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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아내 폭행, 법원 단호했다…3시간 45분만에 초스피드 구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베트남인 아내를 폭행한 남편이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베트남 출신 아내를 무차별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 [연합뉴스] [뉴스1]

베트남인 아내를 폭행한 남편이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베트남 출신 아내를 무차별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 [연합뉴스] [뉴스1]

2분33초 폭행영상…법원도 혀 내둘러

베트남 출신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혐의(특수상해)로 체포된 30대 남편에 대해 법원이 즉각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건추적] #"도주 우려"…"무차별 폭력, 남편 엄단 의지" #광주지법 목포지원, 특수상해·아동학대 혐의 #남편, 영장심사 "언어·생각 달라 감정 쌓였다" #

광주지법 목포지원 나윤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두 살배기 아들 앞에서 베트남에서 온 아내 A씨(30)를 둔기 등으로 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B씨(36)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영장발부 사유에 대해서는 “도주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날 법원의 영장 발부는 매우 신속하게 진행됐다. 나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1시5분 실질심사를 마친 후 3시간45분 만인 오후 2시50분 영장을 발부했다. 통상 실질심사 후 7~10시간 정도가 지나야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초고속으로 영장 발부 검토가 끝났다는 말이 나온다. 3시간 45분에는 점심시간도 포함돼 있어 법조계 안팎에선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실질심사 시간 역시 단 22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짧았다. 이날 오전 10시43분에 시작된 실질심사는 오전 11시5분에 끝났다. 폭행 증거와 혐의가 확실한 만큼 시간을 끌지 않고 단호하게 영장을 발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법원은 ‘도주 우려’를 영장 발부 사유로 밝혔지만, 사실상 외국인 아내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남편을 엄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나 부장판사는 “폭행을 담은 증거(영상)가 확실한 데다 경찰이 조사한 혐의가 두루 인정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인 아내를 폭행한 30대 남편이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인 아내를 폭행한 30대 남편이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증거·혐의 확실…22분 만에 끝난 심사 

B씨는 지난 4일 오후 9시부터 3시간가량 영암군 자신의 집에서 아내 A씨를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리고 소주병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말이 서툴고, 말을 잘 안 듣는다‘는 게 이유였다. B씨는 또 낚시도구를 이용해 아이의 발바닥을 3대 때리고 고성을 지르는 등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폭행 당시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4주의 중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폭행 당시 어머니 곁에 있던 아들도 A씨가 돌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5일 오전 8시 7분쯤 “A씨가 남편에게 맞았다”는 A씨 지인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폭행이 상습적이고, 보복 범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 6일 B씨를 긴급 체포했다.

이 사건은 A씨 지인이 지난 6일 A씨가 남편에게 맞는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A씨 지인은 게시물에 베트남어로 “한국 남편과 베트남 부인 모습. 한국 정말 미쳤다”고 적었다. 2분 33초 분량의 영상에는 웃통을 벗은 B씨가 A씨 머리와 옆구리 등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차는 모습이 담겼다. B씨는 당시 기저귀를 찬 아들이 옆에서 “엄마” “엄마”를 울부짖었지만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가해 남편, “소주병으론 안때렸다”

해당 영상은 아내 A씨가 몰래 촬영했다. A씨는 경찰에서 “그 전에도 남편에게 계속 맞아 (사건 당일) 아들 가방을 치우는 척하면서 내 휴대전화를 가방에 꽂아놨다”고 했다. B씨는 경찰에서 “아내를 때린 건 맞지만, 소주병으로는 때리지 않았다. 술에 취해 페트병으로 때린 건 기억난다”고 주장했다.

앞서 B씨는 이날 오전 목포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당시 B씨는 “외국인 여성에 대한 구타 사건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데 할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내와)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도 달랐다. 그것 때문에 감정이 쌓였다”고 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이 사건과 관련해 베트남 치안총수를 만나 유감의 뜻을 밝혔다. 민 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람 베트남 공안부 장관 등을 만난 자리에서 “철저한 수사와 피해자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베트남인 아내를 폭행한 남편이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베트남인 아내를 폭행한 남편이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민갑룡 경찰청장, 베트남 측에 “유감”

민 청장은 “최근 한국 내에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사건이 양국간의 관계를 소원하게 하는 일이 되지 않도록 여기서 나타난 문제들을 근원적으로 해소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람 장관은 베트남 아내 폭행 사건과 관련한 베트남 측의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이날 회담은 지난 4월 민 청장이 람 장관을 초청하면서 성사됐다. 베트남 공안부 장관이 경찰청을 방문하는 것은 7년 만이다.

한편,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날 피해자 B씨를 찾아가 위로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진 장관은 B씨가 치료를 받고 있는 목포 한 병원을 방문해 B씨가 겪었던 고통을 직접 청취했다. 아울러 진 장관은 비공개 일정으로 진행된 만남에서 전남이주여성인권센터 등 관계기관 담당자에게 체계적인 지원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대한민국 얼굴에 먹칠을 해도 보통 그 이상”이라며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청원이 제기된 상태다.

목포=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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