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0원, 1000만원 혜택...해외체류 23만명 ‘먹튀 진료’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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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료는 내지 않고 건강보험 진료만 받은 해외 거주자가 최근 3년간 22만8481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포토]

건강보험료는 내지 않고 건강보험 진료만 받은 해외 거주자가 최근 3년간 22만8481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포토]

해외에 장기 체류하면서 건강보험료는 내지 않다가 잠시 귀국해 국내 병원 진료만 받고 다시 출국하는 건강보험 ‘먹튀 진료’를 막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8일 해외 체류자가 국내에 들어와 건강보험 혜택을 받으면 그 달의 건강보험료를 반드시 내도록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건강보험법상 건강보험 가입자와 피부양자가 모두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경우 건강보험료의 납부를 면제하고, 국내에 입국하면 그 다음달부터 보험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달 이상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해외에서 머무르는 유학생, 주재원도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렇게 건강보험료를 면제받은 해외 체류자가 국내에 들어와 건강보험 진료를 받더라도 그달 내에 출국하면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건강보험료가 매달 1일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일부 해외체류자들이 이런 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 거주자인 A(58)씨는 2016년 6월18일 귀국했다. A씨는 귀국 직후 건강보험공단에 전화를 걸어 입국 사실을 알리고 가입자 자격을 되살렸다. C형 간염을 앓고 있던 A씨는 8일동안 국내에 머무르면서 병원에서 총 6번 진료를 받았고, 1076만원의 건강보험 혜택을 누렸다. 치료를 마친 A씨는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채 26일 한국을 떠났다.

A씨처럼 매달 2일 이후 입국해 병원 진료를 받고, 월말에 출국해 건보료는 내지 않은 해외 거주자는 2016년 7만392명, 2017년 5만3780명, 2018년 10만4309명 등 3년간 23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누린 건강보험 혜택은 2016년 117억3400만원, 2017년 112억4300만원, 2018년 190억2200만원 등 3년간 419억9900만원으로 나타났다. 개정안은 해외에 장기 체류하던 건강보험 가입자나 피부양자가 국내에 들어와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되면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매달 1일 이후 입국해 그 달에 다시 출국하더라도 병원 진료를 한번이라도 받았다면 건강보험료를 내게된다.

정 의원은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해외에서 지내다가 진료만 받으러 한국에 들어오는 건강보험 먹튀문제가 상당한 규모라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공평한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해외 출국으로 인한 보험료면제자도 건강보험급여를 받을 경우 해당 월의 건강보험료가 부과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이번에 발의한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시급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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