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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체성 분명히 해야 안보와 경제 지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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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치혁 전 고합 회장

장치혁 전 고합 회장

광복절 경축사에는 국민이 공감하는 대목들이 있었다. 일본을 향한 온건한 표현은 기대를 걸게 했고 아베의 독침을 양약으로 바꾸는 관용이 엿보였다. 북한 비핵화를 강조하고 경제의 힘으로 공영하는 통일 방안을 제시한 것은 가능성에 의문이 있으나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다만, 장기 비전을 뒷받침할만한 로드맵이나 플랫폼 컨셉트 등 액션 플랜이 없어 아쉬웠다. 지금이라도 능력 있는 워킹그룹을 만들어 국민이 공감하는 비전 구현을 서둘러야 한다. 세계 경쟁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광범위하게 찾아 정부 인사와 교육·문화·연구개발 분야에서 정치색을 빼고 새롭게 국가 경쟁력 제고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힘없는 평화·번영 있을 수 없어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분명히

첨단소재 개발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린다. 어떤 것은 경쟁력을 위해 국제 협력 네트워크에 연결해 제품을 생산하는 등 세계 시장과 공존해야 한다.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자원·과학기술·인력만 있으면 무엇이든 생산할 수 있다는 고전적·2차원적·계급 투쟁적 사고를 했다. 하지만 우리는 자유기업주의와 자유무역·금융 등 글로벌 시장 경쟁에 부합하고 자유·창의를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대한민국을 발전시켜야 한다.

지금 세계는 강대국의 자국 제일주의, 실리주의로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 GDP의 60%를 넘어 10년 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놀란 미국은 무역·금융·연구개발·군사력·에너지 등 장기 전략 계획을 세우고 미국 제일주의로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장차 미국 주도의 새 질서가 설 것이다.

한국은 빠른 성장에 힘입어 GDP는 일본의 40%에 육박하고 개인소득은 80%를 넘어섰으며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됐다. 특히 과거 일본이 석권하던 세계 첨단 소비재 시장에서 한국이 앞섬으로써 일본도 한국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아베는 국제 관계 변화를 대일본국(大日本國) 재건의 기회로 삼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맞먹는 사이버 전력과 미사일을 개발하여 연일 우리를 위협하는 한편, 한국과 일본을 이간시켜 한미동맹을 흔들어 한국을 고립시키려고 한다. 또 내부 분열과 민족 감정을 자극해 ‘우리 민족끼리’와 ‘평화통일론’으로 북한식 통일을 꾀하고 있다. 중국은 불확실성 조성의 근원지로서 러시아·북한과 함께 우리에게 군사적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위력을 과시하며 불안감을 가중하고 있다.

중국·일본은 한반도를 수천 년에 걸쳐 수백 번의 침략을 자행한 나라들이다. 6·25 남침도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중국의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에는 성공했으나 정치적 민주화는 완성하지 못한 채 서거했다. 지금은 시진핑이 천하 통일과 중화주의의 대망을 품고 일대일로의 행보로 세계를 제패하려 한다. 중국은 21세기 글로벌 흐름을 역행해 자국 대국주의로 가고 있다.

이런 위중한 상황에서 한국은 진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최악의 경우를 가늠하고 최선의 생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악의 경우는 우리나라가 정체성을 밝히지 않고 엉거주춤하게 우왕좌왕하다간 우방으로부터 불신만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신뢰를 잃어버리면 풍랑 속에 고립돼 그 안에서 우리끼리 싸우며 아우성쳐도 살아남을 수 없다.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가 파탄 나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최선의 길은 대한민국이 자유와 정의·창의·인권을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자유 세계와 협력하여 자유시장 경제 노선으로 매진해 글로벌 수레바퀴를 돌리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그래야 일본·중국·북한과 싸우지 않고 윈-윈 할 수 있게 된다. 힘없는 평화와 번영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작지만, 자유시장에서 5G(5세대 인터넷)·IOT(사물인터넷)·AI(인공지능) 등의 세계화로 더 큰 나라가 될 수 있다.

장치혁 전 고합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