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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26.5%, 중국 23.6%…날아오른 해외 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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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해외펀드의 일방적인 판정승이었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과 함께 올 상반기 펀드 실적을 평가한 결과 해외와 국내 펀드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2019년 상반기 펀드평가] #해외 수익률 톱10 중 9개 중국 #지수 따르는 ETF 상위권 독식 #박스 갇힌 국내주식형은 3.7% #채권형펀드로 7조3000억 몰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올 상반기(1~6월) 3.73%의 수익률을 올리는 데 그쳤다. 그나마 K200인덱스가 6.34%로 가장 높았고 배당주 펀드 5.2%, 중소형주 펀드 4.36% 순이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반면 해외 주식형 펀드는 펄펄 날았다. 상반기 평균 수익률은 17.65%였다. 유가 상승에 힘입어 러시아 펀드는 무려 26.48%의 수익을 냈다.

 관세 폭탄을 주고 받으며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운 중국(23.58%)과 북미(19.24%) 펀드도 고공행진을 했다. 글로벌(16.86%)과 유럽(14.26%), 브라질(15.77%) 펀드도 모두 국내 주식형 펀드과는 경쟁이 되지 않았다. 2017년과 지난해 초 수익률 고공행진을 했던 베트남 펀드(3.69%)만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냈다.

 개별 펀드로는 중국 펀드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포진했다. 수익률 상위 10위 가운데 9개가 중국 펀드였다. KB중국본토A주(47.3%), 삼성중국본토레버리지(46.82%) 등의 성과가 돋보였다.

 중국 펀드의 강세는 지난 5월 MSCI 신흥국 지수의 중국 A주 편입 비율이 5%에서 10%로 증가하면서 외국인 유입 자금이 늘어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미ㆍ중 무역분쟁 해소 기대감 등으로 상반기 20% 이상 올랐다.

 섹터별로는 일반산업(23.38%)과 IT(18.33%), 소비재(17.44%) 펀드의 수익률에 눈에 띄었다. 헬스케어 섹터는 11.19%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을 거뒀다.

2019년 상반기 수익률

2019년 상반기 수익률

 지수를 따라가는 패시브 펀드의 강세도 이어졌다.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상반기 수익률 1위를 차지한 미래에셋TIGER200IT레버리지ETF(22.05%) 등 1~4위가 모두 상장지수펀드(ETF)였다.

 ETF의 약진은 펀드매니저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을 방증한다. 가치투자로 유명한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도 7.41% 수익률에 그쳤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엔 수익률만 좋으면 투자자들이 수수료에 덜 민감했는데 최근엔 수익률도 박스권에 갇혀있다 보니 수수료 등에 민감해지며 수수료가 낮은 ETF 등 패시브 펀드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ETF 라인업도 과거에 비해 훨씬 다양해지며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분석했다.

 자금은 채권형 펀드로 대거 이동했다. 상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조3000억원이 빠져나간 반면 채권형 펀드에는 7조3000억원이 유입됐다.

 수익률이 높은 해외펀드에서도 1조8234억원이 빠져나갔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수익률 부진에 따른 자금 이탈과 더불어 해외 펀드의 차익 실현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형 펀드로 돈이 몰린 것은 연초 시장 전망이 대체로 비관적이었던 탓에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금ㆍ달러 선호 현상이 나타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미ㆍ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하반기에도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원은 “미국 등 상반기 성과가 좋았던 해외 시장의 강세가 언제까지 갈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며 투자자가 ‘적극적’이기보다는 ‘지키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개별 펀드 중에는 동양하이플러스채권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도드라졌다. 이 펀드에만 올들어 2조원 가까운 뭉칫돈이 들어오며 순운용자산이 3조4500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펀드로도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상반기 해외 부동산 펀드에 4898억원이 유입됐다. 국내외 부동산 펀드에는 2016년 이후 4년째 순유입이 이어지는 추세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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