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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상품도 부활시키는 무한 덕질, 기업들도 눈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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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8호 09면

[SPECIAL REPORT] ‘내 새끼’ 위한 팬의 헌신 

서지(Surge) 무브먼트(사진 5)

서지(Surge) 무브먼트(사진 5)

팬덤은 아이돌에게만 생기는 건 아니다. 단종된 상품도 부활시킨다. 탄산음료 ‘서지(Surge) 무브먼트’가 대표적이다. 1996년 출시된 코카콜라 서지는 2003년 단종됐지만 2011년 미국의 한 청년이 페이스북에 ‘서지 무브먼트’ 페이지를 개설해 부활 캠페인을 벌였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은 3837달러로 코카콜라 본사 앞 광고판을 구매해 “우리는 서지를 살 수 없어 이 광고판(사진5)을 샀다”는 메시지를 올렸고, 꾸준히 ‘서지’ 이름으로 자선활동과 모금운동을 벌인 결과 지난해 재출시됐다. 한국에서도 소비자들의 단종 과자 부활 운동으로 치토스 화이트·선칩·치킨팝 등이 최근 재출시됐다.

팬클럽은 소비자 넘어 파트너 #코카콜라 서지, 치토스 화이트 … #열혈 팬덤 캠페인 덕 다시 출시돼 #편의점 CU엔 어벤저스·건담 등도

상품, 서비스까지 광범위하게 형성된 팬덤의 대중화 현상을 포착한 기업들은 참여형 ‘팬덤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이제 비즈니스의 성패는 지속가능한 팬덤의 소유 여부에 따라 갈리게 됐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과거에도 로열티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요즘은 구독 모델이 발달해 고객이 새 사업에 동참해주는 ‘기업운영 자산’이라는 인식이 생겼다”면서 “고객 기반의 모든 비즈니스는 팬클럽 비즈니스 방식으로 정의가 되고, 고객을 단지 거래대상이 아니라 지지자, 파트너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묘한 이야기 팝업존

기묘한 이야기 팝업존

젊은 세대 사이에 덕후몰이 중인 넷플릭스의 미드 ‘기묘한 이야기’는 7월 초 시즌3 방송을 앞두고 홍대앞에서 드라마 배경을 실사로 옮긴 팝업존(사진6)을 운영했다. 주택 한 채를 통째로 빌려 아케이드 존·방탈출 게임 등 다양한 체험 공간으로 꾸민 것이다. 팬덤이 몰려 연일 3~4시간의 대기행렬이 생겼고, 개장 1주일 만에 방문객 1만 명을 돌파했다.

중국의 샤오미도 열혈 팬덤 ‘미펀’을 성공비결로 꼽는다. 매주 ‘미펀’의 의견을 스마트폰 운영체제에 반영해 고유한 사용 겸험을 선사하는 전략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인 것이다. 레이쥔 회장은 “샤오미의 목표는 단 하나, 팬으로 하여금 샤오미 폰이 가치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O 세훈 비행기

EXO 세훈 비행기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도 7월 월례조회에서 BTS의 자발적 팬덤 ‘아미’를 화두로 꺼내며 ‘K뷰티의 위기를 팬덤 구축을 통해 헤쳐나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편의점 CU가 앞장서고 있다. 어벤저스·건담·명탐정 코난 등 각종 킬러 콘텐트 덕후를 겨냥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배달앱 배달의 민족도 ‘치믈리에’ 시험, ‘배민신춘문예’ 등 고객 참여 이벤트와 팬클럽까지 운영하며 팬덤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적극적인 팬덤은 그러나 변심도 빠르다. 깜찍한 외모와 패션센스로 인스타그램 팔로어 81만 명을 거느리던 인플루언서 ‘임블리’의 추락이 대표적이다.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단독 팬미팅을 열 만큼 인기를 누렸지만 얼마 전 ‘호박즙 곰팡이’ 사건 당시 고객관리에 소홀한 결과 팬덤이 순식간에 안티로 돌아섰고 사업도 위기를 맞았다.

김성철 교수는 “팬덤 비즈니스는 신뢰가 가장 중요한 게임”이라면서 “정보를 투명 공개하고 실수도 바로 인정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면서 고객에게 가치를 주는 경영 마인드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유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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