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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이배 감금' 한국당 의원들 "수사권조정때 보자" 경찰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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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4월 25일 오전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을 오신환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는 사보임계를 팩스로 제출하자 의원회관 채이배 의원실을 찾아가 회의 참석을 저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이배 의원실 제공]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4월 25일 오전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을 오신환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는 사보임계를 팩스로 제출하자 의원회관 채이배 의원실을 찾아가 회의 참석을 저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이배 의원실 제공]

지난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한 혐의로 경찰 소환 통보를 받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경찰 출석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엄용수, 여상규, 이양수, 정갑윤 한국당 의원에게 4일까지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요청한 상태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일제히 “제대로 수사를 받으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해당 의원들이 '소환 불응' 의사를 밝히고 나선 만큼 수사에 난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감금 혐의 피의자" vs 한국당 "바른미래당이 먼저 국회법 위반"   

엄 의원 등은 지난 4월 25일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채 의원을 감금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못 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채 의원은 같은당 오신환 의원의 후임으로 보임돼 이날 사개특위 회의에서 바른미래당의 결정에 따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에 찬성표를 행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는 한국당 의원들이 이날 오전 9시부터 의원실을 점거한 채 사실상 채 의원을 감금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3시 20분쯤 사무실 점거를 해제했다. 갇혀 있던 채 의원은 국회 사무실에서 바깥 외벽 쪽으로 난 창문을 통해 '창틈 인터뷰'를 하며 "창틀을 뜯어서라도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4월 25일 채이배 의원실을 점거하자 채 의원이 창문을 통해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4월 25일 채이배 의원실을 점거하자 채 의원이 창문을 통해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경찰은 엄 의원 등을 감금 혐의에 대한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은 "먼저 바른미래당이 국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경찰 조사를 '보이콧'하고 나섰다. 여상규 의원은 "바른미래당이 국회법을 위반해 회기 중에 의원 사보임을 강행했다"며 "국회법을 어기고 진행된 일에 대해 국회의장이나 바른미래당 당시 원내대표 등이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논의할 때도 이런 경찰의 태도를 절대적으로 참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에 같은 당 의원들의 수사진행 상황 자료를 요구해 논란을 일으킨 이채익 의원은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 관련 자료 요청을 한 것은) 한국당 간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통상적인 상임위 활동"이라며 "외압 운운하며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야당의 정당한 상임위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명백한 수사 외압"이라며 이 의원의 자료 요구를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은 "경찰은 국회의원이 비공개를 요청한 자료 요구 내용이 어떻게 외부로 알려지게 됐는지 그 경위를 하나도 빠짐없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맞섰다.

경찰 '강제수사' 나서나…불체포특권·정치상황 고려 '쉽지 않을 것'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 측은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의원들의 수사 보이콧에 '강제 수사'로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오늘(4일)까지 조사을 받아야 한다고 요청했으며 경찰에 따로 불출석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 없기 때문에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불출석 후 수사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불출석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경찰 내부적으로는 계획이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 언급하기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할 수 있다. 하지만 회기 중 국회의원은 불체포 특권을 가진 데다가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강제구인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물론 "몇 차례 더 소환 통보에 불응한다면 7월 말 회기 종료 후 9월 정기국회가 소집되기 전 경찰이 강제구인할 수도 있다"(경찰 출신 변호사)는 의견도 나온다.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경찰서에서 취재진이 자유한국당 엄용수·여상규·정갑윤·이양수 의원의 출석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경찰서에서 취재진이 자유한국당 엄용수·여상규·정갑윤·이양수 의원의 출석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패스트트랙 사건 연루 의원 109명…"순차적으로 소환 통보할 것"

경찰에 따르면 국회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싼 사건과 관련해 고소·고발당한 국회의원은 109명으로 전체 의원의 3분의 1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당이 59명으로 가장 많고 더불어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 6명, 정의당 3명, 무소속 1명(문희상 국회의장) 등이다. 경찰은 패스트트랙 지정 관련 사건을 크게 ▶채이배 의원 감금 사건과 ▶의안과 사무실 점거 ▶사개특위 회의장 앞 충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충돌 등으로 나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은 "채이배 의원 감금 사건과 관련한 고발인·참고인 및 현장 조사가 마무리돼 혐의를 받는 피고발인 의원들을 먼저 소환 통보한 것"이라며 "다른 의원들도 채증 영상 분석이 완료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소환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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