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시간 동안「무혐의」밝혔다"|김대중 총재, 검찰수사 반박내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검찰에서 15시간 여 조사 받았는데 나에 대한 혐의에 대해 아무런 유감없이 설파했고 할말 다하고 밝힐 것 다 밝혔다.
검찰 측은 서 의원 진술을 토대로 질문했고 서 의원 비서관이 진술한 말만 믿고 조사했으며 구체적 내용은 없었다.
언론보도를 보니까 검찰이 증거물을 제시했다고 했는데 전혀 없었다.
서 의원 공천과정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당시 총재직을 떠나 있었던 관계로 법적으로 공천 결정과는 관련이 없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서 의원 공천을 지지했었다.
서 의원 출국 당시 여비 1천 달러를 주고 LA민족학교. 윤한봉 씨를 만나도록 소개했다는데 윤씨 부분은 이치에 맞지 않고 사실이 아니다.
미국에는 내가 알고 있는 인권단체가 많았는데 윤한봉 씨의 LA민족학교를 소개할 리가 없다. 윤씨와는 전화 한 통화조차 해본 일없고 면접 한번 해본 적이 없다.
서 의원이 1만 달러를 나에게 갖다 주었다고 하는데 가당치 않은 조작이다.
서 의원이 우리 당 의원 중 제일 가난하고 방조차 못 얻어 의원회관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서 의원으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겠는가.
더욱이 우리 나라 돈이라면 모르지만 달러를 갖다주는데 과거 많은 경험을 했고 외국돈에 주의하는 내가 후원자가 주는 것이라는 돈을 덜컥 받았을 리 없다.
만약 서 의원이 돈을 나에게 줬다면 어디서 나왔고, 누가 줬는가를 물었을 것이고 국제전화를 해서라도 돈의 출처를 확인한 후 받지 않고 서 의원에게 돌려주었을 것이다.
검찰 측은 서 의원이 이 돈을 해외동포가 준 것이라 했고 돈 문제는 형사소추의 대상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서 의원이 지난 4월 찾아와 북한방문사실을 보고했다는 부분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안기부는 서 의원이 작년 8월 북한에 갈 때 내 친서를 갖고 갔다고 하고, 검찰은 4월에 알았다고 하는데 수사기관끼리도 서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이 지난 6월 이길재 위원장을 찾아와 총재에게 자세히 보고할까, 기자회견을 할까 상의한 것으로 봐도 4월에 알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서 의원 자신도 변호인접견 때 4월 보고설을 부인했다.
검찰 측에 4월 보고설의 근거가 무엇이냐고 묻자 서 의원비서관들이 서 의원에게 총재에게 이야기했느냐」고 질문했고, 서 의원이「그 일은 걱정하지 말고 너희 일이나 잘하라」고 답변했다는 서 의원비서관들의 진술에 근거한 것이라고 했다.
서 의원의 6월 대만방문 시도 부분은 내가 생각할 때 굳이 안 보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이 들었으나 2월 유럽에 갔을 때 궤도 이탈한 행동이 생각나 김원기 총무보고 혼자는 보내지 말고 다른 의원과 함께 보내라고 지시했었다.
김 총무가 결국 서 의원의 대만여행을 허용치 않았지만 만약 내가 4월에 서 의원의 방북사실을 알았다면 귀국하지 않을지도 모를 서 의원을 6월에 해외여행 시킬 리가 없다. 이 부분은 검찰 측도 수긍했다.
문익환 목사의 방북에 대해서도 질문이 있었는데 지난번 안기부조사 때 밝혔듯이 문 목사에게 정부승낙을 받고 떠날 것을 강력히 권유했었다.
심지어 북한에 갔다오면 구속될 것이 분명하고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을 것이며 통일논의 분위기도 해칠 것이란 말까지 했었다.
문 목사도 어떤 형식으로든 정부와 상의하겠노라고 했었다.
마지막으로 검찰 측이 할 말이 있으면 종이에 적으라고 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었다.
『서 의원 사건으로 국민에게 한없이 죄송하다. 그러나 정부가 개인의 사건으로 보지 않고 우리 당과 나에 대한 탄압으로 이용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우리는 반공과 안보, 그리고 정부안정을 위해 과거를 모두 잊고 최대한 협력을 해왔는데「정부가 5공 청산과 민주화를 회피하고 우리 당을 때려잡으려는 데 심히 유감스럽다.
이번 사건을 취급하는 안기부·검찰태도도 변호인의 접견을 막고 혐의사실을 공표 하는가 하면 사전 말 한마디 없이 입건하고 기소할 것이라고 예고하는 등 심히 정당치 못했다.
검찰이 어떤 조치를 하고 기소를 하더라도 개의치 않겠다. 주어진 사실에 당당히 대처해 나가겠다.
검찰은 국민이 선망하는 엘리트들인데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정당한 사무처리를 해주기 바란다.』

<평민당사 표정>
○…15시간 여의 검찰조사를 받고 23일 새벽 1시40분쯤 여의도당사에 도착한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전날 아침 검찰출두 때 침통한 표정을 지었던 것과는 달리 매우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 장에 들어와『좌우간 기자 여러분들, 평민당 출입하느라 고생이 많다』는 농담으로 인사.
약 20분간 계속된 회견에서 김 총재는 검찰이 주장한 자신의 혐의사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방법으로 검찰조사내용을 설명했는데『아무런 유감없이 설파했고 할말 다하고 밝힐 것 다 밝혔다』고 만족을 표시.
○…김 총재는 검찰 측이 증거물제시와 대질신문을 할 것이라고 예고한 점을 의식한 듯『증거물 제시도 없었고 대질신문도 없었다』며『특히 서 의원과의 대질은 내가 요구할까하다가 이미 변호인단이 지난 19일 양심선언에 가까운 진술을 받아냈고 비록 팔자가 기구해 옥중에 가있지만 우리 당에서 공천해 의원에 당선시킨 사람을 대질까지 하는 것은 인정상 곤란해 요구하지 않았다』고 소개.
김 총재는 서 의원 사건을 다룬 안기부와 검찰의 태도에 대해『변호인의 접견을 막고 혐의사실을 사전에 공표 하는가 하면 사전에 말 한마디 없이 기소 예고한 것은 정당치 못하다』고 비난한 뒤『검찰이 어떤 조치를 취하거나 기소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당당히 대처하겠다』고 강조.
○…기자회견이 끝난 뒤 김 총재와 김원기 총무는 총재실로 자리를 옮겨 당직자·의원들과 환담을 나눴는데 김 총재는『담당검사들이 비교적 성실하고 친절한 태도를 취한 것이 안기부조사 때와 달랐다』며『간단 간단히 대답했지만 검사들이 치밀하게 물어 시간이 걸렸다』고 조사분위기를 전달.
김 총재는 박상천·이상수 의원들로부터『조사시간이 늦어져 검찰청에 갔던 의원들이 항의를 했다』는 말을 듣고『저녁 먹을 무렵 검사가「조사를 이만하고 내일 또 계속하겠느냐」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하루를 넘기면 또 어떻게 될지 몰라 내가 밤을 새우더라도 마무리하자고 했다』고 밤늦게까지 조사하게된 사정을 설명.
한편 여의도당사에서는 예상과 달리 김 총재에 대한 조사가 밤까지 계속되자 한때 항의설명을 발표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소속의원 20여명은 조사가 길어지자 이날 밤 9시쯤 검찰청사로 몰려가 항의.

<이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