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맞춘 중·러… 中 “KADIZ 영공 아니다” 러 “침범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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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국 동해 방공식별구역을 무단 침입한 중국 전략 폭격기 훙(轟)-6. [일본 통합막료감부]

23일 한국 동해 방공식별구역을 무단 침입한 중국 전략 폭격기 훙(轟)-6. [일본 통합막료감부]

 중국 군용기의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침입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KADIZ 침범 이유를 묻는 중앙일보 질문에 “중국 군용기가 한국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구체적 상황은 알지 못한다”며 “하지만 방금 질문에서 침범이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중·한 양국은 우호적인 이웃 나라로 침범이라는 말은 사용에 신중히 해야 한다. 상황이 아직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국방부에 문의하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8월로 예정된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경고인지 이유를 물었지만, 즉답은 피했다. CNN이 이어 한국 외교부의 대사 초치에 대한 입장을 묻자 화 대변인은 “중국 대사가 초치된 상황에 대해 아직 알지 못한다”며 “분명한 점은 방공식별구는 영공이 아니며 각국이 국제법의 따라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KADIZ 무단 침입은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변한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늘 아침 중국 군용기 2대와 러시아 군용기 3대가 KADIZ에 진입했고, 러시아 군용기 1대는 독도 인근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해 우리 군이 대응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매체는 이날 자국 훙(轟)-6 전략 폭격기의 KADIZ 침입은 쏙 빼놓은 채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 사실만 부각해 보도했다. 국제뉴스를 주로 전하는 환구망과참고소식은 이날 오전 한국 언론을 인용해 “러시아 군용기가 처음으로 한국 영공을 침범했으며 한국이 경고 사격했다”고 속보로 보도했다. 신화사와 중국중앙방송(CC-TV)등 관영 매체는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중국 전투기의 동해 KADIZ 침입은 2017년 12월 18일 시작됐다. 지난해에만 8차례 진입했으며 매번 초치해 엄중히 항의했다고 베이징 소식통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한·중·일 세 나라의 방공식별구역이 중첩하는 이어도 인근 KADIZ는 한해 100차례 이상 빈번하게 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는 “한국 전투기가 전문적이지 못하게 폭격기의 항로를 가로질러 위험에 빠뜨렸다”며 “한국 영공 침범은 없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러시아 관영 통신이 보도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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