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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환경부 "2040년까지 가솔린·디젤차 퇴출" 보고서 퇴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환경부가 최근 “2040년까지 내연기관차를 퇴출하겠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가 논란 끝에 국무총리실 주재 회의 안건에서 배제됐다.

내연기관차는 가솔린ㆍ디젤ㆍ하이브리드(플러그인 포함) 엔진 등 화석 연료로 구동되는 모든 차량을 뜻한다. 현재 국내 비중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전체 차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수소차 충전소에서 충전소 관리자가 수소 연료 주입기를 확인하는 모습. [연합뉴스]

수소차 충전소에서 충전소 관리자가 수소 연료 주입기를 확인하는 모습. [연합뉴스]

3일 총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환경부 보고서가 총리실에 제출된 건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차 미세먼지특별위원회 회의에서다.  ‘2040 내연기관차 종식 선언’이라는 내용의 보고서였다. 국제적으로 내연기관차를 감축하는 추세고,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를 근거로 내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총리실 등이 “내연기관차 감축이라는 방향성에는 찬성하지만, 완전 퇴출은 급진적이다.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게 될 경우, 산업계의 큰 파장이 예상된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수소엑스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수소엑스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안건 상정은 불발됐지만, 갑론을박은 적지 않았다. 부처 간 보고서 초안을 공유하는데, 환경부 보고서를 받아본 산업통상자원부에선 별도의 대응 문건을 마련했다.

산자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산자부는 ‘2040 내연기관차 종식 선언에 대한 자동차산업 영향 및 업계 우려’라는 문서에서 ▲미래에도 다양한 자동차 동력원 수요가 존재하며 ▲우리 자동차산업은 내연기관차 퇴출 계획이 없는 해외 판매 의존도가 높으며 ▲종식 선언 시 현재 8850여개 자동차 부품업체와 39만명 직접 근로자에게 불필요한 자극과 패배의식을 부여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관련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의 조철 본부장은 “현재 산업계 전망치로는 2030년에도 내연기관차(하이브리드 포함)가 전체 차량 중 9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난해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가 1km를 달릴 때 배출하는 미세먼지(PM10)는 가솔린 차량의 92.7% 수준으로 별 차이가 없다. 즉 환경부가 2040년 내연기관차 퇴출을 왈가왈부하는 건 성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여러 사안을 논의할 때 짧게 언급됐다. 구체적인 것도 아니었고 비전 제시 정도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김학용 의원은 “정부 부처인 환경부가 미세먼지에 대한 저감효과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 종합적 분석 없이, 단지 친환경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내연기관차 퇴출을 검토한 건 제2의 탈원전 정책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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