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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마초맨’ 샌더스는 ‘레볼루션’…美 유세노래의 정치학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8일 플로리다에서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장엔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 빌리지 보이즈의 '마초 맨' 등이 단골로 나온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8일 플로리다에서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장엔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 빌리지 보이즈의 '마초 맨' 등이 단골로 나온다. [로이터=연합뉴스]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은 본격 대선 시즌에 돌입했다.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부터 민주당의 20명에 가까운 후보들은 미국 전역을 훑으며 유세를 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유세장에서 음악은 빠질 수 없다. 후보가 유세장에 들어와 단상으로 걸어올라가는 때 트는 노래인 ‘워크업 송(walk-up song)’ 등을 포함한 ‘캠페인 송(campaign song)’ 선곡에 각 캠프는 공을 들인다. 노래 가사 및 아티스트의 정체성 등이 곧 그 후보의 이미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주요 10명의 후보들의 캠페인 송 306곡을 분석한 이유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워크업 송은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USA)’다. 일각에선 ‘국뽕’이라는 비판도 받지만 그의 지지자들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그의 슬로건과 함께 이 노래에 열광한다. 반면 사회주의적 성향을 가진 버니 샌더스 민주당 후보가 NYT에 보내온 곡 목록엔 ‘혁명(Revolution)’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캠페인 송의 정치학인 셈이다. 내년 11월3일 치러질 선거 때까지 미국을 뜨겁게 달굴 각 주요 후보들의 캠페인 송을 선별해 소개한다.

도널드 트럼프 ‘마초 맨’부터 ‘마이 웨이’  

NYT가 분석한 10인의 후보 중 트럼프의 플레이 리스트는 가장 ‘올드’하다. 약 30곡에 달하는 노래 중 69%가 1950~70년대에 만들어졌다. NYT는 “지난 (20)세기의 노래를 가장 많이 트는 후보로서는 트럼프가 단연 1등”이라고 전했다. 클래식 팝송인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My Way)’부터 한국에도 친숙한 빌리지 피플의 ‘Y.M.C.A’ ‘마초 맨(Macho Man)’ 등이 들어가 있다. NYT는 “트럼프는 쇼맨(showman)”이라며 “그의 유세장에선 노래가 큰 역할을 하며, 지지자들은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며 그에게 환호를 보낸다”고 전했다. NYT는 또 그의 캠페인 송 리스트가 대부분 백인 가수 및 밴드의 작품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민주당의 이민자 출신 여성 의원들을 공격하는 트윗으로 인종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 바이든+레이디 가가 vs 엘리자베스 워런+비욘세  

트럼프 대항마로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의 후보들은 20명 가까이 된다. 그 중 1~2위를 다투고 있는 이들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둘 다 백인에 70대라는 점. 고령이라는 점은 핸디캡이 되기도 한다. 같은 당의 ‘젊은 피’ 후보 피트 부터지지(37) 사우스벤드 시장 등이 “이제 미국에겐 신세대 정치인들이 필요하다”며 비판을 주도한다. 에릭 스왈웰(38) 상원의원은 1차 토론회에서 바이든을 겨냥해 “내가 바이든 전 부통령을 처음 텔레비전에서 본 건 내가 8살 때였다”며 바이든이 고령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그래서일까. 바이든은 캠페인 송 리스트에 레이디 가가의 ‘디 엣지 오브 글로리(The Edge of Glory)’ 등을 포함시켰다. 레이디 가가는 바이든과 함께 성폭행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워런 상원의원 역시 흑인 여성 가수인 비욘세의 ‘러브 온 탑(Love on Top)’ 등을 포함했다. 하지만 역시 나이는 못 속이는지, 두 후보 모두 자주 트는 노래는 팝의 거장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노래들이다.

‘혁명의 기수’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 노래 제목마저 혁명적  

샌더스 캠프의 캠페인 송 리스트는 딱 봐도 ‘샌더스-스러움’이 묻어난다. 약 20곡 정도 되는 노래 중 3곡에 ‘혁명(Revolution)’이 들어간다. 두 곡은 아예 제목이 ‘혁명’이고, 나머지 한 곡은 ‘혁명이 시작된다(Revolution Starts)’다.

나머지 곡 목록도 심상치 않다. ‘변화를 만들어내자(Make a Change)’부터 ‘봉기(Uprising)’ 또는 ‘민중에게 권력을(Power to the People)’에 걸쳐 아예 ‘거리로 나가자(Takin’ It to the Streets)’ 등의 제목이 등장한다. 그는 2016년 대선 유세장에서도 ‘혁명’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NYT는 “노래 제목만 봐도 샌더스가 주장하는 바를 명확히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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