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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하철 파업 장기화 조짐…시민 불편에 안전사고 우려

중앙일보

입력

부산지하철 파업 첫날 10일 오후 부산지하철 1호선 부산진역에서 출퇴근 시간 운행률 100%를 제외하고 평소에는 운행률이 70%로 배차 간격이 길어지자 벽에 기댄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지하철 파업 첫날 10일 오후 부산지하철 1호선 부산진역에서 출퇴근 시간 운행률 100%를 제외하고 평소에는 운행률이 70%로 배차 간격이 길어지자 벽에 기댄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지하철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이종국 부산교통공사 사장이 노조를 ‘적폐’로 표현하자 노조는 ‘노조 탄압’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노사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협상 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파업 이틀째 불편 호소하는 시민 늘어 #열차 안 온다며 난동 부린 60대 체포되기도 #노사간 갈등 깊어 협상 재개 불투명 #대체인력 피로도 높아지면 안전사고 우려

11일 오전 5시 30분 부산지하철 1호선 두실역에서 승차한 허모(51)씨는 “새벽 시간대에는 열차 간격이 15분 정도로 길어 한참 기다렸다”며 “어제는 파업으로 지하철 운행이 안 되는 줄 알고 택시비로 만원을 썼다. 빨리 파업을 끝내고 지하철이 정상운행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 10일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비상인력 59명을 투입해 출·퇴근 시간에는 열차를 정상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시간대에는 열차 운행률이 평소 대비 70% 수준이다. 열차 배차 간격이 1호선 기준 평소 6~6.5분에서 10~11분으로 늘었다.

지하철을 기다리던 한 승객은 승강장에서 난동을 부려 체포되는 일도 벌어졌다. 11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9시 30분쯤 부산 신평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A씨(67)가 우산으로 소화전을 쳐 비상등 커버를 깨트리는 등 난동을 부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붙잡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하철이 늦게 와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부산지하철 노조가 총파업 돌입 2일차인 11일 오전 부산 금정구 노포기지창에서 파업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부산지하철 노조는 2016년 12월 3차 파업에 이후 2년7개월 만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당분간 노사간 협상 계획이 없어 파업이 장기화 될 전망이다.송봉근 기자

부산지하철 노조가 총파업 돌입 2일차인 11일 오전 부산 금정구 노포기지창에서 파업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부산지하철 노조는 2016년 12월 3차 파업에 이후 2년7개월 만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당분간 노사간 협상 계획이 없어 파업이 장기화 될 전망이다.송봉근 기자

대체 인력이 투입된 탓에 운전 미숙으로 사고도 잇따랐다. 지난 10일 오전 10시 52분 3호선 연산역에서 수영역 방면으로 가던 열차가 승객이 다 타기도 전에 문이 닫혔다. 승객들이 문을 두드리며 항의하자, 다시 문이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낮 12시 10분에는 서면역에서 부전역으로 향하던 전동차가 선로 한가운데에서 3분가량 멈추기도 했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대체 투입된 인력의 피로도가 높아져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비상 투입 인력의 한계로 15일 이후부터 출퇴근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열차 배차 간격이 최대 25분으로 늘어난다. 열차 운행률은 평소 대비 50%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지만 노사 간 협상 재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사장이 지난 10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부산시민을 상대로 전쟁하자는 것을 막아내고 적폐를 정상적으로 돌려놓겠다’는 글을 올린 게 화근이 됐다. 노조는 ‘여론몰이식 노조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지하철 노조 남원철 정책기획부장은 “노조를 적폐로 보고 감정 조절조차 안 되는 이 사장은 리더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노조와 대화는커녕 싸움을 부추기는 사장과 어떻게 협상을 하겠냐”고 말했다. 이어 남 부장은 “중재에 나서야 할 부산시조차 노사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노조가 파업을 선언한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부산지하철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전국 어디보다 높고, 부산교통공사는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며 “파업에 대해 시민들이 얼마나 납득할 수 있냐”며 노조를 비판했다. 이에 부산시 관계자는 “노사 간 벌어진 사안에 시가 관여하면 논란을 부른다”고 해명했다. 노조는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가 협상 재개를 요청하면 적극 임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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