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가장 많이 뛰고 가장 멀리 이동…혹사 맞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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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손흥민이 넘어진 뒤 일어나 웃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손흥민이 넘어진 뒤 일어나 웃고 있다. [연합뉴스]

'수퍼 손' 손흥민(27·토트넘)이 실제 선수들 가운데 가장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손흥민 혹사 논란'이 사실로 밝혀진 셈이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1일(현지시간) '한계(At the limit)-남자 프로축구 선수들의 부하량'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2018-2019 시즌 유럽 무대에서 활약한 선수 543명의 출전 경기, 이동 거리, 휴식 시간 등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선수협회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과부하'에 걸린 선수 16명을 꼽았고, 그 중 손흥민이 '가장 많이 뛰고, 가장 멀리 이동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손흥민은 지난 2018년 5월 25일부터 2019년 6월 13일까지 약 12개월 동안 78경기를 뛰고 11만㎞를 이동했다. 조사 대상 543명 선수 가운데 가장 바쁜 스케줄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1년 간 토트넘 소속으로 53경기(UEFA 챔피언스리그 12경기·EPL 31경기·리그컵 4경기·FA컵 1경기·구단 친선전 5경기)에 나섰고, 축구 대표팀 25경기에 출전했다. 78경기 출전을 위해 이동한 거리는 총 11만600㎞에 달한다.

반면 경기 후 휴식 기간은 길지 않았다. 선수협회는 "손흥민은 경기 후 닷새 이상 쉰 적이 78경기 가운데 28%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선수협회에 따르면 선수들은 경기와 경기 사이 최소 닷새 이상을 쉬어야 한다. 계절별로 겨울에는 14일 이상, 여름에는 28~42일의 휴식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손흥민의 경기 후 휴식 기간은 78경기 중 72%가 닷새 미만이었다.

선수협회는 손흥민 다음으로 '과부하'에 걸린 브라질 국가대표 골기퍼 알리송(리버풀)도 72경기 중 닷새 미만의 휴식을 취한 것이 79%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알리송의 이동 거리는 8만㎞로 손흥민 보다 짧았고, 골키퍼의 체력 소모와 운동 강도는 공격수보다 약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리버풀의 공격수 사디오 마네(세네갈)도 지난 1년 간 70경기 출전하고 10만㎞를 이동했으며, 닷새 미만의 휴식을 취한 뒤 출전한 경기는 68%에 이르렀다.

선수협회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선수 보호 차원의 적절한 출전 시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고 내용은 최소 의무 휴식일 보장, 연속 경기 출전 시 닷새 이상 휴식 보장, 과다한 경기 일정 금지, A매치 때 대륙 간 이동 횟수 최소화, 휴식과 회복을 위한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 매치 캘린더 이외의 추가 경기 금지 등이다.

그동안 축구팬 사이에서는 손흥민이 '혹사' 당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소속팀과 국가대표팀 경기에 쉼없이 출전하고, 훈련하는 스케줄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지난 6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마친 뒤 곧바로 대표팀 훈련을 시작하며 "혹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몸 상태도 좋다. 문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오가며 활동한 것에 대해 "부상 없이 치렀다는 게 가장 감사하다"며 "잘했던 때도, 못했던 때도 있었지만 모두 소중한 순간들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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