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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도박 무죄’ 전창진 KCC 감독으로 복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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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전창진 감독이 1일 재정위원회 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창진 감독이 1일 재정위원회 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창진(56) 프로농구 전주 KCC 기술고문이 KCC 감독으로 5시즌 만에 복귀했다.

프로농구연맹, 감독 등록 허가 #구단 결정에 농구계 싸늘한 반응

프로농구연맹(KBL)은 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KBL 센터에서 재정위원회를 열고 ‘KCC의 전창진 감독 등록’ 건을 심의한 결과 “등록 불허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KBL은 “법리적으로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지난 4년간 KBL 등록 불허 징계를 받았다. 감독으로 품위를 손상시킨 점에 대한 깊은 반성과 KBL 구성원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는 다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창진은 2019~20시즌 감독으로 KCC를 이끌게 됐다.

2015년 6월 26일 전창진 감독이 불법 스포츠 도박과 승부조작 의혹에 대해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는 모습. [연합뉴스]

2015년 6월 26일 전창진 감독이 불법 스포츠 도박과 승부조작 의혹에 대해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는 모습. [연합뉴스]

전창진 감독은 2015년 5월 승부조작 및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해 8월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에서 물러났고, 같은 해 9월 KBL로부터 무기한 등록 불허 징계를 받았다. 이후 3년간 법정 공방 끝에 승부조작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도박 혐의에 대해서도 지난달 21일 무죄가 선고됐다.

이에 앞서 KCC는 지난해 12월 KBL에 전창진의 수석코치 등록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 당시 전창진 전 감독은 도박 혐의로 1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상황이었다. KBL은 ‘법리적 상황과 팬들의 정서’를 이유로 들었다.

지난 3월 23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프로농구 전주 KCC와 고양 오리온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에서 전창진 KCC 기술고문이 이어폰을 착용한 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23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프로농구 전주 KCC와 고양 오리온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에서 전창진 KCC 기술고문이 이어폰을 착용한 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그런데도 KCC는 2018~19시즌 전창진 전 감독을 KBL에 별도 등록할 필요가 없는 기술고문으로 선임했다. 그러다 도박 혐의에 무죄 선고가 내려지자마자 감독 등록을 밀어붙였다. 통산 5회 우승팀 KCC는 2010~11시즌 이후 우승이 없다. 주무로 시작해 3차례 챔프전 우승을 이끈 전창진의 지도력을 원했다.

농구계에서는 KCC가 전창진 감독 선임을 밀어붙인 배경엔 모기업과 구단 내 용산고 인맥의 입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KCC 정상영 명예회장과 정몽익 구단주, 최형길 단장, 전창진 감독이 모두 용산고 출신이다.

전주 KCC 감독으로 5시즌 만에 코트에 복귀하는 전창진 감독. [뉴스1]

전주 KCC 감독으로 5시즌 만에 코트에 복귀하는 전창진 감독. [뉴스1]

전 감독은 기자회견 중 눈물을 쏟으며 “절 믿고 지켜주고 기다려 준 KCC에 감사드린다. 구성원으로 받아준 KBL에 감사드린다. 4년 넘게 기다려왔다. 속상했지만 담담하기도 하다”면서 “댓글을 보지는 않지만, 여론이 많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절 싫어하는 팬들이 조금이나마 전창진을 이해해서 제 편이 되게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통신사(KT) 감독 시절 불법 차명 휴대폰 사용에 대해선 “그때는 코너에 몰려 해명할 수 없었다. 앞으로 농구장에 서면 그런 것들을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불법 차명 휴대폰을 쓴 전 감독을 향한 농구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전창진 감독 복귀’ 관련 기사에는 네티즌의 비난 댓글이 이어졌다.

한국 농구는 농구대잔치 시절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지만, 최근엔 농구 열기가 시원찮다. 2013년 승부조작이 터졌고, 지난해엔 외국인 장신선수 신장기준을 2m 이하로 제한했다가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2018~19시즌에 플레이오프 관중 10만명을 돌파했지만, ‘전창진 컴백’이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우려가 나오고 있다. 안팎의 불편한 시선은 KCC와 전창진 감독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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