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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산케이 지국장 "한국, 일본 돈 3억 달러로 발전…잊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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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전 서울 지국장.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전 서울 지국장.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수출 규제를 시행하자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극우 언론인이 모든 것을 한국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5일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구로다 가쓰히로(黒田勝弘) 일본 산케이신문 논설위원이 출연했다. 그는 산케이신문 특파원으로 30년 이상 한국에서 지냈으며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역임했다.

“대법 배상 판결은 부당, 한국이 해결해야”

구로다 논설위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일본 기업들이 배상하라는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 판결을 거론하며 “개인 보상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조약에 의해 해결됐다. 노무현 정부 때 보상도 했다. 그런데 인제 와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일본 기업에 돈 내라는 건 약속 위반이라는 게 일본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기업에게 배상하라고 하지 말고 한국 정부가 국내적으로 해결해 달라”고도 했다.

이에 진행자는 “협정을 맺으면서 일본은 ‘우리가 잘못했으니 배상한다’면서 준 게 아니고 독립 축하금 혹은 경제협력자금으로 준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 개인이 개별기업에 배상을 받을 자유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고 우리 대법원도 그게 맞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구로다는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대법원의 판결은 한국 국내 사정에 의한 결과다. 조약은 국제법이다. 국제법이 우선이냐는 건 나라마다 견해가 다르지만 일본 측에서는 국내적인 사정이 있어도 국제적인 약속은 지켜달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日 자금으로 한국 위상 오른 것 모르나? ” 

구로다 논설위원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때 일본이 한국에 무상으로 지급한 3억 달러가 한국 발전의 토대가 됐다는 발언도 했다.

“일본이 36년 우리나라 지배하면서 우리에게 저지른 만행이라든지 우리가 그것으로 인해서 피해 본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냐”는 비판에 구로다는 “1995년 이후 한일 국교 정상화를 계기로 한일 간에 협력관계가 시작된 것이다. 그 결과가 지금 한국 발전의 기초가 됐다는 것”이라며 “그 당시 상황을 알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국이 그때 얼마나 가난한 나라였는지, 국제적인 평가도 없고. 한일 국교 정상화에 의해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다른 나라도 한국에 투자하고 협력하게 된 것이다. 그런 효과가 있었던 것도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은 3년간 지배한 필리핀에 5억5000만 달러, 인도네시아에 2억2308만 달러를 지불했다. 36년을 지배한 우리나라에는 당시 제대로 된 사과 없이 경제협력자금 명목으로 3억 달러만 지급했다.

그는 또 일본이 36년 일제 강점기 동안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 진정한 사과나 반성 없이 갈등만 생기면 ‘1965년 3억 달러 주지 않았는가’라고 말한다는 지적에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일본 총리의 한일 공동 성명에서 사과, 반성이라는 표현을 썼고 아베도 그런 표현을 썼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맺은 협정에 의해) 위안부 할머니 중 살아계신 분들의 70%가 위로금을 받으셨다”며 “받았다는 건 합의를 긍정 평가했다는 것이다. 한국 측 요구에 대해 일본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당시 한국의 상황, 국제 환경을 생각할 때 일본에서 준 그 돈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중했는지 그걸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이 과거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한국에 대해 많이 협력해 왔다”라고 덧붙였다.

“한일 국교 정상화는 한국 발전의 기초 ” 

구로다의 주장에 진행자는 “이 말을 계속 듣는 것에 청취자들이 상당히 불편해한다. 도와주자는 마음으로 자유무역을 했다는 말은 아니지 않냐. 열심히 노력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에 지금 상당히 모욕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일본의 입장이 ‘우리가 도와줬다. 3억 불 줬으니 우리가 얼마나 도와줬기 때문에 너희들이 이렇게 잘살게 된 것 아니냐’라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깔렸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렇게 사과와 반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착잡한 마음이 있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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