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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원 투입에도 새만금 호수 수질은 최악…해수 유통 확대해야"

중앙일보

입력

28년째 간척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의 현재 모습. 방조제 안쪽으로 방수로를 쌓고 도로를 건설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수질 악화를 막기 위해 갑문을 통해 해수가 유통되고 있다. [자료 전북녹색연합 ]

28년째 간척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의 현재 모습. 방조제 안쪽으로 방수로를 쌓고 도로를 건설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수질 악화를 막기 위해 갑문을 통해 해수가 유통되고 있다. [자료 전북녹색연합 ]

1991년 시작돼 28년째 공사가 계속되고 있는 전북 서해안 새만금 간척사업.
내부 호수 수질 개선을 위해 4조 원의 예산이 투입됐고, 여전히 바닷물을 일부 유통하고 있지만 수질은 '6급수'의 최악 수준을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에 바닷물을 완전히 막고 담수호로 전환하기로 한 계획을 이행하기보다는 오히려 해수 유통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창현 의원과 공동 주최한 '새만금의 현재와 미래' 심포지엄에서 수년간 진행해온 새만금 내부 생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해수 유통 확대를 주장했다.

"농사도 못 짓는 6급수 수질될 것"

 새만금 수질조사지점 [자료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

새만금 수질조사지점 [자료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

전북녹색연합 한승우 새만금살리기위원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담수화 목표 시기인 2020년에 수질 목표치인 3급수(도시용수)는 물론 4급수(농업용수)에도 못 미치는 최악의 6급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새만금 호수 수질 악화는 바닷물 유입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새만금 현재(2019년 6월)의 수질 [자료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

새만금 현재(2019년 6월)의 수질 [자료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

새만금 두 지점(ME2와 DE2)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수치 변화. [자료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

새만금 두 지점(ME2와 DE2)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수치 변화. [자료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

지난 2006년 4월 방조제 최종 물막이로 바닷물의 유입량이 하루 70억㎥에서 10억㎥로 줄었고, 2010년 12월 방조제 안쪽 수위를 바깥쪽보다 1.6m 낮게 관리하면서 유입량이 다시 2억㎥로 줄었다는 것이다.

한 단장은 "1990년 전북 지역의 연안 어업 생산량이 14만톤이었으나 2018년에는 7만톤으로 절반으로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전남과 충남은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새만금 사업으로 인해 2018년에만 전북 어민이 1조689억원의 어업 손실을 본 셈"이라고 말했다.

호수 저층 산소는 고갈 상태

새만금 두 지점의 수심에 따른 용존산소(DO) 변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수심이 깊어짐에 따라 붉은선으로 표시된 용존산소(DO)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염도는 수심이 깊어질수록 높아진다. 염분으로 인해 층이 생기고, 물이 섞이지 않아 바닥층에는 산소가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자료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

새만금 두 지점의 수심에 따른 용존산소(DO) 변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수심이 깊어짐에 따라 붉은선으로 표시된 용존산소(DO)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염도는 수심이 깊어질수록 높아진다. 염분으로 인해 층이 생기고, 물이 섞이지 않아 바닥층에는 산소가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자료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오동필 공동 단장은 "새만금 방조제 안쪽의 수질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염분으로 인한 성층화 현상 때문인데, 염분 농도에 따라 물의 밀도가 달라 물이 섞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수 유통이 충분하지 않아 바다 호수도 아니고 민물 호수도 아닌 상태가 유지되면서 성층화 현상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호수 저층에서는 산소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26일 조사에서 수심 4~5m가 넘는 지점에서는 용존산소(DO)가 고갈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오 단장은 "개발 사업에 필요한 매립토를 확보하기 위해 호수 내부를 준설하면서, 호수가 깊어지고 산소가 부족한 영역을 점점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소 부족에 조개도 사라져

 사토 신이치 교수의 조사 결과. 2007년과 2009년을 비교하면 새만금 만경강 쪽 갯벌에서 계화도 조개가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대신 종밋은 숫자가 크게 늘어났다. [자료 사토 신이치]

