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흑백 통합 스쿨버스 반대” 40년 만에 부메랑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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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밤 미국 민주당 1차 경선 토론 둘째날 조 바이든 부통령(왼쪽)과 버니 샌더스(가운데),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토론하고 있다. 해리스는 이날 바이든 향해 "40년 전 스쿨버스 인종통합 운행에 반대한 것은 잘못임을 인정하라"고 폭탄을 터뜨렸다.[AP=연합뉴스]

지난 27일 밤 미국 민주당 1차 경선 토론 둘째날 조 바이든 부통령(왼쪽)과 버니 샌더스(가운데),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토론하고 있다. 해리스는 이날 바이든 향해 "40년 전 스쿨버스 인종통합 운행에 반대한 것은 잘못임을 인정하라"고 폭탄을 터뜨렸다.[AP=연합뉴스]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할 민주당 후보를 뽑는 첫 TV 경선 토론에서 이변이 나타났다. 흑인 여성검사 출신의 4위 주자인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대세론에 안주한 선두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발목을 제대로 잡았기 때문이다.

[특파원리포트- 정효식의 아하 아메리카] #민주당 1차 대선 경선 TV 토론 성적표 #"바이든 반대한 스쿨버스로 학교 다녔던 소녀" #해리스 토론 전 7.9%→ 16.6%로 2위권 부상 #트럼프 인종차별 공격하던 바이든 10%P 하락

미 대선 여론 전문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가 26~27일 양일 밤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열린 경선토론 전ㆍ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의 지지율은 토론 전 41.5%에서 토론 후 31.5%로 10%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리스의 지지율은 7.9%에서 16.6%로 2위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17.3%)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해리스가 공격한 건 바이든의 40년 전 흑백분리 정책에 지지한 전력이었다. 인종 문제는 여전히 미국 사회 최대 균열선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로 공격하던 바이든에게 폭탄을 터뜨린 셈이다.

#. 해리스, 바이든 40년 전 스쿨버스 흑백 분리 옹호 비판 스타 부상

27일 토론 둘째 날 해리스는 바이든이 1970년대 미 교육부의 흑백 학생 통합정책의 일환인 스쿨버스 통학을 반대한 전력을 끄집어냈다. “나는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매일 버스를 타고 등교했던 한 작은 소녀였다, 당신이 공화당의 인종분리정책을 지지한 데 개인적으로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하면서다. 1964년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태생인 해리스의 부친은 자메이카, 모친은 인도 출신 이민자다.

바이든이 “스쿨버스 자체를 반대한 게 아니라 교육부 강제 통학에 반대했던 것”이라고 맞서자 해리스는 “당시 반대가 잘못임을 지금은 인정하느냐”고 추궁했다. 바이든이 “시의회의 결정으로 똑같이 버스틀 타고 학교에 갈 수 있었다”고 반박했지만 해리스는 “실패한 주가 많아 연방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것"이라고 못 박아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민주당 첫날 토론은 “지루하다(Boring)”고 한마디로 무시했던 트럼프 대통령까지 일본 오사카에서 해리스를 견제할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바이든이 잘하진 못했지만, 해리스가 너무 지나친 평가를 받는 것 같다”며 “바이든은 맞아야 할 것보다 실제로 훨씬 심하게 맞았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별도 호감도도 66.9%로 토론 전보다 13.7%포인트 올랐다.

#. 바이든-샌더스, 중도-사회주의자 차이 부각하되 70대 고령 동맹

1, 2위 선두주자인 바이든과 샌더스는 중도파와 민주 사회주의자로서 정책의 차이는 부각하되 격돌하진 않았다. 오히려 76세(바이든), 77세(샌더스) 고령을 공격하는 젊은 주자들의 세대교체론에는 함께 맞서는 모습을 연출했다.

바이든의 트럼프 감세 철회에 샌더스는 월스트리트와 보험ㆍ에너지기업과 부자 증세를, 샌더스가 “민간보험을 폐지하고 메디케어 포 올(보편적 국민건강보험), 단일 급여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바이든은 “의료 보장범위 확대부터 점진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하는 식이다.

