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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 경력 2년 … 리더십 미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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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1974년 행정고시(15회)에 합격한 뒤 재경부에서 경제정책국장과 차관보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또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수석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지내고 경제수석과 정책실장을 각각 40여 일 한 뒤 부총리 후보자로 발탁됐다. 지난 4월 경제정책수석으로 귀국한 뒤 3개월 만에 부총리 후보자로 발탁된 것이다. 경제부총리용으로 경력을 초고속으로 쌓았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막상 기관장 경력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조달청장 7개월, OECD대사 1년9개월 정도가 고작이다. 이 때문에 경제부처 전체를 통솔하고 청와대.여당과 정책을 조율해야 하는 경제부총리로선 경력이 부족하지 않으냐는 우려가 나온다. 권 후보자의 경제철학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동안 참모 역할만 해와 권 후보자가 목소리를 낼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권오규 경제 부총리 후보자 [중앙포토]

국회 청문회에서는 권 후보자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 과장 시절 기고문과 OECD대사 때 보고서 내용이 달라진 점,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관련 여부 등이 집중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료 시절 기고문이나 청와대 수석과 OECD대사 때 인터뷰,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비해 제출한 서면 답변서 등을 통해 권 후보자의 정책관을 지상청문회 형식으로 알아봤다.

-하반기 들어 회복속도가 떨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기를 챙기는 일이 시급하다. 체감경기를 되살리는 대책을 구상하고 있나.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거시정책은 현재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가 부진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거시정책을 확장적으로 바꾸면 나중에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88조8000억원에 달하는 하반기 재정만 제대로 집행해도 경기 활력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노무현 정부 들어 분배가 중시되면서 성장이 둔화됐다는 지적이 있다. 이 때문에 성장동력이 약해지고 빈부 격차가 더욱 심화한 것은 아닌가.

"2003년 이후 중산층이 엷어지고, 중하층.빈곤층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세계화와 산업구조 변화 과정에서 OECD 국가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동반성장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 서민.자영업자.농어민 등에 대한 세부담 경감을 계속 추진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도 확대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벌여온 경제정책 가운데 가장 역점을 둘 일은 무엇인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세부 실행방안과 지역 균형개발, 부동산시장 안정의 달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성공적 체결 등이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과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이 모두 선배들이다. 이들이 너무 나서면서 경제부총리의 힘이 떨어지면 효율적인 경제정책 집행도 어렵지 않을까.

"상하관계보다는 각자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게 중요하다. 역할분담을 잘하도록 노력하겠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이자제한법과 서울시 기초자치단체들의 선심성 재산세 깎아주기도 부총리가 조정력을 발휘할 문제 아닌가.

"재산세는 행정자치부에서 탄력세 제도를 축소.조정하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자제한법은 규제의 실효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법무부에 충분히 설명하겠다."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때 주형환 청와대 행정관을 조선호텔 '10인 회의'에 보낸 이유가 지금도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주형환 행정관을 보낸 것은 통상적 모니터링 차원으로 청와대가 특별히 관여하지 않았다."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라는 부동산 기본정책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또 1주택자 등에 대한 세금완화 계획은.

"현 정부 부동산세제의 기본원칙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 나가되 거래세 추가 완화는 보유세 강화에 따른 전체 세수의 증가 규모를 감안해 결정하겠다. 그러나 1가구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경감과 1주택 고령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경감 문제는 과세형평에 맞지 않고 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고 있다."

-소득분배를 중시한 나머지 재정지출을 능력 이상으로 추진함으로써 경제성장이 정체돼 빈곤층이 더욱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이유로 스웨덴식 복지모델을 1991년엔 부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이번 정부 들어 입장을 바꾸었다. 이런 시각변화의 계기는 무엇인가.

"스웨덴 모델의 결과만 갖고 얘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스웨덴식 개혁의 전제조건이 됐던 끊임없는 변신과 개혁, 국제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공공부문의 투명성 등을 함께 생각해 봐야 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분배와 성장의 조화가 필요하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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