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카바디 국대 출신 미스코리아 우희준 “다음 목표는 특전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카바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미스코리아 왕관을 쓴 우희준씨. 최정동 기자

카바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미스코리아 왕관을 쓴 우희준씨. 최정동 기자

지난달 미스코리아에 선발된 우희준(25)씨의 이력은 톡톡 튄다. 카바디 국가대표를 지낸데 이어 ROTC(학군사관) 후보생으로 변신하더니 미스코리아 선에 뽑힌데 이어 지금은 경기장 아나운서다.

다양한 경력의 경기장 아나운서 #“편견에 맞서는 삶 살고 싶어요”

이렇게 많은 일들을 불과 5년 만에 해낸 이색 경력의 우씨를 최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났다. 자신의 경력을 소개하면서 그는 “다음 목표는 특전사 군인이 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우희준씨는 카바디 여자국가대표이자 ROTC 후보생이자 군인 출신 최초의 미스코리아다. 최정동 기자

우희준씨는 카바디 여자국가대표이자 ROTC 후보생이자 군인 출신 최초의 미스코리아다. 최정동 기자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좋아했던 우씨는 육상 허들 선수로 활약했다. 그러다 영어를 배우려고 미국 미네소타주 프리스턴고로 유학을 떠났다. 스무살 때는 TV 공개 채용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관광공사 정규직원으로 뽑혔다. 그러나 반년 만에 그는 일을 그만두고 인도로 여행을 떠났다. 서울 영등포 경찰서 강력반 형사인 아버지는 “너만의 인생을 살라”며 딸을 응원했다.

지난달 19일 서울 상암동 드림타워에서 만난 미스코리아 선 우희준씨가 카바디에서 득점을 올린 뒤 취하는 포즈를 선보였다. 카바디는 숨을 참는다는 뜻의 힌두어에서 유래한 인도의 전통놀이다. 최정동 기자

지난달 19일 서울 상암동 드림타워에서 만난 미스코리아 선 우희준씨가 카바디에서 득점을 올린 뒤 취하는 포즈를 선보였다. 카바디는 숨을 참는다는 뜻의 힌두어에서 유래한 인도의 전통놀이다. 최정동 기자

우씨는 여행지에서 인도 아이들이 모래 위에 선을 긋고 하는 놀이에 흥미를 느꼈다. 그 놀이가 바로 인도 전통 스포츠인 카바디였다. 그는 “카바디는 술래잡기와 피구·격투기를 혼합한 것 같은 운동이다. 여자부는 7인제 15분 경기인데 코트 안에서 공격수 1명이 상대 수비수를 터치하고 돌아오면 득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카바디의 매력에 빠진 우씨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부산에 위치한 대한카바디협회를 찾아갔다. 2015년 국가대표에 뽑힌데 이어 2016년엔 아시아 여자카바디선수권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선 5위에 올랐다. 오른쪽 공격수 우씨의 주특기는 큰 키(1m73㎝)를 활용한 백킥(뒷발차기)이다.

우씨는 졸업 후 군인이 되기 위해 ROTC에 지원해 합격했다. 카바디 대표로 국제대회에 입상하면 국위선양한 것 같아 뿌듯했고, 군인으로 국가를 지키고 싶다고 했다. 의무복무를 마친 뒤 장기복무를 원하는데 특전사나 통역장교를 꿈꾸고 있다. [사진 우희준씨 제공]

우씨는 졸업 후 군인이 되기 위해 ROTC에 지원해 합격했다. 카바디 대표로 국제대회에 입상하면 국위선양한 것 같아 뿌듯했고, 군인으로 국가를 지키고 싶다고 했다. 의무복무를 마친 뒤 장기복무를 원하는데 특전사나 통역장교를 꿈꾸고 있다. [사진 우희준씨 제공]

우씨는 현재 울산대 전기공학부 의공학전공 3학년생이다. 군인이 되기 위해 ROTC에 지원해 합격했다. 그는 “군인으로 장기 복무하고 싶다. 체력에 자신있으니 특전사에 지원할까 한다. 영어·중국어를 할 줄 아니까 통역장교도 좋다”고 했다.

지난 4월에는 친구들의 권유로 미스코리아 부산·울산 지역예선에 출전했다. 우씨는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고 출전했다. 그런데 엄마가 ‘내 꿈이 미스코리아였다’며 기뻐하셨다”고 말했다. 지역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그는 49명 중 2위에 해당하는 선에 뽑혔다.

미스코리아 참가자 36명 중 1번을 단 우씨는 첫번째 순서였지만 잘해냈다. ROTC에서 혹한기 훈련도 겪어봐서 깡이 좋다고 했다. 국가대표 출신이자 맏언니인 우씨는 합숙기간 동생들을 이끌었다. 대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1번은 참 씩씩하다는 칭찬이 자자했다. [뉴스1]

미스코리아 참가자 36명 중 1번을 단 우씨는 첫번째 순서였지만 잘해냈다. ROTC에서 혹한기 훈련도 겪어봐서 깡이 좋다고 했다. 국가대표 출신이자 맏언니인 우씨는 합숙기간 동생들을 이끌었다. 대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1번은 참 씩씩하다는 칭찬이 자자했다. [뉴스1]

미스코리아 대회 참가자들과 한 달 동안 합숙한 우씨는 “화장법을 잘 몰라서 동료들에게 배웠다. 대신 난 스쿼트 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동생들이 날 ‘엉짱(엉덩이 짱)’이라 불렀다”며 “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미인을 ‘자연미인’이라고 부르는데 난 그냥 ‘자연인’이다. 카바디와 ROTC의 명예에 먹칠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우씨는 최근 또 하나의 이력을 추가했다. 오는 30일 충북 충주에서 개막하는 세계무예마스터십에서 카바디를 영어로 중계하는 아나운서로 나선다. 우씨는 “미스코리아 대회 참가로 3개월간 훈련을 쉰 탓에 이번에는 선수로 뛰지 못한다. 아쉽지만 아나운서로서 카바디를 알리고 싶다. 앞으로도 편견에 맞서는 도전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