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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탈북자’와 ‘대전 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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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하현옥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하현옥 금융팀장

하현옥 금융팀장

‘대전동 아빠.’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 대치동에 전세를 얻는 아버지를 뜻한다. 국립국어원의 ‘2012년 신어 기초 자료’ 보고서에 실린 신조어다. 사실 ‘대전동’이나 ‘대전 세대(교육 때문에 대치동에 전세 사는 세대)’란 말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언론과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대전 세대’를 가속화한 주요 요인은 2001년 분당과 일산 등 수도권 지역의 고교 비평준화 폐지였다. 더 나은 교육 환경 혹은 학교에 대한 수요를 분산시켰던 비평준화 고교가 사라지자 이른바 ‘강남 8학군’으로 맹모(孟母)가 몰려들었다. 집값은 들썩였다. KB부동산의 주택가격 동향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년간 서울 강남권의 주택매매가격지수는 20.4% 상승했다.

곧 비평준화 폐지의 데자뷔가 펼쳐질 모양새다.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8개 자립형 사립고의 재지정을 취소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자사고와 외국어고 폐지의 공론화까지 주장하고 있다. 자사고가 입시 전문기관 역할을 하는 탓에 정책적 유효 기간이 끝났다는 게 그가 설명한 이유다. 조 교육감의 두 아들은 모두 외고를 졸업했다.

자사고를 공격하는 논거 중 하나는 고교 서열화다. 학업 능력에 따른 줄 세우기에 반대하는 논리다. 성적이 모든 판단의 잣대가 될 수 없는 건 맞다. 하지만 오디션 홍수의 사회에서 일견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줄 세우기가 학교에는 적용될 수 없는 이유가, 학업 능력은 재능이 아닌지에 의문은 생긴다.

제도가 바뀌고 시대가 변해도 맹모의 마음은 똑같을 터다. 유명 학군이나 더 나은 학교를 찾아 짐을 싸려 고민할 수밖에 없다. 재지정이 취소된 서울 8개 자사고 중 6개 학교는 강북 지역에 있다. 선택지가 사라졌으니, 맹모의 갈 길은 ‘탈북(강북 탈출)자’ 대열에 합류하거나 ‘대전 세대’가 되는 것일까.

하현옥 금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