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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양자회의 요청 또 거부…“RCEP 참석하지만 韓 못 만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이 한국 측의 양자 협의 요청을 또다시 거부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9일 브리핑을 갖고 “오는 2~3일 열리는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장관회의 자리에서 면담하자는 요청을 보냈지만, 일정상 어렵다는 대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세코 대신은 예정된 RCEP 일정은 소화하지만 한국의 요청은 일정상 참석할 수 없다는 답을 보내와, 사실상 우리 측의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을 방문해 로스 상무장관,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 등 미 정부와 의회 주요인사와 미 반도체협회 회장 등 업계 관계자, 싱크탱크 및 관련 전문가 등 경제,통상분야 핵심인사와 만나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사진 뉴시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을 방문해 로스 상무장관,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 등 미 정부와 의회 주요인사와 미 반도체협회 회장 등 업계 관계자, 싱크탱크 및 관련 전문가 등 경제,통상분야 핵심인사와 만나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사진 뉴시스]

이는 지난주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한국 측의 공개적인 양자협의 제의를 거부한 데 이어 유 본부장 명의의 제안 역시 거절한 것이다. 유 본부장은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밝혔듯 일본과는 언제 어디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RCEP 현장에서도) 이런 기회 있기를 바란다"고 재차 촉구했다.

유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양국 간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과거사 문제 해결의 도구로 이용한 매우 위험한 선례임을 알렸다”며 지난 23~26일 미국 방문 결과에 대해 보고했다. 유 본부장은 “미정부와 의회 주요 인사, 미국반도체협회 회장 등 업계 관계자 20여명을 두루 만났다”며 “미 주요 인사의 반응이 (우리 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의 정관계·산업계가 조속한 (한일)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게 골자다.

유 본부장은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이번 일본의 조치가 미국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며 “조속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미국 산업을 총괄하는 수출통제 담당 주무 부처다. 이어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마이클 맥컬 하원 외교위 간사 등 의회 인사와 싱크탱크는 “일본의 조치가 미국 경제는 물론 한·미·일 3각 협력 등 안보에도 영향을 미친다. 목소리를 보태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유 본부장은 특히 미국의 산업계 반응에 주목했다. 그간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던 업계가 그 영향을 체감하기 시작했다는 반응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정보기술산업협회(ITI), 전미 제조업협회(NAM), 반도체장비재료산업협회(SEMI) 등 6개 단체는 24일(한국시각) 유 본부장과 세코 경제산업상에게 공동서한을 보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 줄 것을 촉구했다. SIA에는 퀄컴·인텔 등이 가입해 있는 등 이들 6개 단체는 애플·구글·아마존 등 미국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아우르고 있다. 또 각 단체가 일본의 기업 상당수를 회원으로 하는 만큼, 이 같은 행동이 더 의미 있다고 유 본부장은 봤다.

유 본부장은 “미 반도체·IT 업계를 넘어 제조업계까지 금번 서한에 참여한 것은 일방적인 수출통제정책 변화가 글로벌 공급망에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업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서한에) 명시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간 우리 정부의 지적과 우려를 미 업계가 재차 확인해준 것으로 산업부는 보고 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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