에릭 스월웰(38) 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이 두 사람에게 “이제 젊은 세대에게 성화를 넘기라(pass the torch)”라고 집요하게 주장하자 바이든은 “내가 여전히 횃불을 들고 있다”고 웃으며 받아넘겼다. 샌더스는 “이건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이 나라 정치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대금융 이해 집단과 맞짱을 뜰 배짱이 있느냐는 문제”라고 맞받았다. 샌더스는 토론 전 14.4%보다 토론 후 17.3%로 지지율이 소폭 올랐지만 2016년 샌더스 열풍이나 자신의 현재 호감도(76.3%)에 비해서도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샌더스 지지층 차곡차곡 흡수하는 워런 

반면 샌더스를 대신해 2020년 대선에서 꾸준히 진보 주자로 부상하는 후보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다. 그는 26일 토론 첫날 군소 주자들 속의 유일한 상위권 후보로 나서서 지지율은 12.6%→14.4%로 소폭 올랐지만, 호감도를 63.4%→71.4%로 큰 폭으로 올렸다.

워런은 토론 중 트럼프 대통령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고 상대 후보들과 논쟁도 피하면서 자기 정책을 밝히는 데만 집중했다. 미 국민 절반이 넘는 1억 7000만명이 가입한 민간 의료보험을 폐지하고 단일 보험을 만드는 데 찬성하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빌 드 블라시오 뉴욕시장과 함께 손을 든 두 명 중 한 명이었다.

“내가 교수 시절 미국인의 파산 원인을 연구한 결과 가장 큰 원인의 하나가 의료비였다”며 “메디케어 포 올은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정치인이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의료는 기본 인권”이라고 설명해 박수를 받았다. 반면 CNN에선 “그녀는 대학원생들을 잔뜩 거느린 으스대는 교수 같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27일 민주당 첫 TV 경선 토론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스쿨버스 통합 반대 전력을 비판한 뒤 "그 시절 버스로 등교하던 작은 어린 소녀가 나"라며 공개한 사진.[카말라 해리스 트위터]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27일 민주당 첫 TV 경선 토론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스쿨버스 통합 반대 전력을 비판한 뒤 "그 시절 버스로 등교하던 작은 어린 소녀가 나"라며 공개한 사진.[카말라 해리스 트위터]

#. 부티제지, 오루크, 카스트로 중하위권 지지율 높은 변화 없어

20명 토론 참가자 중 중위권 주자 가운데 피트 부티제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 시장이 최근 시에서 발생한 백인 경관에 총기 발사로 흑인이 숨진 데 대해 “내 잘못”이라며 책임을 인정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면서 “차량 운전자가 백인이든, 흑인이든 경찰관이 검문하러 다가올 때 똑같이 느끼는 날을 만들겠다”고 했다.

훌리언 카스트로 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은 텍사스 출신인 베토 오루크 전 하원의원을 상대로 “국경 월경을 범죄로 처벌할 수 없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고 몰아세운 뒤 오루크가 답을 제대로 못하자 “이 문제에 대해 집에서 공부를 더하고 오라”고 지적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부티제지 시장의 지지율은 6.7%→4.8%로 떨어졌고 카스트로는 0.7%→1.7% 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쳐 중하위권 주자에겐 토론 성적이 큰 반향을 가져오진 못했다. 해리스까지 상위 후보 4명에게 지지율이 집중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만 호감도에선 부티제지 44.7%→54.1%, 카스트로 29.3%→47.8%로 각각 큰 폭으로 올랐다.

민주당 1차 경선토론은 흥행 측면에서 첫날 1530만명, 둘째 날은 1810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둘째 날은 민주당 경선 토론 사상 시청자 수론 최대였다. 하지만 2015년 8월 트럼프가 처음 참가한 공화당 경선 토론 시청률인 2400만명에는 훨씬 못 미쳤다.

로버트 슈멀노트르데임대 교수(정치학)는 “1차 토론에서 워런과 해리스 두 명의 여성주자가 두각을 보이긴 했지만, 민주당 후보를 통틀어도 트럼프만큼 스타파워를 가진 인물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앞으로 몇달 내에 2020년에 얼마나 왼쪽으로 갈지 결정해야 하며, 중도와 중도 좌파에 너무 멀어질 경우 무당파와 부동층이 트럼프의 재선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판 슈미트 아이오와 주립대 교수는 “1차전의 승자가 준결승에도 오른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내년 2월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는 돼야 많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슈미트 교수도 “현재 민주당은 좌파와 중도파가 너무 심하게 분열돼 있기 때문에 민간 건강보험 폐지와 급진적 기후변화 정책 등 너무 왼쪽으로 기울 경우엔 대선에서 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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