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콩 시위가 ‘색깔혁명’으로 변질됐다” 재차 엄중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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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홍콩 시위 사태를 ‘색깔혁명’의 하나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색깔혁명은 2000년대 초반 구(舊)소련 국가에서 공산주의가 붕괴하면서 일어난 일련의 민주주의 개혁 운동이다.

지난 5일 홍콩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민주 개혁'을 주장하며 경찰을 향해 최루가스통을 되던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일 홍콩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민주 개혁'을 주장하며 경찰을 향해 최루가스통을 되던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특별한 색이나 꽃을 상징으로 한다. 2003년 조지아에서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장미혁명’이 발생했고 2004년엔 우크라이나에서 여당의 개표 조작에 항의하는 시민이 오렌지 색 옷을 입고 행진하는 ‘오렌지혁명’이 일어났다.
중국에서 홍콩 사무를 총괄하는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은 7일 중국 중앙정부의 홍콩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과 공동으로 홍콩에 이웃한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서 550여명의 각계 인사가 참가한 가운데 ‘홍콩 시국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제까지 홍콩 사태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힌 대책 회의로서는 가장 격이 높은 것이다. 이 자리에서 장샤오밍(張曉明)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주임은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가 변질해 “분명한 색깔혁명의 특징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장샤오밍 주임은 “최근 홍콩의 시위와 폭력 사태 중 일부 사람들이 ‘홍콩 독립’을 고취하거나 ‘광복홍콩시대혁명(光復香港 時代革命)’ 등의 구호를 외치며 중련판을 포위 공격하고 또 멋대로 국기와 국가 상징에 모욕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행위는 ‘한 나라 두 체제(一國兩制)’ 원칙이라는 마지노선에 엄중하게 도전하는 것으로 홍콩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듯이 ‘범죄인 인도법’ 반대 사건이 변질해 분명하게 ‘색깔혁명’의 특징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색깔혁명은 대개 부패하거나 독재적인 정부에 대해 시민들이 특정한 꽃이나 색을 연대의 상징으로 내세우며 저항하는 운동으로 중국 공산당 정권이 극히 경계하는 것이다. 홍콩 시위는 검은 옷을 입은 시민에 의해 주도돼 ‘블랙혁명’으로 불릴 만하다.

중국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의 장샤오밍 주임은 7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홍콩 시국 좌담회'에서 "홍콩 시위가 변질돼 '색깔혁명'의 특장을 분명하게 띠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신화망]

중국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의 장샤오밍 주임은 7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홍콩 시국 좌담회'에서 "홍콩 시위가 변질돼 '색깔혁명'의 특장을 분명하게 띠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신화망]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를 색깔혁명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건 중국 당국이 시위 악화를 두고만 보지 않을 것이란 해석을 낳고 있다. 홍콩 명보(明報)는 8일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시위에 모자를 씌우려 한다”며 홍콩 민주파 인사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 주임은 또 “만일 홍콩 정세가 더 악화해 홍콩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동란에 빠지게 된다면 중앙 정부는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앙 정부는 동란을 신속하게 잠재울 충분한 방법과 힘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차하면 중국의 공권력이 개입해 계엄령 선포, 공안과 군 병력 투입 조처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그러나 중앙 정부의 개입 이전에 홍콩 경찰의 강도 높은 진압, 또 폭력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궐기를 촉구했다.
중련판의 왕즈민(王志民) 주임도 “현재의 투쟁은 이미 홍콩의 명운을 건 ‘죽느냐 사느냐’의 싸움이 됐다.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홍콩 시민들이 폭력 사태에 대해 절대 침묵하지 말고 정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홍콩 독립 외치며 중국 국기 모욕해” #“분명하게 색깔혁명 특징 띠고 있다” #“죽느냐 사느냐로 더 물러설 수 없어” #“홍콩 동란 발생 시 좌시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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