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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플랫폼 택시’는 본질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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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에 대해 날 선 비판이 상당하다. 플랫폼 사업을 운송·가맹·중개 세 가지로 나누고 각 사업 유형별로 정책방안을 준비한 정부로서는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플랫폼과 택시의 혁신적인 결합’을 도모해온 정부의 그간 노력이 결국 ‘플랫폼 택시’라는 세계 최초의 용어를 만들어내는 데 그친 것은 왜일까.

차량 공유와 택시 면허제가 핵심 #근본적 변화 해법을 외면 말아야

택시 노동자의 생존권 투쟁이 격화돼온 현실을 무시하고 정부가 차량 플랫폼 사업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당장 해결책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택시업계와 차량 공유 산업간 갈등의 본질을 회피한 채 곁가지만을 다루는 것은 옳지 않다.

문제의 본질은 ‘차량 공유 허용’과 ‘택시 면허제 존속’ 두 가지다. 첫째, 공유경제와 자율차 시대를 앞두고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를 우리도 이제는 허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둘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과 함께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이 규정하는 택시면허 기준, 택시 총량, 신규면허제한 등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일몰제 등을 통해 폐지해 나가야 하는가 문제다. 이 두 가지 이슈에 대해서 시민·업계·전문가 그리고 정부가 함께 참여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지금까지의 격렬한 갈등을 해소하는 해결책이다.

1912년 우리나라에 택시가 처음 등장한 이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 속에서도 국민의 발 역할을 해온 택시업계의 생존권을 우리 사회가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동안 놀라운 경제발전에 따라 승용차 평균 탑승 인원이 1.22명으로 낮아져 이제 나홀로 차량 비율이 82.5%나 된다. 하루 평균 주행시간은 불과 2시간이다. 90% 이상 움직이지 않고 주차돼 있다는 통계는 차량 공유시대를 더는 미룰 수 없음을 보여준다.

승용차가 신발처럼 필수품인 미국에서조차 20대의 운전면허 취득률이 30년 전보다 약 13% 하락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20대의 승용차 소유 비율이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즉, 한 대의 공유 차량이 22.8대의 개인 소유 차량을 없애고, 자율 주행차 한 대가 일반승용차 12대를 머지않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그런데 우리는 기술과 문명의 혁명적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왔는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한국시장에 야심 차게 등장한 우버는 택시 이익단체가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면서 격렬하게 반대하자 제대로 된 논의 한번 못해보고 불법 처분을 받았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다가 국내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가 2017년 11월에 서비스를 24시간으로 확대하려 했으나 이 또한 택시업계와 극한 대립을 겪었다. 오랜 진통 끝에 지난 3월에야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한 합의를 이뤄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 운송’에 대한 본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앞선 두 번의 ‘전투’에서 완승한 택시업계는 이제 전선을 현행법상으로는 합법인 렌터카 기반의 ‘타다’에까지 확장했고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 사회가 기존의 여객운수사업 관련 법 제도 틀 안에서 차량 공유와 택시를 해석하고 논쟁을 하면 결코 답을 찾을 수 없다. 당장 갈등 해소에만 급급하기보다는 근본적인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변화를 논의해야 한다. 2009년 우버가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 사회는 자가용 유상운송과 택시 면허제도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조차도 하지 못했다. 천연자원이 부족해 혁신적인 지식·정보기반 산업만이 살길이라는 우리가 이래서야 되겠는가. 오믈렛을 만들려면 계란 몇 개는 깨야 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