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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광양제철소 덕에 먹고사는데 큰 사고 아니어서 다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오전 9시 11분쯤 전남 광양시 태인동의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정전으로 공장 내부에 가스가 찼고, 폭발 방지를 위해 굴뚝에 설치된 안전밸브를 통해 잔류 가스를 태워 배출하는 과정에서 불꽃과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연합뉴스]

1일 오전 9시 11분쯤 전남 광양시 태인동의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정전으로 공장 내부에 가스가 찼고, 폭발 방지를 위해 굴뚝에 설치된 안전밸브를 통해 잔류 가스를 태워 배출하는 과정에서 불꽃과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연합뉴스]

1일 오후 3시쯤 전남 광양시 태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2문. 대형 화물차·트레일러가 정문을 오가고 있었다.

정전에 공장 멈춰 검은 연기·불길 치솟아 #1시간 만에 정상 가동…인명 피해 없어 #주민 "대형 화재인 줄 알고 깜짝 놀라" #제철소 "화재·폭발 아냐…매뉴얼 지켜"

이곳은 이날 오전 9시 11분쯤 제철소 내 1코크스 공장에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는 사진과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돌면서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변전소 내 차단기 수리 작업 중 정전이 발생해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빚어진 일이었다.

정전의 여파로 코크스 오븐(열원인 코크스를 굽는 커다란 공간)의 안전밸브가 가스 폭발을 막기 위해 자동으로 열리면서 '불완전 연소'로 발생한 화염과 연기가 1시간 가까이 굴뚝 밖으로 배출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변전소는 33분 만인 오전 9시 44분쯤 복구됐고, 연기와 불길은 10시 10분쯤 잡혔다. 공장도 대부분 정상 가동되고 있다.

1일 오후 전남 광양시 태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 이날 오전 9시 11분쯤 정전으로 1코크스 공장이 멈추면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았지만, 1시간 만에 잦아들었다. 광양=김준희 기자

1일 오후 전남 광양시 태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 이날 오전 9시 11분쯤 정전으로 1코크스 공장이 멈추면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았지만, 1시간 만에 잦아들었다. 광양=김준희 기자

제철소 측은 "이번 사고는 화재나 폭발이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이른 아침 '펑' 하는 굉음과 함께 공장 주변 하늘을 뒤덮은 시커먼 연기와 시뻘건 불꽃을 본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정전 사고가 난 공장에서 직선으로 1㎞가량 떨어진 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여주인 A씨도 오전 상황을 목격했다. A씨는 "9시 20분쯤 손님이 깜짝 놀라 '공장에서 불이 났다'고 해서 나가 보니 (제철소 쪽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며 "다행히 검은 연기는 5~10분 만에 사라졌다"고 했다.

A씨는 "처음엔 나도 빨간 불꽃을 보고 불이 난 줄 알았는데, 30년 넘게 살다 보니 적응이 됐다"며 "하지만 외지인이나 시내에 사는 사람들은 검은 연기와 불꽃을 보면 큰 불이 난 줄 알고 불안해한다"고 했다.

다른 상점 주인 B씨는 "아침에 '펑'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다쳤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며 "가족과 친구 여럿이 광양제철소에서 일한다. 이곳 주민 대부분이 제철소 덕에 먹고사는데 큰 사고가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1일 오후 전남 광양시 태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2문. 이날 오전 9시 11분쯤 정전으로 1코크스 공장이 멈추면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았지만, 1시간 만에 잦아들었다. 광양=김준희 기자

1일 오후 전남 광양시 태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2문. 이날 오전 9시 11분쯤 정전으로 1코크스 공장이 멈추면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았지만, 1시간 만에 잦아들었다. 광양=김준희 기자

광양제철소 관계자는 "제철소 전체로 보면 고로·제강·도금 등 여러 공정이 있는데 정전이 됐을 때 잠시 영향을 받았지만, 공장별로 비상 발전 시설이 있어 순차적으로 '정상 가동'으로 전환됐다"고 했다.

제철소 측에 따르면 코크스 공장은 가루 형태의 석탄을 쪄 갈탄 형태로 만드는 곳이다. 코크스는 철광석과 같이 고로 상부에 집어넣어 쇳물을 뽑아내는 연료로 쓰인다고 한다. 광양제철소 안에는 코크스 공장 2곳이 있는데 이 중 1코크스 공장이 '비정상 가동' 됐다는 게 제철소 측 설명이다.

제철소 관계자는 "원래대로라면 제대로 연소된 코크스 오븐 가스(COG·코크스를 구우면서 생기는 가스)가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 재사용돼야 하는데 전기가 끊기면서 코크스 오븐 안에 가스가 찼다"며 "그대로 놔두면 폭발 위험성이 있어 안전밸브가 자동으로 열려 연기가 밖으로 나갔다"고 했다. 그는 "불완전 연소된 연기가 그대로 나가면 환경에 안 좋기 때문에 가스를 태워서 내보냈다. 밖에서 보면 불이 난 것처럼 보이지만 매뉴얼대로 작동된 것"이라고 했다. "굉음은 코크스 오븐에 남아 있는 가스가 점화되면서 났다"고 덧붙였다.

철강업계에서는 '이번 단전 사고로 수백억원을 날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제철소 관계자는 "이런저런 예상이 나오는데 너무 앞서나간 것"이라며 "공정이 워낙 복잡하다 보니 상세한 사고 경위나 재산상 손해는 더 파악해 봐야 안다"고 했다.

광양소방서는 펌프차와 화학차 등 장비 21대와 화재진압대원 등 60여 명을 현장에 배치해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다 오전 11시 30분쯤 복귀했다. 광양소방서 관계자는 "불이 옮겨붙을지 몰라 현장에서 대기했지만, 다행히 화재는 없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는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양=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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