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인하의 역설, 알짜카드 하나둘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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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결국 ○○○카드가 단종의 길로 가네요. 체크카드인 데다 무제한 주유 할인 혜택이 있어 알차게 썼는데. 야무지게 남은 기간 써야겠어요.”

무제한 주유 할인 등 역마진 현상 #6개 카드사 73종 신규발급 중단 #기존회원 갱신 노하우 SNS 공유

지난달 11일 네이버 소비자카페에는 이런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스마트 컨슈머(똑똑한 소비자)’를 지향하는 이 카페에는 올해 들어 ‘알짜카드’(혜택이 많은 신용·체크카드)의 단종 소식을 공유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혜택 많은 카드의 신규 발급이 곧 중단된다고 하니, 그 전에 가입을 권유하는 것이다.

카드사가 기존 카드의 혜택만 축소하려면 가입자들에게 변경 내용을 사전에 고지하고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카드 발급을 아예 중단하면 이런 의무가 없다. 소비자 입장에선 알짜카드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버리는 셈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 등으로 카드업계 수익률이 감소하며 알짜카드가 사라지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요 6개 카드사에서 73종의 체크·신용카드 신규 발급이 중단됐다. 우리은행은 1일부터 3가지 종류의 신용·체크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한다.

카드업계는 “혜택이 비슷한 상품을 정리하거나, 타사와 제휴 기간이 만료돼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 소식에 아쉬운 것은 소비자다. 신규 발급이 중단된 카드에는 소비자에게 ‘알짜 카드’로 불리던 카드가 여럿 포함돼 있어서다. ‘삼포적금’이 가능했던 ‘전자랜드 삼성카드 7’이 대표적이다. 삼포적금은 삼성포인트를 적금처럼 모아 항공사 마일리지로 전환하는 것으로, 최종적으로 항공기 좌석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목표다. 이게 가능하려면 삼성포인트를 항공사 마일리지로 전환해주는 카드가 있어야 하는데, 이 카드의 발급이 중단된 것이다.

카드 혜택을 누리기 위한 편법까지 등장했다. 삼포적금을 우회해서 실현할 수 있는 KB국민카드의 ‘KB 골든라이프 체크카드’는 오는 5일부터 발급이 중단된다. 기존 회원은 유효기간 내 훼손·분실된 카드의 재발급을 신청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7월 5일 전에 훼손 재발급으로 신청하면 유효기간이 갱신된다고 해 바로 신청했다”는 후기가 올라와 있다. 갱신된 카드의 유효기간을 공유하는 댓글이 연이어 달려있을 정도다.

앞으로 알짜카드는 더 찾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5년 전 기준으로 수익성 분석을 해 출시했던 카드인데,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줄어드는 상황에선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혜택을 줄여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향후 카드 수수료 인하가 계속되고, 또 금융감독원에서 새 상품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 지금처럼 혜택이 많은 상품(카드)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기본적으로 사업구조, 가맹점 수수료 인하라든지 수익성 보존 차원에서 역마진 상품들은 정리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도 알짜카드 단종 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정부의 신용카드 수수료 태스크포스(상품수익성 분석 합리화 TF) 논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까진 기존 카드 상품을 없애진 않았지만, 결과에 따라 적절히 대응해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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