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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운용사에 몰빵? 조국 의문의 '74억 사모펀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이 한 사모펀드에 전 재산보다 많은 투자금을 약정한 것이 알려지면서 해당 사모펀드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사모(私募)펀드는 소수의 투자자에게서 돈을 모아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다. 현재 국내법상 49명 이하를 대상으로 한다. 공모펀드와 달리 ‘사인(私人) 간 계약’의 형태로 자금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

 최소 가입금액이 1억~3억원 수준으로 문턱이 높지만 자산가들이 몰리며 규모는 꾸준히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현재 사모펀드 순자산은 390조원에 이른다. 올 들어 8개월 새 59조원이나 늘어났다.

 사모펀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와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다. PEF는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거나 경영ㆍ재무 자문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조 후보자의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한 여러 의문을 제기한다. 업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운용사에 거액을 왜 투자했는지와 해당 펀드가 개인 자산 투자 거래에 쓰였을 가능성, 상속세 회피용 등이다.

 조 후보자 가족은 2017년 7월31일 코링크 PE가 운용하는 ‘블루코어밸류업1호’에 74억5500만원의 투자를 약정했다.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에 임명된 두 달여 뒤다. 투자 약정액은 조 후보자의 신고 재산(56억4244만원) 보다 많다. 조 후보자 가족은 약정액 중 10억5000만원을 납입했다.

 알려지 않은 운용사에 거액 투자…"상당한 신뢰 관계 있는 듯"

 업계에서 고개를 갸웃하는 것은 해당 펀드의 운용사(GP)인 코링크 PE다. 회사 대표인 이 모씨는 보험사 등에서 근무한 뒤 운용사를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들어본 적도, 알려진 바도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해당 운용사의 온라인 사이트는 16일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사모펀드, 특히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사모는 블라인드 펀드(투자처를 정해 놓지 않고 자금부터 모집하는 펀드)로 이런 펀드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운용사의 역량인 데 트랙 레코드도 없는 곳에 상당한 돈을 투자하고 약정한 것을 보면 상당한 신뢰관계가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결국 이 투자에서는 해당 펀드가 어떤 자산에 투자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혹시라도 해당 펀드가 조 후보자 일가와 관련된 다른 거래 등에 쓰였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속세 회피 지적… 조 후보자 "증여 등 합법적, 투자는 손실 중"

 일각에서 불거진 상속세 회피용 투자란 지적에 대해서 한 세무사는 “사모펀드를 자녀 명의로 해서 상속세나 증여세가 줄어들지 않는다”며 “다만 (투자 약정한) 해당 금액에 대해 증여세를 내면 자녀의 돈이 되고, 이후 상속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상속세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조 후보자측은 15일 “가족의 재산 형성, 재산 거래, 자녀 증여는 모두 합법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세금 납부 등에 위법한 부분은 없다”며 “블라인드 펀드 사모투자합자로, 투자 종목이 정해져 있지 않아 어느 종목에 대해 투자되었는지도 모르고 있고, 현재 손실 중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상황 따라 출자, 약정액 모두 납입하지 않을 수도

 전 재산보다 규모가 큰 약정액(74억5500만원)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조 후보자가 가입한 사모펀드는 약정을 맺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추가 자금 요청(캐피털 콜)을 하면 출자를 하는 방식이다. 약정 방식에 따라 납입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페널티가 있거나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조 후보자 가족의 납입액은 10억5000만원이다.

 업계 관계자 C씨는 “투자 약정을 했다고 해당 액수만큼 다 납입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운용사의 요청이 있으면 납입 의무가 있지만 요청이 없을 때 추가 납입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 D씨는 “약정한 뒤 돈을 더 안 넣었다는 건 추가 투자가 없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PE측이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추가 납입이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측은 “약정상 출자요청기한이 지나 추가 납입 의무가 소멸됐다”며 “출자 약정 금액은 유동적인 총액 설정으로 계약상 추가 납입 의무가 없었고 계약 당시 추가 납입 계획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코링크PE의 이모 대표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조 후보자 측으로부터 실투자금은 10억원가량임을 처음부터 분명히 통보받았다”며 “운용의 편의성을 위해 약정금을 75억원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당국 "당사자 합의 있으면 허위 신고 문제 안돼" 

 하지만 일부 시장관계자들은 PE 측이 펀드 자금 조성 규모를 부풀려 다른 투자자들을 모집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업계 관계자 E씨는 “운용사(GP) 편의를 위해 펀드 규모를 ‘뻥튀기’했다는 것으로 허위 신고를 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사자 간 합의만 있었다면 신고한 규모와 실제 운용액이 다르다고 해도 허위 신고로 문제 삼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조 후보자는 16일 출근길에서 “언론에서 저에 대해 여러 가지 점에서 비판ㆍ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국회에 가서 소상하고 진솔하게 답변드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현옥ㆍ박성우ㆍ정용환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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