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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총격범들이 범행 예고글 올린 '온라인 커뮤니티' 정체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텍사스 엘패소 총격 용의자 패트릭 크루시어스가 포착된 CCTV 장면. [AFP/KTSM9 방송=연합뉴스]

텍사스 엘패소 총격 용의자 패트릭 크루시어스가 포착된 CCTV 장면. [AFP/KTSM9 방송=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의 월마트에서 총기를 난사한 총격범 패트릭 크루어시스(21)가 범행 직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해 인종주의를 옹호하는 성명서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4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크루어시스가 총격 20분 전 온라인 커뮤니티 '에잇챈' 게시판에 4페이지 분량의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에 따르면 익명으로 올라온 해당 글에는 백인 우월주의를 찬양하는 내용이 적혀 있으며 극단적 행동을 암시하는 문구들이 담겼다. 글쓴이는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일자리를 빼앗고 있고, 미국이 여러가지 잘못된 문화를 혼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격을 '히스패닉의 텍사스 침공에 대한 대응'이라고 지칭했다.

경찰은 이 글의 내용과 크루시어스의 범죄가 일치하는 점을 근거로 글쓴이와 크루시어스가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크루시어스가 현장에 랩톱 컴퓨터를 휴대한 흔적이 없다며 모바일 계정을 이용해 해당 글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해당 글을 근거로 크루시어스가 증오 범죄를 일으켰다고 보고 있고, 미 법무부는 크루시어스를 연방 증오 범죄(federal hate crime)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CNN 등은 총격범들이 에잇챈이라는 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확성기로 이용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 커뮤니티에 범행을 예고하고 총격을 자행한 사건만 세 번째다. 지난 3월 뉴질랜드 남섬 최대도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 두곳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 때도 총격범 브렌턴 태런트(28)가 범행 직전 해당 커뮤니티 게시판에 73쪽 분량의 선언문을 게시했다. 또 지난 4월에는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파웨이의 유대교회당(시너고그) 총격 사건의 용의자 존 어니스트(19)도 범행 1시간 전 해당 커뮤니티를 통해 유대인 살해 계획을 밝혔다.

지난 2013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프레드릭 브레넌에 의해 개설된 에잇챈은 숫자 8을 누여놓은 형태가 '무한대 기호(∞)'와도 비슷해 '인피니티(Infinity·무한) 챈'으로도 불린다. 브레넌은 2015년 온라인 사업자 짐 왓킨스에게 사이트 운영권을 넘긴 상태다.

브레넌은 이번 엘패소 사건을 접한 뒤 NYT 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량 살상 소식을 들을 때마다 에잇챈과 관련돼 있는 게 아닌지 확인해보고 있다"면서 "그 사이트를 이제 닫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반 명예훼손 동맹의 조너선 그리블래트 대표도 NYT에 에잇챈이 공격자들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게시판이 됐다며 이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잇챈은 현재 구글로 검색되지 않으며 오픈 웹상 검색이 제한된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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