이건 법을 어겼으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버튼만 누르면 되는 일인데 왜 지연시키는지 명확한 설명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원칙대로 수사한 뒤 절차에 따라 사건을 송치하겠다는데 본청의 지침을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경찰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본청 수사국은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김종천 의장 사건을 보고한 뒤 검찰에 송치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김 의장이 여당 소속 정치인 데다 대전지역 유력 국회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라 신중히 처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의장이 연루된 사건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전시티즌이 공개 테스트를 거쳐 선발한 최종후보 15명 중 일부(2명)의 점수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대전지역 시민단체가 제기했다. 심사에서 채점표가 수정됐고 이 과정에서 점수가 오른 일부가 최종후보에 올랐다는 내용이었다.

프로축구단 대전 시티즌의 선수 선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이 5월 24일 새벽 대전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스1]

프로축구단 대전 시티즌의 선수 선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이 5월 24일 새벽 대전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스1]

시민구단인 대전시티즌을 관리·감독하는 대전시는 자체감사를 통해 점수가 수정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1월 22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대전경찰청은 최종후보로 뽑힌 선수의 가족과 고종수 전 감독, 김호 전 사장, 코치진, 구단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했다. 김 전 의장은 지난 5월 23일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김 의장은 프로축구 대전시티즌 선수 선발 과정에서 고종수 전 감독에게 특정 선수를 추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조사 결과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육군 A중령에게 “아들을 잘 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고 감독에게 전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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