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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핑클, 캠핑클럽에서 입고 쓴 물건들 줄줄이 완판 시킨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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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요정’들이 일을 냈다. 14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걸그룹 ‘핑클’ 이야기다.

핑클이 14년 만에 완전체로 등장한 '캠핑클럽'의 공식 포스터. [사진 JTBC]

핑클이 14년 만에 완전체로 등장한 '캠핑클럽'의 공식 포스터. [사진 JTBC]

1세대 걸그룹 핑클의 귀환으로 화제가 된 JTBC 예능 ‘캠핑클럽’은 이효리·이진·옥주현·성유리 네 명의 멤버가 다시 모여 캠핑을 떠난다는 컨셉트에 방송 시작 전부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05년 활동을 중단할 당시 멤버 간 갈등이 결별 이유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이들은 2005년 이후 함께 활동 하진 않았지만 공식적으로 해체를 선언한 적은 없다). 껄끄럽게 활동을 접었던 이들이 다시 뭉쳐 좁디 좁은 캠핑카를 타고 함께 여행을 떠난다니 2000년대 초반 이들의 노래를 따라 불렀던 팬들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돌아온 원조요정들의 완판 파워  

일단 흥행은 대성공이다. 지난 7월 14일 첫 회를 방송하자마자 이들의 에피소드를 실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방송 2회 만에 온라인 클립 재생 수 1000만 뷰를 훌쩍 넘겼다. 더 놀라운 것은 38~40세로 중년이 된 ‘원조 요정’들이 입고 쓴 모든 물건이 화제를 모으며 폭발적으로 팔려 나갔다는 점이다. 방송이 나가자마자 동나 버려 이제는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물건도 많다.

성유리가 쓴 선글라스는 방송 이후 동이 났다. [사진 JTBC 캠핑클럽 영상 캡처]

성유리가 쓴 선글라스는 방송 이후 동이 났다. [사진 JTBC 캠핑클럽 영상 캡처]

가장 먼저 완판 소식을 알린 건 성유리가 방송 1회부터 쓴 선글라스다. 한국 아이웨어 브랜드 ‘뷰(VIEU)’의 도로시 모델로 성유리가 쓴 검정 선글라스는 방송 다음날 올여름 판매 물량으로 준비했던 200개가 모두 팔려 나갔다. 완판 소식에 브랜드의 SNS 공식 계정에는 하루에도 수십 통씩 “재생산 안 되나” “반품이 들어오면 알려달라”는 등 제품을 사고 싶다는 다이렉트 메시지(DM) 문의가 온다. 이곳의 김창엽 과장은 “3회에 쓴 얇은 금속 테의 갈색 렌즈 선글라스(그레이스) 역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며 “나 역시 학창시절 핑클의 팬이었지만 과연 관심을 끌 수 있을까 걱정도 있었는데, 그들의 힘을 다시 봤다”고 감탄했다.

옥주현의 세안 장면. 이때 등장한 클렌징밤 제품은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찍었다. [JTBC 캠핑클럽 영상 캡처]

옥주현의 세안 장면. 이때 등장한 클렌징밤 제품은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찍었다. [JTBC 캠핑클럽 영상 캡처]

이진이 자기 전 자루에서 뽑아든 베개 역시 관심이 모아졌다. [사진 JTBC 캠핑클럽 영상 캡처]

이진이 자기 전 자루에서 뽑아든 베개 역시 관심이 모아졌다. [사진 JTBC 캠핑클럽 영상 캡처]

옥주현이 “완전 생얼로 방송 나간 건 처음”이라고 말하며 사용했던 클렌징밤(파머시 그린 클린)은 14일 방송이 나간 후 판매량이 전주 대비 500% 이상 늘면서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찍었다. 미국 세포라에선 올해 1월~4월 클렌저 부문에서 누적 판매량 1위 달성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제품이지만, 국내 시장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제품이다. 김우식 파머시코리아 마케팅팀장은 “방송 이후 늘어난 주문량이 2주 넘게 유지되고 있다”며 “단일 제품을 넘어 브랜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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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이 캠핑카에서 사용했던 베개 ‘슬로우 클라우드 베개’ 역시 매출이 껑충 뛰었다. 김철호 슬로우 마케팅팀장은 “우리는 침대 토퍼와 매트리스가 주력 상품인데 최근엔 베개에 대한 문의가 이보다 더 많아졌다. 검색량도 늘어 출시 이후 3달 만에 베개 검색량이 전체 제품의 30%를 넘겼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성유리가 입은 아이보리색 반소매 블라우스(보브), 이효리가 입은 리본 블라우스(자딕 앤 볼테르), 이진이 입은 가운(로브로브 서울) 등 멤버들이 입은 옷도 방송 후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대부분이 품절된 상태다.

친근함·반가움 더해진 ‘향수’ 효과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완판 여신으로 통했던 핑클의 아성 다시 살아났다”며 환영하는 눈치다. 단 이들이 사용한 제품을 찾는 소비층은 달라졌다. 2000년대 초반 10~20대 여성들의 지갑을 열었다면 이번엔 20~40대로 연령 폭이 넓어졌다. 중년이 된 이들이 다시금 완판 요정이 된 힘은 어디에 있을까.
저명한 브랜딩 권위자인 마틴 린드스트롬이 자신의 책 『누가 내 지갑을 조정하는가』에서 설명한 '향수 효과'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좋은 기억인 향수(노스탤지어)야 말로 가장 강력한 심리적 설득자”라고 설명한다. 과거에 활동했던 유명인들이 새로이 모습을 드러내면 30~40대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어린 시절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게 되고, 그들이 사용한 물건에까지 호감을 느끼게 한다는 얘기다. 이승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역시 “과거 핑클의 팬이었던 사람들이 이들의 컴백을 반기며 친근함을 느끼고, 멤버들이 사용한 물건에까지 친근함과 호감, 신뢰가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2000년대 초반 핑클의 모습. [사진 일간스포츠]

2000년대 초반 핑클의 모습. [사진 일간스포츠]

같은 맥락으로 핑클 외에도 전성기가 지나 관심을 끌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던 많은 연예인이 최근 들어 제2의 전성기를 누린다고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방송 관계자는 “이영자·이경규씨에 이어 핑클까지, 오랜 공백기 후에 등장한 스타들이 출연하는 방송이 연달아 히트하면서 방송가에서는 ‘죽은 캐릭터 다시 보기’란 말이 돌 정도”라며 “실력을 갖춘 중견 방송인들을 다시 발굴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묵은 감정을 털어버리는 이효리와 이진의 모습. [JTBC 캠핑클럽 영상 캡처]

묵은 감정을 털어버리는 이효리와 이진의 모습. [JTBC 캠핑클럽 영상 캡처]

어찌 됐든 핑클의 인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결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원조 요정들의 모습은 참 보기 좋기 때문이다. 예뻐 보이려고 꾸미기보다 맨 얼굴에 헝클어진 머리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털털한 모습은 친구 같기도 이웃 같기도 하다. 특히 묵은 감정을 덤덤하게 털어내 버리고 서로를 끌어 앉는 모습은 보고 있는 사람의 마음도 훈훈하게 만든다. 이 기세를 몰아 핑클 완전체의 공연까지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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