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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는 예능, 허훈은 국대…잘 나가는 허씨 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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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인 허재(왼쪽)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농구 월드컵에 처음 출전하는 그의 차남 허훈. 박린 기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인 허재(왼쪽)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농구 월드컵에 처음 출전하는 그의 차남 허훈. 박린 기자

‘농구 대통령’ 허재(54) 전 한국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요즘 ‘예능 신생아’로 불린다. JTBC 예능프로그램 ‘뭉쳐야 찬다’와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입담을 뽐냈다. 그가 했던 “회식하러 가자”, “그거슨(그것은) 아니지” 등은 유행어가 됐다. 광고 모델 섭외 요청도 들어오고 있다.

‘농구 대통령’ 부자 동반 인터뷰 #허재, 예능 출연 후 광고 요청 쇄도 #‘그거슨 아니지’ 등 유행어도 인기 #허훈, 중국 월드컵 국가대표 선발

‘허씨 집안’에 희소식이 하나 더 전해졌다. 프로농구 부산 KT 가드인 차남 허훈(24)이 31일 중국에서 개막하는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32개국 참가)에 출전할 국가대표팀(12명)에 뽑혔다. 최근 서울 중구 회현동 자택에서 ‘허씨 부자’를 만났다.

예능 ‘뭉치면 찬다’ 한 장면. [사진 JTBC]

예능 ‘뭉치면 찬다’ 한 장면. [사진 JTBC]

허 전 감독 방송 얘기로 시작했다. 허훈은 “진천선수촌에 TV가 없어 휴대폰으로 본다”며 “골키퍼인데 아빠가 자기편 백패스를 (손으로) 잡는 장면에서 정말 많이 웃었다”고 했다. 그러자 허 전 감독은 “야, 농구나 모니터해서 더 잘할 생각 해라”고 맞받았다.

시작부터 놀린 게 맘에 걸렸는지 허훈은 “아빠는 평소에 술이 들어가야 재미있는데, 방송에선 약주를 안 해도 재밌더라. 요즘 아빠 예능 보는 맛에 산다”고 칭찬했다. 그래도 허 전 감독은 “야, 농구 잘할 생각이나 하라고”라고 핀잔을 줬지만, 목소리에선 애정이 묻어났다.

뭉쳐야찬다에 출연 중인 예능샛별 허재 전 농구대표팀 감독. [중앙포토]

뭉쳐야찬다에 출연 중인 예능샛별 허재 전 농구대표팀 감독. [중앙포토]

허 전 감독은 예능 ‘뭉쳐야 찬다’에서 다른 종목 레전드와 축구를 한다. 허훈은 “제가 농구는 아버지보다 못해도, 축구는 더 잘한다. 어릴 때 별명이 ‘허메시’였고, 무조건 공격수였다”며 “제가 원톱을 봤다면 안정환 감독님 밑에서 에이스가 됐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래도 아빠가 축구 센스는 있어서 페인트 동작도 하더라”라더니 “(영화배우) 박중훈(허 전 감독과 용산고-중앙대 동기) 삼촌은 소셜미디어에 운동하는 사진도 올리던데, 아빠는 걷는 것도 힘들어한다”고 지적했다. ‘농구 대통령’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게 딱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인 허재(왼쪽)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농구 월드컵에 처음 출전하는 그의 차남 허훈. 박린 기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인 허재(왼쪽)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농구 월드컵에 처음 출전하는 그의 차남 허훈. 박린 기자

허 전 감독은 강호동(49)·서장훈(45)·안정환(43)에 이어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로 주목받는다. 예능에서 보여주는 예측불허의 ‘활약’에 대해 허 전 감독은 “평소처럼 솔직하게 하니깐 좋아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훈이 “원래 운동선수 4명이 사우나에서 떠들면 빵빵 터진다”고 거들었다.

예능 ‘뭉치면 찬다’ 한 장면. 허재는 2013년 KCC 감독 시절 심판 판정에 불같이 항의하면서 이게 블록이야 라고 수차례 외쳤다. 농구팬들은 블록이 불낙처럼 들린다며 불낙전골 광고와 합성한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사진 JTBC]

예능 ‘뭉치면 찬다’ 한 장면. 허재는 2013년 KCC 감독 시절 심판 판정에 불같이 항의하면서 이게 블록이야 라고 수차례 외쳤다. 농구팬들은 블록이 불낙처럼 들린다며 불낙전골 광고와 합성한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사진 JTBC]

허훈은 ‘예능 신생아’라는 아버지의 별명이 “귀엽다”고 했다. 허 전 감독은 “예능을 시작한 지 한 달밖에 안 됐으니 신생아가 맞다”며 “예능은 그냥 놀러 가는 마음으로 한다”고 말했다. 예능 출연과 광고모델 요청이 쇄도한다는 얘기에 허훈은 “아빠, 다해야죠”라고 응원했다.

왼쪽부터 허재 전 농구대표팀 감독과 차남 허훈, 장남 허웅. [중앙포토]

왼쪽부터 허재 전 농구대표팀 감독과 차남 허훈, 장남 허웅. [중앙포토]

허 전 감독은 지난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농구 대표팀을 이끌었다. 장남 허웅(26·원주 DB)과 허훈을 대표로 뽑아 ‘혈연농구’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은 동메달에 그쳤고, 허 전 감독은 곧바로 사퇴했다. 과연 두 아들이 뽑힌 건 실력이 아닌 혈연이었을까.

허훈은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윌리엄 존스컵에서 맹활약했다. 특히 일본전에 15점을 넣었다. 이 대회를 통해 월드컵 대표팀이 확정됐다. 허훈은 “여론이 안 좋아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야간에 따로 슈팅훈련도 했다. 특히 일본을 꼭 이기고 싶었다”며 “농구는 컨디션 좋은 사람이 뛰는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듣고 있던 허 전 감독은 “니가 감독이냐”고 한마디 하더니 “그래도 지난해 부상도 있었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을 텐데 대견하다. 키가 작다(1m80㎝)고 뭐라고들 하던데, (작아도) 실력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농구대표팀 가드로 활약 중인 허재 감독의 차남 허훈. [연합뉴스]

농구대표팀 가드로 활약 중인 허재 감독의 차남 허훈. [연합뉴스]

한국(세계 32위)은 농구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5위)·러시아(10위)·나이지리아(33위)와 함께 B조에 속했다. 조 2위까지 2라운드에 진출한다. 한국의 현실적 목표는 25년 만의 월드컵 첫승이다. 허 전 감독은 월드컵의 전신인 세계선수권에 세 차례 출전했다. 1990년 이집트전에서 혼자 62점을 넣었다. 허 전 감독은 “농구가 1대1 종목이라면 이길 수 있었을 텐데, 상대 장신 5명은 무슨 벽처럼 느껴졌다. 당시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될 것 같다’고 생각해 포기하기 일쑤였다”고 아쉬워했다.

허훈은 “(과거 월드컵에 출전했던) 형들이 ‘상대 5명이 팔을 벌리고 서 있으면 경기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며 “그 정도이니 본선에선 1승만 해도 정말 대박”이라고 말했다. “부딪히고 느껴봐야 업그레이드된다”는 허 전 감독 격려에, 허훈은 “밑져야 본전”이라며 “아빠가 ‘예능 신생아’이듯, 난 ‘월드컵 신생아’이니까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대답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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