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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유 살 돈도 못 뽑아"···빚 독촉보다 무서운 통장 압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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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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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이 압류돼 당장 분유 살 돈도 없어요.”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김 모(36, 서울 마포구) 씨는 눈앞이 캄캄하다. 5년 전 아버지의 사업 실패 이후 대부업체에서 빌린 1400만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2000만원이 됐다. 지난해 임신한 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면서 제때 이자를 못 갚은 탓이다. 장기 연체자가 되자 법원에서 채권 압류 통지서가 날아왔다. 곧바로 전 재산 200만원을 넣어둔 통장이 압류됐다. 김 씨는 “빚 독촉 전화보다 분유 살 돈이 없다는 게 더 무섭다”며 “다음 달부터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기로 했는데 이마저 압류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금융SOS 3회] #계좌 압류로 생계가 어려워진다면 #압류금지채권 범위변경 신청해야 #월 생계비 185만원은 압류 못 해 #전세보증금 중 3700만원 지킬 수도 #압류 방지 통장 ‘행복지킴이’도

 채무자가 빚이 많더라도 재산을 모조리 압류할 수는 없다. 적어도 생계를 유지하도록 한 달 생계비는 ‘압류금지채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현재 압류가 금지된 최저 생계비는 월 185만원이다. 채권자는 채무자가 보유한 전체 은행 계좌의 잔액이 185만원에 못 미친다면 압류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박정만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장(변호사)은 “채권자들은 연체가 이어지면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채무자의 예금 계좌를 압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때 압류금지채권을 알아두면 기본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돈은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통장 압류는 법원에 압류금지채권 범위변경을 신청하면 풀 수 있다. 압류가 금지된 범위의 금액에 한해서 압류를 풀어달라는 소송이다. 이때 생계형 예금임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박 센터장은 “채무자들을 상담을 해보면 상당수가 압류금지채권을 아예 모르거나 신청하는 방법을 어려워한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무료로 상담이나 소송 관련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빚을 갚지 못해 통장이 압류됐더라도 최저생계비인 185만원까지는 도로 찾을 수 있다. 압류금지채권으로 법원에 범위변경을 신청하면 된다. [중앙포토]

빚을 갚지 못해 통장이 압류됐더라도 최저생계비인 185만원까지는 도로 찾을 수 있다. 압류금지채권으로 법원에 범위변경을 신청하면 된다. [중앙포토]

실손의료보험과 국민연금도 압류 금지 재산  

 압류금지채권에는 생계형 예금뿐 아니라 정부가 지원하는 기초생활수급비, 아동수당 등도 포함된다. 법적으로 공무원연금이나 국민연금도 압류할 수 없다.

 보험은 어떨까. 박현진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채권자는 채무자의 보험금을 압류할 수 있지만 보장성 보험금 중 사고나 질병 치료에 쓰이는 비용은 제외된다”며 “대표적으로 실손의료보험이 해당되고 사망보험금도 1000만원까지는 압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대차보증금도 일정 범위 내에서 압류가 금지된다. 서울의 경우 압류할 수 없는 임대차보증금은 3700만원으로 임대차 보증금이 1억1000만원 이하인 소액임차인에 한해서다. 압류가 금지되는 임대차보증금 액수는 세종ㆍ용인ㆍ화성시가 3400만원이고 안산ㆍ파주ㆍ김포시는 2000만원 등이다.

 소액임차인은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도 보증금 일부는 돌려받을 수 있는 ‘소액보증금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처럼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임대차 보증금은 압류할 수 없는 재산으로 분류돼 있다.

 예를 들어 서울 거주자가 빚 때문에 임대차보증금 2000만원이 압류당해 이사를 할 수 없다면 범위변경신청으로 압류를 풀 수 있다.

소액 임차인은 보증금이 압류 되더라도 3700만원(서울 기준) 범위 내에서 돌려 받을 수 있다. 서울 잠실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서 행인이 매물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소액 임차인은 보증금이 압류 되더라도 3700만원(서울 기준) 범위 내에서 돌려 받을 수 있다. 서울 잠실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서 행인이 매물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압류를 원천적으로 막는 ‘행복 지킴이 통장’이 안전

[사진 중앙포토, pakutas]

[사진 중앙포토, pakutas]

 압류를 막기 위한 범위변경 신청에도 한계는 있다. 박 센터장은 “(범위변경 신청으로) 당장은 계좌 압류를 풀 수 있지만 다른 채권자가 (계좌를) 압류하면 다시 범위변경신청을 해야 한다”며 “두세 번 신청할 수 있지만, 소송 기간이나 비용이 부담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런 부담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싱글맘인 김 씨처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면 원천적으로 압류를 막을 수 있는 압류방지 통장(행복 지킴이 통장)을 만드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기초생활수급비 등 지원금이 일반 통장의 다른 돈과 섞여 압류된 탓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다중채무자가 늘자 정부가 2011년 도입했다. 기초생활수급비는 물론 기초노령연금, 장애수당, 한부모가족 복지급여, 아동수당 등도 행복 지킴이 통장으로 받을 수 있다.

 통장을 만들기도 쉽다. 은행에 복지급여수급 증명서를 제출하면 통장을 개설할 수 있다. 이후 관할 시군구청에 통장 사본과 함께 신청서를 내면 행복 지킴이 통장으로 복지 급여가 들어와 압류를 막을 수 있다. 단 수급자가 출금만 할 수 있을 뿐 돈을 입금할 수는 없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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