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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송·법률 등 100개 개방 제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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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종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국 측 수석대표가 13일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에서 중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분야에서 방송.전력.회계.의료 등 100여 개 부문을 시장개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제시했다.

한.미 양국은 FTA 2차 본협상 나흘째인 13일 상품 분야의 개방을 5단계로 분류하는 개방원칙에 합의하고 서비스 분야 협상안을 교환했다. 양국은 농업.섬유.의약품 등 분야에서는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 서비스 협상=김종훈 한국 수석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양국이 현재 서비스 분야에서 개방 유보안을 교환했다"며 "우리 측은 한.싱가포르 FTA의 81개 유보안보다 많은 수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한국 측 유보안에는 ▶방송.전력.우편 등 공공 분야▶법률.회계.세무.건축.의료.변리사.약국 서비스 등의 전문 분야▶운송.도박 등 100여 개 분야가 포함됐다. 외국인투자촉진법에서 외국인투자 제외.제한업종으로 규정하고 있는 신문.잡지.뉴스제공업(통신사).교육.공연예술업 등도 포함됐으며, 안경점업.해운교육업 등도 새로 추가됐다.

미국은 핵발전연료업.내항해운 등을 유보 대상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개방 제외 업종별로 현행 법률상 외국인 투자 제한 조치 등을 밝히면 FTA에서도 이를 인정해 개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개방 유보안을 제시했다. 7월부터 절반으로 줄어든 국산영화 의무상영제도(스크린 쿼터)와 기본통신산업의 외국인 지분 제한(49%) 등도 포함됐다. 회계.약국 서비스 등 60여 건은 현행 규제 외에 추가적인 규제를 할 수 없는 '현재 유보'로, 방송.전력 등 40여 건은 현재보다 더 큰 규제를 할 수 있는 '미래 유보'로 구분돼 제시됐다.

◆ 상품.농업.섬유 협상=상품 분야에서 한.미 양국은 개방원칙(frame) 협상에서 관세철폐 이행기간을 즉시 철폐부터 3, 5, 10년으로 나누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개방 예외 품목 등 포함할 '기타(Undefined)' 항목을 추가해 개방 대상을 5단계로 분류하기로 한 것이다.

양국은 각 품목을 어느 단계에 포함할지를 정한 품목별 시장개방계획(양허안)을 다음달 중 교환하기로 했다.

한국은 농업 분야에서 쌀.보리.사과.배.쇠고기.돼지고기 등을 시장개방에서 제외하거나 장기간에 걸쳐 관세를 감축해 나가는 '기타'품목으로 제시할 계획이지만 미국은 폭넓은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섬유협상에서는 한국이 5년 이내에 시장을 개방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이 수입품 급증 때 일시적으로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 '특별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의 도입을 요구하는 수세적 입장이다.

◆ 기타 협상=정부조달.경쟁 부문 등은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양국은 이날 개방 계획을 교환하고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학교급식에서 우리 농산물 우선 사용을 인정해 달라는 한국의 요청에 미국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양국은 또 경쟁 분야에서 양국 간 소비자보호를 위해 FTA에 관련 조항을 두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 조항은 양국이 소비자보호 법규를 집행할 때 상호 협력해 사기.기만적 상거래 행위의 규제에 공조하자는 내용이다.

금융 분야는 분야별 개방안 교환을 3차 협상으로 미루는 대신 한국의 우체국 보험과 보험 광고 규제 등 쟁점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미국 측은 한국 보험 광고에서 외국계 보험사가 차별적인 규제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한국 측은 보험개발원.보험협회 등 민간 전문가들까지 협상에 참석시켜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홍병기.강주안 기자 klaat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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