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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국가의 대표"···北, 헌법으로 정상국가 못박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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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했다고 1일 보도했다. 2019.07.01.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했다고 1일 보도했다. 2019.07.01.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국가의 대표”로 헌법에 명문화했다. 지난 4월 11일 개최한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에서다. 북한은 헌법 개정 석 달여 후인 11일 대외선전매체 ‘내나라’ 웹사이트에 전문(全文)을 공개했다. 북한이 헌법을 온라인으로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개정 헌법에 따르면 김정은의 직책인 국무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영도자”로 자리매김했다. 사실상의 최고지도자에서 헌법상 최고지도자가 됐다. 정상국가를 지향하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헌법 서문에 핵보유국이란 표현은 유지한 채 선군(先軍)사상은 삭제했다. 핵보유국 표현 유지는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핵보유국 자격으로 임한다는 북한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평화협정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 헌법서 '국가를 대표' 최고영도자 명시

북한이 지난 4월 개정한 헌법에서 국무위원장의 지위에 대해 "국가를 대표한다"고 명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을 대표하는 국가수반임을 공식화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4월 개정한 헌법에서 국무위원장의 지위에 대해 "국가를 대표한다"고 명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을 대표하는 국가수반임을 공식화했다. [연합뉴스]

①국가대표 1ㆍ2진 체제=개정 헌법은 100조에서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영도자”라고 밝혔다. 북한은 2016년 6월 헌법을 개정하며 신설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영도자이다”라고만 명시했다. 과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맡았던 대외 국가수반 자격을 국무위원장이 맡도록 공식화한 것이다. 그런데 개정 헌법은 동시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대해서도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한다(제116조)”고 적시했다. 이 부분은 기존 헌법 그대로다. 즉 헌법상 국가 대표자가 국무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2명이 됐다. 하지만 국무위원장(김정은)은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영도자’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최용해)은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나라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한다’고 밝혀 업무의 성격을 다르게 했다. 비중 있는 외교는 김 위원장이 맡고, 신임장 접수 등 일상적 외교 업무를 최용해 상임위원장이 챙기는 방식이다.

최용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 11일 김정은 당과 국가의 최고수위 추대 6돌 중앙보고대회에서 보고를 하고 있다. [노동신문]

최용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 11일 김정은 당과 국가의 최고수위 추대 6돌 중앙보고대회에서 보고를 하고 있다. [노동신문]

②할아버지 ‘작품’은 역사 속으로=기존 헌법에 명시돼 있던 경제 건설 방식인 대안의 사업체계(공업·33조)와 청산리 정신과 방법(농업·13조)을 삭제한 것도 이번 헌법의 특징이다. 대안의 사업체계와 청산리 정신(방법)은 김일성 주석이 당과 기술(기사장), 경영(지배인)을 협의해서 진행해야 한다는 북한 특유의 경제건설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은 이를 각각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와 ‘혁명적 사업방법’으로 대체했다. 김 위원장은 집권한 뒤 지배인의 역할을 강조하고 기업(농장)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시행해 왔는데, 이번에 이를 명문화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 집권 후 이행해온 경제개혁을 이번에 법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앞에서 대화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조선중앙통신이 1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앞에서 대화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조선중앙통신이 1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③원로들은 집으로=개정 헌법은 총 7장 171조로 구성돼 2016년 때(7장 172조)보다 조문 1개 항이 줄었다. 최고인민회의 명예부위원장 제도가 폐지되면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8년 9월 헌법 개정에서 김일성 주석의 친동생인 김영주 등 원로들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명예부위원장 제도를 신설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이번에 이를 삭제했다. 선친 대의 원로에게 부여하는 직책을 없애면서 세대 교체를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2기 집권 출범에 맞춰 헌법 개정을 통해 정치 조직을 개편했다”며 “국무위원장을 국가수반으로 공식화한 것은 정상국가 지향 차원의 조치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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