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인 정현종-소설가 성석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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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실로 개인적으로 찾아가 만나 뵌 첫 선생님이다. 내가 문학의 길을 걷게 된 데 인연이 깊다. 선생님이 심사하는 교내 문학상에서 1984년 시로 가작상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소설이 당선됐다. 같은 해 시도 함께 응모했는데 떨어졌다. 공교롭게도 86년 시 '유리닦는 사람' 등으로 '문학사상'을 통해 문단에 데뷔할 때도 선생님이 심사를 하셨다."(소설가 성석제)

"소설가이기 때문에 그런지, 자기가 남에게 뒤처지는 상황을 견디지 못해 하는 것 같다. 남들보다 잘 모르는 분야가 생기면 즉시 공부를 시작한다. 그런 과정을 통한 자료 수집이 소설 쓰는 데 도움이 될 거다. 최근에는 와인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화제가 되면 얘기해야 하는데 못하면 속상할 거다. 나는 전부터 와인을 마시긴 했지만 역시 소주와 맥주가 좋다."(시인 정현종)

'이야기꾼' 성석제(43)씨가 문인 생활을 시로 시작했다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들에게는 알려진 얘기다. 성씨와 정현종(64.연세대 국문과 교수)씨의 인연의 끈은 조금 덜 알려져 있다. 정씨는 84년 무렵 자신의 '시창작' 수업에 정외과생이던 기형도 등과 함께 출석했던 법학도 성씨가 시 과제물을 곧잘 써내 기억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다음 학기쯤엔가 개설한 '현대문학특강' 수업 중에는 김수영의 시에 대해 논문 길이 분량의 장문의 리포트를 발표해 인상 깊었다고 한다. 정씨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 소설가 재질이 엿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수강과 등단이 실마리가 된 두 사람의 인연은 정씨의 넉넉함과 성씨 특유의 붙임성 덕에 20년 가까이 살갑게 이어지고 있다. 둘 다 여행을 좋아해 1년에 한두 차례 지방 여행을 함께 떠나고 수시로 만나 밥도 먹고 술도 마신다. '해외 여행' 같은 신상 변동은 필수 통지 사항이다.

문단 주변에서는 2002년 성씨가 동인문학상 시상식에서 입었던 양복을 정씨가 빌려주었다고 소문이 났었다. 정씨는 "성씨가 상타기 한참 전에 집에 한번 왔기에 두 벌 있던 검정 양복 중 한 벌을 준 것"이라고 바로잡았다. 또 한가지. 정씨는 "86년 등단 심사 때 성씨 시는 같이 심사했던 김화영 선생이 먼저 추천했다. 나는 오히려 평가를 삼갔다"고 덧붙였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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