사토 신이치 교수의 조사 결과. 2007년과 2009년을 비교하면 새만금 만경강 쪽 갯벌에서 계화도 조개가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대신 종밋은 숫자가 크게 늘어났다. [자료 사토 신이치]

일본 시즈오카(靜岡)대학 이학부 사토 신이치(佐藤愼一) 교수는 "2000년부터 새만금 호수 바닥의 생물상을 조사했는데, 2007년부터 산소가 매우 부족한 빈산소 상태의 수괴(水塊, 바닷물 덩어리)가 나타나고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심이 깊어질수록 빈산소 상태가 심해지면서 어떠한 생물도 관찰할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경완 연구원은 "간척 이후 생태계가 망가지고 갯벌이 말라 어패류가 감소하자 어민들은 생계수단을 잃고 심한 우울과 트라우마에 시달려왔다"며 "새만금 간척은 결코 생태적으로 건전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정의롭지 못하며, 문화적으로 수용 불가능한 국가 폭력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사업 성공 위해 해수 유통 결단을"

지난해 10월 정부가 변경, 발표한 새만금 내부 개발계획. 산업국제지역이었던 ①②③④⑤는 태양광 발전부지로 변경하고, 방조제 외곽에는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중앙포토]

지난해 10월 정부가 변경, 발표한 새만금 내부 개발계획. 산업국제지역이었던 ①②③④⑤는 태양광 발전부지로 변경하고, 방조제 외곽에는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중앙포토]

이날 심포지엄을 공동주최한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과 '2020 새만금 해수유통 전북행동' 측은 "새만금 수질과 생태계 복원은 물론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새만금 개발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도 해수 유통 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이번 행사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17년째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새만금 지역에 정기적으로 모여 꾸준히 생태 변화를 조사하고 있는 시민 모임이다.
또, ‘2020 새만금 해수유통 전북행동’은 새만금의 대안을 찾기 위해 전북지역 시민사회종교단체들이 올해 결성한 조직이다.

새만금 사업의 발자취 

새만금살리기 삼보일배. 2003년 6월 [중앙포토]

새만금살리기 삼보일배. 2003년 6월 [중앙포토]

새만금 방조제 공사구간 중 신시도와 가력도 사이 60m 구간의 물막이 공사가 마무리됐다. 마지막 물막이 공사를 위해 토석을 가득 실은 덤프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로써 첫 삽을 뜬 지 14년5개월 만에 세계 최장 33km의 방조제가 완공됐다. 2006년 4월. [중앙포토]

새만금 방조제 공사구간 중 신시도와 가력도 사이 60m 구간의 물막이 공사가 마무리됐다. 마지막 물막이 공사를 위해 토석을 가득 실은 덤프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로써 첫 삽을 뜬 지 14년5개월 만에 세계 최장 33km의 방조제가 완공됐다. 2006년 4월. [중앙포토]

새만금 방조제. 가력도 배수갑문 상공에서 신시도 방향으로 바라본 모습. 2009년 9월. [중앙포토]

새만금 방조제. 가력도 배수갑문 상공에서 신시도 방향으로 바라본 모습. 2009년 9월. [중앙포토]

제목:신시배수갑문 설명:하늘에서 본 새만금 방조제 신시배수갑문. 2010년 10월.[중앙포토]

제목:신시배수갑문 설명:하늘에서 본 새만금 방조제 신시배수갑문. 2010년 10월.[중앙포토]

전북 군산시 새만금방조제 신시도 상공에서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동서2축 도로 건설 현장. 먼저 물막이 공사를 한 뒤 안쪽 바다에 모래와 돌을 쏟아부어 메우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2017년 4월 [중앙포토]

전북 군산시 새만금방조제 신시도 상공에서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동서2축 도로 건설 현장. 먼저 물막이 공사를 한 뒤 안쪽 바다에 모래와 돌을 쏟아부어 메우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2017년 4월 [중앙포토]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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