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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무게 검색 이유 따로있다? 고유정 변호인이 본 반격 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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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말 잘해…자신 변호에는 적극적

신상공개 후 고유정. 오른쪽은 고유정에게 살해된 전남편 강모씨. 고유정은 "강씨를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신상공개 후 고유정. 오른쪽은 고유정에게 살해된 전남편 강모씨. 고유정은 "강씨를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피고인은 전남편을 살해할 목적으로 졸피뎀과 뼈 무게, 혈흔 등을 검색한 게 아니다. 전남편을 증오하지도, 졸피뎀을 카레에 희석해 미리 먹이지도 않았다.”

[사건추적] #고유정, 인터넷 검색한 이유 등 ‘촉각’ #호화변호인 무산…국선변호인과 재판 #재판부, “우발적 범행증거 가져오라”

지난 23일 오전 제주지법 201호 법정.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의 국선변호를 맡은 A(35) 변호사가 법정에 섰다. 그는 공판준비기일인 이날 재판에 불출석한 고유정을 대신해 계획범행의 증거와 정황을 담은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대부분 부인했다. 국선인 A변호사는 “피고인이 범행 전 휴대폰과 컴퓨터로 인터넷 검색을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살인을 위해 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우발적 살인이라면서 검색한 내용은 살해를 준비한 듯한 단어가 많다. 피고인 접견을 통해 다음 기일까지 진술을 준비해오라”고 주문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고유정은 첫 재판 때 재판부가 주문한 졸피뎀·혈흔 등 인터넷을 검색한 이유 등에 대한 법정 진술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재판에서 우발적 범행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언을 하기 위해서다. 고유정은 다음달 12일 오전 10시 제주지법에서 열리는 첫 정식재판에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23일 열린 재판은 공판준비기일이어서 고유정이 재판에 반드시 참석해야 할 의무가 없다.

앞서 A변호사는 이날 첫 재판을 통해 고유정의 계획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전남편 강모(36)씨의 성폭행 시도에 대응하다가 우발적으로 수박을 자르기 위해 가져간 흉기로 살해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이혼과정에서 강씨가 증오대상이 됐고, 졸피뎀을 카레에 희석해 먹인 후 수회 찔렀다는 등의 공소사실도 부인했다. 강씨를 살해한 뒤 혈흔을 청소하거나 시신을 훼손·은닉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를 증오해 계획을 세워 범행하지는 않았다는 주장이다.

고유정이 범행 도구를 사는 모습. 고유정은 전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중앙포토]

고유정이 범행 도구를 사는 모습. 고유정은 전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중앙포토]

전남편 살해외…공소내용 대부분 부인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고유정이 강씨를 살해한 것 외에는 그동안의 수사 내용을 모두 부인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에 체포된 후 수차례 허위 진술로 초기 시신 수습을 어렵게 한 데 이어 재판에까지 혼선을 주려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지난달 1일 긴급체포된 이튿날 “시신이 든 봉투를 완도항 인근에 버렸다”고 진술했으나 이틀 뒤 “완도 인근 해변에 유기했다”고 말을 바꿨다. 당시 경찰은 완도항에 이어 완도 해변 일대를 샅샅이 뒤졌으나 시신을 찾지 못했다.

이후 고유정은 이틀 뒤인 지난달 6일 돌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르겠다”고 한 뒤 시신의 행방 등에 대해 아예 입을 닫았다. 검찰에 송치된 뒤로는 “기억이 파편화됐다”며 진술 자체를 거부해왔다. “경찰이 고유정의 허위 진술을 믿는 바람에 시신을 수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일 고유정이 이혼과정에서 강씨에게 적개심을 갖고 있었던 점과 아들의 성씨 문제 등에 비현실적으로 집착을 보인 점 등을 토대로 구속기소했다. 소송 끝에 친아들(5)에 대한 면접교섭권을 갖게 된 전남편이 자신의 재혼생활에 장애가 될까봐 치밀한 계획에 따라 범행을 저질렀다는 판단이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제주도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손괴·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앞서 A변호사는 첫 재판 후 “피고인이 혼란스러워하지만, 얘기는 잘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고유정은 시신유기 장소 등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진술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변호사는“불안정한 심리상태로 인해 사건에 집중하지 못하고는 있지만, 협조하려는 마음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유정의 범행 행각도. [중앙포토]

고유정의 범행 행각도. [중앙포토]

시신유기 장소는 “기억나지 않는다” 고수

아울러 고유정은 변호인을 통해 자신의 억울한 상황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변호사는“피고인이 접견을 통해 속상하고 억울한 측면도 있다는 점을 얘기하곤 한다”며 “향후 재판을 통해 심경이 드러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A변호사는 또 “피고인 본인이 범죄 가해자로서 큰 잘못을 했고, 본인도 잘못을 알고 부끄러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고유정은 재판을 앞두고 호화변호인단을 구성했으나 모두 변호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일괄 사임하면서 국선변호인의 변론을 통해 재판을 받고 있다. 고유정은 당초 형사소송법 논문을 다수 작성한 판사 출신과 생명과학을 전공한 변호사 등으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살인 혐의 외에도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만큼 전문적인 변호인단을 꾸려 재판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흉폭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법정공방을 통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과 법률사무소에는 항의 전화가 쇄도하거나 홈페이지가 한때 폐쇄되기도 했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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