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남의 집서 바지 내린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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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에 사는 30대 주부 A씨가 지난 21일 인터넷 맘카페에 올린 '음란 행위' 피해 글. [사진 맘카페 캡처]

전북 전주에 사는 30대 주부 A씨가 지난 21일 인터넷 맘카페에 올린 '음란 행위' 피해 글. [사진 맘카페 캡처]
전북 전주에 사는 30대 주부 A씨가 지난 21일 인터넷 맘카페에 올린 '음란 행위' 피해 글. [사진 맘카페 캡처]

"누구세요?"

30대 주부, 맘카페에 '음란행위' 피해 공개 #"화장실 급한 줄 알았는데…너무 무서웠다" #경찰 "일단 주거침입…도주해 신원 몰라" #전주 완산경찰서 "공연음란죄 적용 검토"

"죄송합니다. 집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어요."

한 30대 주부가 대낮에 자기 집 마당에서 음란 행위를 하던 정체불명의 20대 남자와 나눈 대화다. 남자는 집주인을 보고도 놀라기는커녕 천천히 걸어서 집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여성은 손에 몽둥이까지 들었지만, 집에 나타난 괴한을 보고 공포에 떨어야 했다. 어린 딸이 집에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 21일 오후 4시쯤 전북 전주시 삼천동 한 주택가에서 일어난 일이다. 30대 주부 A씨는 이날 오후 11시쯤 전북 지역 주부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맘카페에 본인이 겪은 황당한 사건을 공개했다.

A씨는 21일 편의점에 다녀오면서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저 '지나치는 사람'이라고 여기고 집에 들어와 텃밭에 야채를 뜯으러 갔다. 그런데 그 남자가 A씨 집에 들어왔다. A씨 집은 주택인데 어린 자녀들 때문에 대문을 거의 열어 놓는다고 한다.

기겁한 A씨는 창고에 몸을 숨겼다. 남자는 들어오자마자 바지를 내렸다. A씨는 '처음엔 화장실이 급해 들어왔나'하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몇 분이 지나도 남자가 갈 생각을 않자 A씨는 창고 앞 몽둥이를 들고 나가 '누구냐'고 물었다. 남자는 '죄송합니다. 집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어요'라고 말하며 바지를 올리고 집 밖으로 나갔다.

A씨는 해당 글에서 "경찰은 제가 당하지 않았으니 그냥 '주거침입'이라고 한다"며 "7살 딸도 있다. (남자를) 잡을 때까지 (집 밖에) 못 내보낼 것 같다"고 했다. A씨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24일 "남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간 혐의(주거침입)로 한 남성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주한 탓에 남성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공연음란죄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전주 완산경찰서 관계자는 "공연음란죄를 적용하려면 다수의 사람이 보는 앞에서 음란 행위를 하는 이른바 '공연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아직 이 요건이 부족해 (지구대에서 처음에) 일단 주거침입 혐의로 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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