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십만 「황색 물결」 출렁|보라매집 회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평민당은 김대중 총재 구인 집행 이후 다소 주춤하고 있는 공안정국에서 탈출하고 영등포 을구 재선거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 8일 보라매공원에서 시국 대강연회를 가졌다.

<「폭탄 선언」 기대 못 미쳐>
이날 시국 대강연회는 보라매공원 내 새마을 운동장을 가득 메운 인파가 계속 『김대중』을 연호 하는 가운데 2시간30분 가량 높은 열기 속에 진행.
점심때부터 모여들기 시작한 당원과 열성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평민당을 상징하는 수기를 흔들면서 『공안정국 타도』 『안기부 해체』등을 외쳐댔는데 오후 6시 김 총재가 연단에 모습을 드러내자 열기는 최고조.
이날 집회는 오후 5시부터 선전국의 구호 제창 방송을 시작으로 사물놀이, 김덕규 의원의 개회 선언, 문동환 전부총재·이우정 교수의 찬조 연설과 1시간여에 걸친 김 총재의 시 국강연 순으로 진행. 김 총재는 자신에 대한 구인 조치와 관련, 『지난 2일 아침 구인장을 받아들고 기구한 팔자를 새삼 되새겨 보았다』고 말문을 연 뒤 『안기부가 대통령 후보를 두 번 지낸 제1야당 총재를 이렇게 사상적으로 몰아 무슨 이득이 있는지, 김일성을 위한 안기부인지 대한민국을 위한 안기부인지를 알 수 없다』고 통박.
김 총재는 『쌀밥에 뉘가 하나 섞였다고 해서 쌀밥이 아닌가』라고 서 의원 사건과 당파의 무관함을 반문하면서 『내 사상에 대한 최고의 보증인은 지난 20년간 나를 박해한 역대의 독재자들』이라고 결백을 역설.
한편 이날 김 총재는 안기부 수사의 조작 음모와 관련, 「폭탄 선언」식으로 증거를 제시 할 것으로 예고해 관심을 끌었으나 기대치에 미흡. 구인장 발부 당시 여권 내 공안 책임자 회의에서 법원의 구인장 발부 거부가 확실시된다고 판단, 안기부 책임자가 민정당 대구 출신 의원의 아들인 유모 판사를 통해 구인장을 발부했다는 주장을 펴는 것 이외에 별다른 내용을 내놓지 못한 인상.

<무개차로 카퍼레이드>
대회장은 「밝은 미래 김대중과 함께」라고 쓴 노란색 애드벌룬 6개와 「국민의 힘으로 공안 통치 끝장내자」는 수십장의 노란색 플래카드가 걸리는 등 온통 황색 물결.
운동장 중간까지 땅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차곡차곡 앉은 청중들이 사회자의 선창에 맞춰 『제1야당 와해 공작 온 국민이 분노한다』는 구호를 외치면서 수기를 일제히 흔들자 보라매공원은 노란색 파도가 출렁.
이날 대회는 김 총재가 오후 5시20분쯤 공원 입구에서 대통령 선거 때 쓰던 무개차를 이용해 연단까지 즉석 카퍼레이드를 벌이면서 열기가 고조되기 시작.

<"만족한 대회" 평민 자평>
평민당은 이날 대회 결과에 대해 대단히 만족스런 표정.
김대중 총재는 대회 직후 첫 소감을 『오전의 평민당과 오후의 평민당은 현격하게 달라졌다』고 밝혀 만족감을 표시한 뒤 『우리들을 이토록 지지하는 국민들과 함께 민주주의를 못하고 좋은 나라를 만들지 못한다면 말도 안 된다』고 강조.
이상수 대변인은 당 공식 논평을 통해 『예상을 넘어선 성공적 집회였다』고 자평.
이날 대회에서는 당초 영등포 을구 재선거에 출마한 이용희 후보가 당무 지도위원회의장 자격으로 5분간 연설할 계획이었으나 선거법 저촉 문제로 연설은 취소하고 김 총재가 청중에게 이 후보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 했는데 대회가 끝난 뒤 청년당원·지지자들이 김 총재·이 후보 주위에 몰려 『김대중』 연호와 함께 기호 2번을 표시하는 손가락 2개를 펼쳐 보이면서 『이용희』를 계속 외쳤다.
이날 대회에 모인 인파 숫자에 대해 주최측은 50만명이라고 주장했다가 김 총재 연설이 끝날 무렵 1백만명이라고 수정했으며 경찰은15만명으로 집계했는데 대회장인 새마을 운동장의 넓이가 2만9천평이고 주변 공원이 2만여평인 점을 고려하면 30만명 정도는 될 것이라는 것이 참석자들의 분석. <이규진·박보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