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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8억 달러 들여 직원 건강 챙기니 산재 71%나 줄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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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3호 05면

[SPECIAL REPORT] 중앙SUNDAY·서울대 의대 ‘기업건강경영’ 실태조사 

캘리포니아의 골든엠파이어교통(GET)은 2013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직장 건강프로그램을 도입해 기사들의 건강을 크게 개선했다. [사진 GET]

캘리포니아의 골든엠파이어교통(GET)은 2013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직장 건강프로그램을 도입해 기사들의 건강을 크게 개선했다. [사진 GET]

캘리포니아의 버스회사 골든엠파이어교통(GET)은 2013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함께 직원 건강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잦은 야근과 일정치 않은 근무시간 때문에 운전사들이 비만과 성인병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GET는 운전사 대기실에 혈압계를 설치하고, 운동을 통해 1주일에 체중 1파운드(450g)를 줄일 경우 수건·물통·기프트카드 등을 주기로 했다. 80% 이상이 탄산음료였던 자동판매기 메뉴도 절반 이상을 과일 주스·야채 샐러드 등 건강한 식단으로 바꿨다. CDC가 평가한 이 회사의 건강지수는 2년 만에 104에서 164로 뛰었다. 특히 고혈압·당뇨·콜레스트롤 항목에서 효과가 컸다.

건강 지원 강화하는 선진국 #미, 직무 스트레스 관리 프로 운영 #“기업이 직원 건강에 1달러 쓰면 #직원 의료비 3.27달러 줄어들어” #영국, 직원 건강 도운 고용주 포상 #싱가포르, 기업과 공동기금 마련 #일본, 건강경영 기업에 금리 우대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정부와 기업은 직장 건강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당연히 직원 스스로가 건강을 관리해야 하지만,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도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경우 기업들은 1980년대부터 금연 프로그램, 건강 검진 등을 제공한 데 이어 2000년대 이후로는 사내외 운동 프로그램, 구내식당에서의 건강식 제공, 전문가 상담 등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직무 스트레스 관리, 운동 프로그램, 우울·불안·분노 해소에서 자녀 양육 상담까지 망라한 ‘직원 건강지원 프로그램(EAP)’을 도입했다. 포춘에 따르면 미국 500대 기업의 80%, 50명 이상 사업장의 35%가 이를 활용하고 있다.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8억 달러를 들여 이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39억 달러의 손실비용을 절감했으며 산업재해도 71% 감소했다.

정책적인 지원도 활발하다. CDC는 기업의 건강관련 프로그램 운영을 돕는 직장건강자원센터(WHRC), 직장에서 고혈압·당뇨 등 성인병 예방에 중점을 두는 건강한직장프로그램(NHWP) 등을 운영한다. 2009년에는 근로자복지법을 제정해 기업이 공인된 건강 프로그램에 지출한 비용의 절반을 세액공제해 준다.

이는 기업의 건강 비용 지출이 사회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10년 캐서린 베이커 당시 하버드대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기업들이 직장건강프로그램에 1달러를 쓸 때마다 직원들의 의료비용은 3.27달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결근으로 인해 기업들이 부담하는 비용 역시 2.73달러 감소했다. 베이커 교수는 “직원 건강에 대해 기업들이 투자하는 것은 복지 수준과 생산성을 높일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은 프로그램의 확대를 제안했다.

영국은 직원 건강과 복지에 기여한 고용주에게 보건장관상을 주고, 싱가포르는 기업과 공동으로 기금을 마련해 직원들의 건강 컨설팅, 운동기구 설치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건강 경영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2016년 경제산업성 주도로 건강경영브랜드를 선정하고 금리우대 등의 혜택을 준다.

중소기업이 이 같은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쉽지 않기에, 일본은 중소기업근로자복지센터를 통해 대기업과의 격차를 해소한다. 시·도 단위 센터가 헬스케어나 스포츠 센터, 교육 시설 등과 계약을 맺어 근로자들에게 제공한다. 지금까지 201개 전국센터에서 16만개 중소기업의 근로자 123만명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강성춘 서울대 교수는 “청장년층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건강관리에 나서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국가의료비 부담도 덜 수 있다”며 “정부에서 건강경영 기업에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52개 기업 노사 1명씩 304명 설문

이번 설문 조사는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으로서의 건강경영’이라는 제목으로 152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조사 진행은 건강정책평가컨설팅 전문기관인 덕인원이 대행했다. 설문조사 응답자는 사측의 해당업무 담당자와 노측 대표자 1명씩 모두 304명이며, 중소기업과 대기업 비중이 반반이 되도록 구성했다. (고용인 수 300인 미만 40개, 300~999인 35개, 1000인 이상 77개). 설문 구성은 서울의대 사회정책실 윤영호 교수팀이 개발한 기업건강경영지수를 바탕으로 했다. 이는 기업의 직원건강관리를 측정하기 위해 2012년 개발된 평가도구로, 국제적 타당도 검증을 마쳤다. 건강경영 목표는 크게 직원건강관리·소비자건강공헌·지역사회건강공헌 등 세개 분야로 나뉜다.

올해는 이 세 부문 중 직원건강관리 부문만 집중적으로 탐색한다. 소비자건강공헌과 지역사회건강공헌 부문은 연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앙SUNDAY와 서울대 의대팀은 현재 기업들의 해당부문 담당자들 인터뷰와 기업 건강경영 심층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기업환경에 적합한 직원건강경영 모델과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제안을 할 계획이다.

김창우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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