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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책 읽히니 회사 성장”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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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9호 21면

책읽는 사람들

하지공업의 안태상 대표. 2010년부터 사내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하지공업의 안태상 대표. 2010년부터 사내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1972년 설립된 경기도 화성의 하지공업은 수중 펌프를 전문 생산한다. 아버지가 세운 회사를 현 대표인 안태상(56)씨가 2006년에 물려받았다. 전 직원 스무 명 남짓, 지난해 매출은 50억원. 올해는 60억원이 목표다. 아직까지는 목표대로 순항 중. 지난해 매출도 그 전해인 2016년에 비교하면 20%가량 성장한 것이다. 안 대표는 전반적인 경제 침체에 역행하는 회사의 성과가 2010년 도입한 사내 독서 프로그램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펌프 생산 하지공업 안태상 대표

“책을 읽지 않던 사람들이 책을 읽으면 마음속에 어떤 결단을 내리는 데 익숙하게 되거든요. 발전·성숙·성장·인내, 책에 나와 있는 이런 메시지들이 직원들에게 체화되는 것 같아요.”

‘독서=성장’ 공식을 안 대표가 믿는 이유다. “눈에 보이는 결과를 노리고 독서 프로그램을 시작한 건 아니지만 직원 각자의 성공의 총합이 결국 회사의 성공이니까 독서를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주고 싶었던 거죠.”

안 대표는 “어떤 이슈를 두고 직원들이 회사와 얘기할 때에도 예전보다 타협이 잘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자신의 독서철학을 꺼냈다.

“어느 순간 누구나 인생이 헛헛하게 느껴지잖아요. 회사에서 봉급 꼬박꼬박 준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죠. 직원들이 책을 읽으면 그런 헛헛함에 대해 스스로 묻게 되고, 자신을 좀 객관화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회사와 얘기가 통하는 거고요.”

안 대표는 회사 독서 프로그램 도입 이전부터 독서인이었다. 대학 전공은 산업공학. 교회를 다녀 신앙 서적 위주로 대학 시절 내내 20, 30권 읽은 게 다였다. 졸업 후 입대해 상병 시절부터 연대장 당번병을 하며 시간이 남아돌자 시작한 게 독서였다. 『희랍인 조르바』 등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책을 열심히 챙겨 읽었고 이문열의 거의 모든 소설, 조정래의 『태백산맥』,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삶이냐』도 이때 읽었다. “아무도 없는 당번실에서 읽는 책의 저자는 내가 대화를 나누는 유일한 상대였다”고 했다.

독서 골든벨, 저자 초청 직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독서가 회사의 의무사항은 아니다. 그런데도 한 직원이 한 달 평균 한 권은 읽는다고 했다.

안 대표는 “4년 안에 회사를 두 배로 성장시키자는 ‘2in4’ 목표를 내걸 수 있었던 것도 독서 덕분”이라고 했다. 지난해부터 따져 2020년까지 매출 두 배, 직원들 월급을 두 배로 늘리고, 주4일 근무를 한 달 내내 운영할 계획이다. 두 번째 해인 올해는 한 달 2주를 주4일 근무한다. 이런 목표가 허울뿐인 슬로건에 그치지 않고 직원들이 따라와 주리라고 믿은 배경에 독서로 쌓인 신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였다.

안 대표는 인생의 책을 묻자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읽은 영국 동화 『플랜더스의 개』를 꼽았다. 소년 네로가 가장 빼어난 그림을 제출했지만 운 나쁘게 제일 밑에 깔리는 바람에 상을 받지 못했고 결국 사랑하는 개 파트라슈와 함께 얼어 죽는 이야기를 읽으며 ‘뭐든지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운명이라는 것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어렴풋이 품게 됐다는 것. 세상에 대한 눈을 뜨게 해준 책이라 할 만했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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