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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에 전기료 반값인 36층 아파트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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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난달 28일 입주를 시작한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의 전경. 국내 최초의 고층형 제로에너지 아파트다. [사진 현대건설]

지난달 28일 입주를 시작한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의 전경. 국내 최초의 고층형 제로에너지 아파트다. [사진 현대건설]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국제신도시에 전기세와 난방비가 반값인 아파트가 들어섰다. 지난달 28일부터 입주가 한창인 이 단지는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 2개를 달고 태어났다.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준공 #제로 에너지 건축 5등급 #태양광 패널을 디자인화 #비싼 시공비 인하가 관건

국내 최초의 고층형 '제로(0) 에너지' 아파트다. 국토교통부와 현대건설이 2015년 시범사업으로 추진해 완공했다. 대규모 민간 분양에 성공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최고 36층, 총 886가구의 보금자리가 될 이 아파트는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다.

겉모습은 일반 아파트와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이 아파트의 에너지자립률 23.37%로, 제로 에너지건축 5등급을 달성했다. 에너지자립률 100%가 1등급이다. 국토부는 인천 시내 아파트의 평균 사용량 대비 아파트의 전기료는 약 50%, 난방비는 약 40% 저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7층 규모의 제로 에너지 공동주택인 서울 노원구의 '이지 하우스'.  [중앙포토]

7층 규모의 제로 에너지 공동주택인 서울 노원구의 '이지 하우스'. [중앙포토]

국내 최초의 제로 에너지 아파트는 2017년 서울 노원구에 들어선 ‘이지 하우스(EZ House)’다. 최고 7층 121가구가 사는 저층 공공임대주택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노원구·명지대가 총 442억원의 사업비를 공동 투자해 건설했다. 송두삼 성균관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의 경우 실험실 레벨에서 벗어나 대규모 민간 분양에 성공한 사례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는 고층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어려운 문제를 풀었다. 김태오 국토부 녹색건축과장은 “가구 수가 많은 고층 아파트일수록 건물 옥상에 설치할 수 있는 태양광 패널이 한정적이어서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의 경우 옥상뿐 아니라 아파트 입면에도 태양광 패널을 부착했다. 그런데 송도신도시의 경우 아파트 인허가 시 경관심의를 한다. 태양광 패널은 혐오감을 주는 못생긴 자재로 종종 꼽힌다.

이정철 현대건설 R&D센터디지털건설팀장은 “태양광 패널을 입면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안을 여러 개 만들어 경관 심의를 두 차례 받은 끝에 통과했다”며 “태양광 패널을 통해 만들어지는 전기로 아파트 공용공간의 전기 사용량은 다 감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의 전경.[사진 국토부]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의 전경.[사진 국토부]

공간의 기밀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접합부의 틈새 관리를 꼼꼼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정철 디지털건설팀장은 “일반 아파트의 경우 시간당 환기율(ACH50)이 3회라면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의 경우 1.3~1.7회로 줄였다”고 말했다.

또 “자체 개발한 자동 운전 알고리즘을 적용해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면서 에너지를 최적으로 쓸 수 있게 했다”며 “입주자들이 신경 안 써도 에너지가 절감되도록 건물이 스스로 운전하는 것을 궁극의 경지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로 에너지 건축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가야 할 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건물 부분 온실가스 배출량(2016년 1억5000만여톤)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0%에 달해서다. 국토부는 2025년부터 민간 건축물(30가구 이상 공동주택 또는 연면적 1000㎡ 이상)도 제로 에너지 빌딩으로 짓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문제는 제로 에너지 건축물의 시공비다. 국토부는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의 사업성을 위해 취득세 15% 감면, 용적률 5%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줬다.

송두삼 교수는 “단열 및 기능성이 좋으면서 가격 경쟁력이 있는 국산 제품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건자재 업체는 국내 시장 규모가 작아서 개발 및 생산이 어렵다고 한다”며 “정부에서 기술력 있는 회사들을 육성하고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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