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이도훈은 도착했지만…인공기 안 보이는 방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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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주요국 외교장관들이 모이는 태국 방콕에 한·미·일 북핵 6자회담 대표들도 집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비핵화 협상의 당사자인 북한은 보이지 않는다.

북한 주태국 대사만 참석할 듯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31일(현지시간) 전후로 방콕에 도착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는 장관들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이를 계기로 한·미·일 6자 수석 협의도 조율 중이라고 한다. 마음만 먹으면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을 방콕에서 바로 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 격인 북한이 보이지 않는다. 3년 내리 ARF에 참석해 북한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역할을 맡았던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이미 불참을 통보했다.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안보협의체다. 또 북한 외무상 등 고위급 인사의 참석은 주최국 입장에서는 최고의 ‘흥행 카드’이기 때문에 그간 아세안 국가들은 숙소 비용과 여비까지 제공하며 북한의 참여를 독려해 왔다.

30일 둘러본 방콕 시내의 주요 호텔은 투숙하는 각국 대표단의 국기를 게양했지만 인공기는 보이지 않았다. 당초 북한 대표단은 행사장인 센터라 그랜드 컨벤션센터 옆에 있는 인터콘티넨털 호텔에 투숙을 예약했다. 러시아·캄보디아·페루 대표단과 함께다. 하지만 북한 대표단은 지난주 예약을 취소했다.

이와 관련, 태국 외교부 관계자는 31일 기자들과 만나 “주태국 북한 대사(김제봉)가 ARF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ARF에는 장관급이 대표로 참석하지만 북한 외무성 본부의 고위급 인사는 등록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방콕=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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